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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호 원장의 책 해방일지volume.41 2023. 12. 5. 20:24
내 책꽂이에서 오랜 기간 영어(囹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좋았던 책을 다시 꺼내는 시간.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부터 『뇌과학 여행자』까지 올해 총 여섯 권의 책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책장 한구석에도 자리를 잡고, 오랜 기간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책이 있지는 않으신가요?
책 한 권의 가격이 15,000원 정도지만, 저 책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의 가격을 포함해서 환산해 보면 가치는 더 비싸질 것입니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책의 가치를 나는 잘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저 공간에 몇 달, 혹은 몇 년을 두는 것은 합리적인가? 자기 방이나 일하는 공간에 오랜 기간 자리를 차지하고 움직이지 않는 물건이 어느 정도 가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 해를 되돌아보며 언젠가 한 번쯤은 연말에 "올해는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해였습니다."
대신에 "올해는 무사무난(無事無難)한 해였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그날은 올 수 있을까요?
1년을 생각해 보면, 기쁜 날도 있지만, 슬픈 날도 있고, 우울한 날도 있었고, 외로운 날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항상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나를 사랑하고 있다. 다만 내가 모르고 있을 뿐.
매년이 쉽지 않지만, 내년에도 이런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You go, We go.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Destiny Disrupted)
타밈 안사리 (Tamim Ansary) 지음 | 류한원 옮김 | 부키 | 2011
저자인 타밈 안사리(Tamim Ansary)는 1948년생으로, 아버지는 아프가니스탄의 카불대 교수이고 어머니는 아프간 남자와 결혼해서 아프간에 정착한 최초의 미국인이다. 1964년 미국으로 이민 온 그는 911 사건 이후에 친구들에게 본인의 의견을 sns로 보냈는데 그것이 많이 알려졌고, 이후 대중에게 본인의 의견을 말할 기회를 가지게 되면서 결국 이 책까지 쓰게 되었다.
서문에 적어 놓은 것 중에서, 아랍의 봄이나 이런저런 일들이 '왜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왜 이제야 일어났는가'를 보아야 한다고. 그리고 역사라는 것은 한 가닥이 아니고, 여러 가지가 서로 얽혀서 지금에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가 역사를 보는 관점을 알 수 있다.
세계는 왜 싸우는가?
김영미 저 | 추수밭 | 2011 (절판)
김영미 저 | 김영사 | 2019 (개정판)이스라엘 팔레스타인같이 서방 언론이 관심을 갖는 나라의 이야기는 자주 들었을 것 같고, 소말리아같이 우리나라와 연관이 있었던 지역의 이야기는 들었겠지만, 그 외의 다른 지역의 분쟁은 언론을 통해서 접하기도 어렵고, 저기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알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의도는 이렇다. 소말리아 해적의 일이 우리와 먼 아프리카 나라의 국지적인 일이고, 우리와 관련이 없을 것 같아도 우리와 연관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세계적인 일에 무관심하게 지내지 말고, 관심을 가지고 여론을 만들고 도와줘야 한다. 우리가 남을 도울 수 있을 때 남을 돕지 않으면, 우리가 남의 도움이 필요할 때 남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김지현, 김동훈 저 | 어바웃어북 | 2019
이 책의 부제목은 '138억 년 우주를 가로질러 당신에게로'이다.
사람이 100년을 살기 쉽지 않은데, 138억 년의 시간은 얼마나 긴 시간일까.
땅바닥에서 모든 생각과 생활을 하고 있지만, 높은 곳을 바라보고, 하늘을 보고, 별을 따야 한다는 이야기를 이 책은 하고 있다. 책에서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보고 그곳을 여행해야 하는 이유가 우리의 고향이 거기이고, 본능이라지만, 인류가 하늘을 보고, 거기로 가야 하는 것은 존재를 위해서도 필수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천문학은 어려운 학문이다. 어쩌면 제일 어려운 학문일지도. 그렇지만, 공부가 아닌 즐기기 위한 학문으로의 천문학은 참 재미있다. 이 책은 그 재미를 알게 해 준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빌 브라이슨 저 | 이덕환 역 | 까치(까치글방) | 2003
책은 우주의 출발부터 이야기하고 있다. 태양계 이야기. 그리고 지구의 크기와 지구를 연구하는 이야기. 아인슈타인과 원자, 분자, 각각의 화학적 물질, 생명과 세포, 진화론과 다윈. 그리고 다양한 학자들의 이야기. 인류의 이야기까지.
과학의 모든 역사와 언급된 내용들이 유기적으로 재미있게 얽혀 있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다가 보면은, 실용적이고 즉각적인 학문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순수한 학문에 대한 경외심도 생기고, 이런 학문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The magic of reality
: how we know what's really true)리처드 도킨스 저 | 김명남 역 | 김영사 | 2011
도킨스는 종교, 신화, 미신에 속지 말고, 현실이 가장 가슴을 뛰게 하는 마법이라고 적어 놨다. 책에는 열두 가지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종교적이거나 신화적인 대답을 적어 놓고, 이런 신화의 허구성과 과학적인 합리성의 대조해서 비교해 놓았다.
뇌과학 여행자
; 신경과 의사, 예술의 도시에서 뇌를 보다.
김종성 저 | 사이언스북스 | 2011
이 책은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작가분이, 본인의 전공을 살려서,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보면서, 이 예술가는 이런 질병을 가지고 있었겠다, 작품의 인물을 보면, 주인공은 이런 질환을 앓았을 것 같다는 등의 이야기를 풀어 놓은 책이다. 오래전에 살았던 예술가들이 앓았을 것 같은 질병에 대한 추측과 주변의 정황을 통해서 추론을 하는 것인데, 재미있고 나름 논리적이다. 대부분의 질병은 신경과적인 질병으로 한정했다.
중간 중간에 병에 대한 의학적인 설명이 살짝 어려운 내용도 있지만, 신경과 의사의 관점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책이다.
글. 마태호 삼성제일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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