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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우 건축가의 '함께 떠나고 싶은 그곳'] 라스베이거스와 그랜드캐년ARTICLE 2025. 7. 4. 01:00
매력도시, 라스베이거스의 두 얼굴
라스베이거스 라스베이거스는 관광과 도박으로 잘 알려진 미국 네바다주 최대의 도시이다. 호텔과 카지노 시설의 설계를 하려면 우선 이 곳을 벤치마킹해야 할 정도로 숙박과 유흥의 천국이다. 인간 내면의 숨겨진 욕망과 억압된 욕구들을 합법적으로 해방시키기에 이만한 도시는 드물다. 사막 위에 피어난 꿈의 신기루처럼 도시에 어둠이 깔리면 거짓말처럼 휘황찬란한 빛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 이곳은 단순한 도시를 넘어, 우리의 욕심과 덧없는 꿈들이 현실이 되는 동화 속의 세계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는 단 한 번의 베팅으로 인생이 뒤바뀔 수도 있다는 아슬아슬한 욕망이 늘 공기 중에 떠다닌다. 어쩌면 그 짜릿한 불확실성 때문에 방문객들은 더욱 이곳에 중독되고 매료되는지도 모른다.
호시탐탐 관광객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상업시설과 과장된 건축어휘도 이 도시의 특징이다. 파리의 에펠탑과 개선문을 패러디하고 뉴욕의 자유여신상과 엠파이어스테이트, 클라이슬러 빌딩을 꼴라쥬하듯이 한 곳에 모아놓은 가짜도시다. 그 뿐인가 이탈리아의 팔라쬬 르네상스 양식 등을 복제한 호텔도 함께 어울리고 있다. 심지어 유혹적인 조명과 분수 쇼, 불 쇼 등 을 동반한 볼거리들이 매일 밤 소음과 함께 다이내믹한 거리에 넘쳐난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환락의 마지막 한 방은 결국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뜨리는 시도로, 혹은 더 나아가서 매춘과 마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흥청망청 불야성의 종말은 황폐 혹은 몰락이 당연한 귀결임에도 이 소비도시는 의외로 건재하다. 라스베이거스는 단순히 도박의 도시만은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엔터테인먼트 쇼들은 상상 이상의 경이로움을 선사하고, 미슐랭 스타 셰프들의 요리는 미각을 자극하며, 최고급 스파에서 지친 몸을 위로받을 수도 있다. 이처럼 이곳은 마치 우리가 꿈꿔왔던 모든 유희가 한데 모인 거대한 놀이터와 같다.
라스베이거스 라스베이거스 이 도시는 아이러니하게 또 다른 얼굴이 존재한다. 호텔 컨벤션 시설에서는 컨퍼런스 행사와 전시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각 종 학회의 심포지엄에 참여하기 위해 세계 각 국에서 모인 수천 명의 젊은이들은 아침 일찍부터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지식을 나누며 새로운 기술이 예고하는 미래를 토론한다. 세계적인 컴퓨터 프로그램 회사인 오토데스크가 해마다 주관하는 유니버시티 행사도 그 중 하나다.
제 4차 산업혁명과 AI의 가속화 개발이 우리들의 삶을 또 얼마나 스마트하게 변화시켜 갈 것인가? 그것은 지금 당장의 편리를 넘어 언젠가는 재앙이 될지도 모르기에 진지한 연구와 강좌가 계속 이어진다. 이처럼 건강한 미래를 추구하는 열정과 긍정적 에너지가 이 도시를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 내면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또 한 쪽으로는 진지하게 미래를 탐구하는 두 얼굴의 도시다.
어쩌면 라스베이거스는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일탈의 욕구를 자극하고, 잠시나마 현실의 무게를 잊게 해주는 마법 같은 공간일지도 모른다. 사막의 고요함 속에 피어난 이 화려한 도시는, 우리에게 꿈과 환상의 순간을 선사하며, 다시 현실로 돌아갔을 때도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두 얼굴을 가진 이 도시는 오늘도 이렇게 회복력과 탄력성을 가지고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나가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그곳은 우리가 잠시나마 신기루같은 환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그래서 더욱 매혹적인 도시다.
자연의 궁극적 장대함, 그랜드캐년
그랜드캐년 가는 길 그랜드캐년 가는 길 그랜드캐년 가는 길 이제 위대한 자연의 대서사시, 그랜드캐년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미국 유타주와 아리조나주를 잇는 장엄한 대자연의 장관을 보려면 그랜드캐년이 제격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출발하여 그랜드캐년으로 향해 가는 여정 중에서 만나는 기묘한 돌무더기의 산과 들녘은 거친 원시 자연의 순수함을 자랑하고 있다. 드문드문 도로변에 마주한 농가들은 광대무변의 자연에 비하면 왜소하고 초라하기 짝이 없다.
엔탈로프캐년 인근 엔탈로프캐년 그랜드캐년 인근에 위치한 엔탈로프캐년은 초현실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나바호족의 관할이라 그의 안내를 받아야 입장이 가능하다. 고운 모래가 압축되어 이루어진 사암의 바위 속을 오랜 세월 동안 빗물이 침투해 조각한 자연 동굴이다. 자연광은 가느다란 협곡의 바닥까지 도달한다. 바닷가의 주상절리처럼 주름진 벽면마다 주홍색의 문양을 아로새기며 겹겹이 레이어 룩을 연출한다. 마치 방금 전에 목욕을 마친 여인의 살결처럼 부드럽고 관능적이다. 혹은 어떤 거대한 짐승의 내부 같은 이토록 이색적인 경험은 아마도 오래 가슴 속에 각인될 것 같다. 카메라를 대는 곳 마다 초현실적인 장면이 담긴다. 깊고 어두운 동굴 속에서 빛이 연출하는 예술은 때로 제임스터렐의 작품을 연상하게 한다.
그랜드캐년 그랜드캐년 그랜드캐년 그랜드캐년 주변 도시, 라스베이거스와 후버댐이 인간이 축조한 산물이라면 그랜드캐년은 신의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기이한 협곡과 웅장한 바위들을 소재로 신이 빚은 걸작의 예술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해돋이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동트기 전부터 출발을 서둘러야 한다. 버스로 산을 오르는 동안에 해가 먼저 뜨지는 않을까 마음이 분주하다. 3월의 새벽은 아직 춥지만 동이 트는 장면은 놓치기 아깝다. 어둠을 가르며 시나브로 붉은 기운이 장관을 연출한다. 이윽고 동녘에 붉은 해가 떠오르면서 장엄한 일출과 향연이 시작된다. 수만 년도 넘는 세월 동안 자연은 한 시각도 쉬지 않고 풍화의 흔적으로 대지를 조각해 온 셈이다. 지층을 이루며 융기되고 침식된 지형은 지구의 오랜 역사를 만들어 이 곳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지상 최대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랜드캐년 가는 도중, 윌리엄빌리지 어마어마한 거대자연 앞에 선 왜소한 인간은 문명의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나약하고 초라하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게 파인 골짜기만큼이나 장구한 세월이 오감으로 전해진다. 신이 인간의 세상에 허락한 이 위대한 창조물 앞에서 옷깃을 여미며 겸허하지 않을 수 없다. 압도되는 풍광에서 느껴지는 전율은 나도 모르게 탄성으로 이어진다. 이 곳,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드러낸 신기하고 장엄한 대자연 앞에 심취한 채, 걷는 동안 내 거친 호흡의 숨소리 만 들릴 뿐이다. 그랜드캐년 앞에 서면 누구나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존재하는 진정한 자아를 만나게 될 것이다.
글/그림. 임진우 (건축가 / 정림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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