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가 들려주는 병원경영 이야기] 병원이 재미있을 순 없을까 • 브라질의 A. C. 카마르고 암센터ARTICLE 2025. 7. 4. 14:33
질병이 빨리 효과적으로 치료되려면 적절한 치료약이나 의료기술과 함께 환자 본인의 의지가 필수적이다. 환자가 치료에 협조적이고 스스로 낫고자 하는 의지가 높을 때 같은 치료 방법이라 하더라도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 하지만 질병을 치료해주는 병원은 본의 아니게 많은 사람들이 무서운 곳, 가기 싫은 곳으로 여기며, 병의 증상이나 통증이 참을 만한 경 우 병원에 가지 않고 혼자 버티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어린이 환자들에게서 도드라진다. 병원에서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을 때 울거나 피하려고 하는 아이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병원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치료에 대 한 용기와 즐거움으로 바꿀 수 있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을까?
소아암 센터에 입원한 슈퍼히어로들
슈퍼히어로들이 악당들과 싸우다가 얻은 병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하는 병원이 있다. 이 병원의 환자들은 모두 슈퍼맨이거나 배트맨 혹은 스파이더맨이다. 그들은 모두 슈퍼히어로들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슈퍼 포뮬러Super formula라는 특별한 약을 투여받는다. 슈퍼히어로들은 영화나 만화에서와 같이 절대 죽지 않는다.
남미에서 가장 큰 암센터 중의 하나인 브라질 상파울루의 A. C. 카마르고 암센터에서 소아암 환자들은 실제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소아암 환자에게 슈퍼히어로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유명 글로벌 광고회사인 JWT 브라질이 기획하고 A. C. 카마르고 암센터와 워너브라더스가 함께 진행하는 슈퍼 포뮬러 프로젝트 덕분이다.
그들은 어린 환자들이 힘든 항암 약물치료에 거부감을 줄이고 힘과 용기를 가지고 암을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랐다. 거부감이 드는 항암제 팩을 슈퍼히어로의 마크가 그려진 멋진 케이스에 넣어 보이지 않게 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주요 내용은 슈퍼히어로들이 악당과 맞서는 도중 계략에 빠져 암에 걸리게 되지만 전문 의학박사의 도움으로 슈퍼 포뮬러를 투여받고 완치되어 다시 악당을 물리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겪는 일과 비슷한 일을 슈퍼히어로가 겪고 암이라는 난관을 슈퍼 포뮬러를 이용해서 극복한다는 내용의 만화를 보며 암 투병 중인 어린이들이 희망을 갖도록 돕는 것이다. 많은 어린아이들이 만화나 영화의 주인공을 동경하며 종종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바로 이 점을 이용한 것이다.
암을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
암을 이겨내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암은 여전히 두려운 존재다. 특히 소아 환자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항암치료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힘든 치료다. 때때로 치료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치료 효과에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지면 치료 효과는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환자의 순응도 compliance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암은 아직도 죽음과 가까이에 있다. 이제 막 피어나는 어린아이들이 암에 걸려 신음하는 것을 보는 일은 정말 슬프다. 이 아이들이 자신의 병이 낫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좌절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A. C. 카마르고 암센터의 소아 병동에서 이런 슬픈 모습은 보기 어렵다. 이곳의 어린이들은 슈퍼 포뮬러를 투약하면 만화 속 슈퍼히어로들이 그랬듯이 병마를 무찌르고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히어로 마크가 새겨진 슈퍼 포뮬러. (출처: A. C. 카마르고 홈페이지) 병원 내 곳곳에서 발견되는 슈퍼히어로들. (출처 : A. C. 카마르고 홈페이지) Doctor’s view
A. C. 카마르고 암센터 사례는 의료 외적인 요소를 가지고도 치료 효과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아주 좋은 사례다. 이것은 플라세보 효과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환자들에게는 더 큰 치료에 대한 동기와 순응도를 높여주고 도움을 주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병원 입장에서는 이러한 것을 다국적 기업과의 합작 프로젝트를 통해서 전 세계에 알림으로써 병원의 가치를 높이는 아주 좋은 홍보 전략이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 환자들에게 치료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고 그에 따른 치료 순응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어린이 환자들의 동심도 지켜주는 A. C. 카마르고 암센터의 전략은 배울 점이 많아 보인다.
환자를 좀 더 잘 치료하고 싶다는 것은 전 세계 모든 의료진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A. C. 카마르고 암센터의 사례를 통해 단지 의사의 지식을 늘리고 의료진들의 기술을 증진시키는 것만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음을 깨닫고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이 암센터는 병원을 무서워하는 어린 환자들에게 재미있는 테마로 병원의 문턱을 낮추었고 인터넷 동영상 광고를 통해 이런 내용을 널리 알렸다. 이런 프로모션 전략을 통해 병원을 성장시키고 수입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러한 특별함이 있는 병원이라면 가까운 지역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찾는 환자들이 꽤 많지 않을까?
우리나라에도 얼마 전에 타요 버스와 같은 캐릭터 버스라든지 라바로 도배가 된 지하철 등에 어린이들이 몰리는 것이 뉴스가 된 적이 있다. 아 이들에게 인기 있는 뽀로로나 타요 등의 국산 캐릭터들로 디자인된 재미 있는 어린이 병원이 생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만 이러한 것들 이 단순한 인테리어의 표현적이고 장식적인 요소가 아닌 치료와 질병의 호전에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서 병원 전체 홍보 전략의 한 부분으로 전략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글. 김우성 | GF 소아청소년과의원 대표원장
'ARTIC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HIBITION] 숨 쉬는 전통, 지속가능한 미래를 그리다 《생태의 집 – 한옥》 (1) 2025.07.04 [니켄세케이의 장애아동 생활 공간 이야기] 제3회 스태프와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 요건 “숙식형 체험” (1) 2025.07.04 [ISSUE] 교육과 체험, 휴식이 융합된 몰입형 복합문화공간 (0) 2025.07.04 [Special Column] 자연의 생명력과 에너지로 가득 채운 지속가능한 유리 돔 (4) 2025.07.04 [INVITATION] FlySolo Rehabilitation Medical Centre (2) 2025.07.04 [편집장 FOCUS] FORUM 130+ <제1회 국제 심포지엄> (5) 2025.07.04 [임진우 건축가의 '함께 떠나고 싶은 그곳'] 라스베이거스와 그랜드캐년 (1) 2025.07.04 재활 중심의 케어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 희연재활병원 (하) (2) 2025.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