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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호 원장의 책 해방일지]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volume.29 2022. 11. 30. 12:59
나의 책 해방일지. 5th.
내 책꽂이에서 오랜 기간 영어(囹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좋았던 책을 다시 꺼내는 시간.
내 책장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오랜 기간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책의 가치는 얼마일까? 책 한 권의 가격이 15,000원 정도지만, 저 책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의 가격을 포함해서 환산해 보면 가치는 더 비싸질 것이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책의 가치를 나는 잘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저 공간에 몇 달, 혹은 몇 년을 두는 것은 합리적인가? 자기 방이나 일하는 공간에 오랜 기간 자리를 차지하고 움직이지 않는 물건이 어느 정도 가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건의 가격과 차지하고 있는 공간의 지가를 합한 가격이, 물건이 가지고 있는 가치일 것 같은데,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으면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물건은, 언젠가 그 가치를 실현할 날이 올 수 있을까?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타밈 안사리 (Tamim Ansary) 지음 | 류한원 옮김 | 부키 | 2011
저자인 타밈 안사리(Tamim Ansary)는 1948 년생으로, 아버지는 아프가니스탄의 카불대 교수이고 어머니는 아프간 남자와 결혼해서 아프간에 정착한 최초의 미국인이다. 1964년 미국으로 이민 온 그는 911 사건 이후에 친구들에게 본인의 의견을 sns로 보냈는데 그것이 많이 알려졌고, 이후 대중에게 본인의 의견을 말할 기회를 가지게 되면서 결국 이 책까지 쓰게 되었다.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 Destiny Disrupted (원제목)》
동양인의 눈으로 본 세계사.. 이런 것은 안 나오려나. 어떻게 생각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배우고 알고 있는 세계는 유럽인의 세계사를 배운 것일 수도 있겠다. 올드보이에서 유지태가 멋진 말을 했는데, "당신의 진짜 실수는 대답을 못 찾는 것이 아니라, 자꾸 틀린 질문을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사람이 한국어 서문에 적어 놓은 것 중에서, 아랍의 봄이나 이런저런 일들이 '왜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왜 이제야 일어났는가'를 보아야 한다고. 그리고 역사라는 것은 한 가닥이 아니고, 여러 가지가 서로 얽혀서 지금에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가 역사를 보는 관점을 알 수 있다.
저자가 9살, 아프가니스탄에 살 때 토인비가 여행 중 자신의 마을을 지나갔었다. 동네에 역사를 좋아하는 아프가니스탄 꼬마가 있다는 말을 듣고, 토인비가 자기를 초대해서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선물로 인류 이야기(the story of mankind)를 주었단다.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토인비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토인비가 그렇게 한가했던 사람 같지도 않고, 바빴을 텐데, 마을에서 작은 아이를 만나서 이야기하고 차 마시고, 선물 주고, 그 아이는 그 이후에 이렇게 역사책을 쓰게 되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이런 게 운명적인 만남인가.
토인비 이야기를 잠깐 해보면, 토인비는 역사를 도전과 응전이라고 생각했다. E.H. Carr는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고, 일련의 승인된 판단이라고 했다. 승인은 누가 했을까? 승리자가 했겠지.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어떤 회사가 항암제를 만들었는데, 1000명의 실험자 중에서 999명이 죽고, 1명이 살아남았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살아남은 사람이 그 약 덕분에 살아남았다고 이야기하면, 그 사람의 이야기만이 전해질 것이다. 역사도 100개의 나라가 있었는데, 1개의 나라가 모두 없애고 혼자서 살아남는다면, 그 나라만이 모든 역사를 이야기할 것이다.
역사 책을 보면, 대부분의 강대국의 흥망은, 초기에는 미미하다가, 개혁과 개방을 하고,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받아들여 부흥을 하다가, 쇄국과 고립을 선택하면서 쇠락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순종(true-breed)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생명의 세계를 보면, 순종이 각종 질병에 취약한 것으로 되어 있고, 다양한 형질이 섞이는 것이 더 건강하고 좋은 결과를 보인다. 국가적으로도, 학문적으로도 그럴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배타적인 면이 특히 심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학문적으로도, 우리는 학부, 석사, 박사를 한곳에서 마치고 교편을 그 학교에서 잡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것은 학문의 근친상간이 아닌지. 개인적으로 일론 머스크의 화성 이주 계획이 성공했으면 좋겠는데, 지구에서 지금까지 5번의 대멸종이 있었고, 6번째 대멸종이 다가오는데, 역사의 순서로 보면 다음번 대멸종은 인류의 멸종인데, 지구라는 별에서 쇄국과 고립을 하지 말고, 다른 별로 옮기는 개혁과 개방이 없으면, 인류세의 시기에서 인류라는 우세종은 멸종할 것이다.
사람이 사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지. 주변의 친구들을 보았을 때, 대부분의 친구들이 나랑 같고, 나와 다른 생각이나 환경을 가진 사람이 없다면, 그 사람은 고립과 쇄국을 택한 나라의 운명과 비슷하지 않을까?
국가도 삶도 다양성을 추구하는 게 맞는다면, 생각도 다양성을 추구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우리는 너무 기독교적이고 서구 중심적인 세계관과 생각만을 배우고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세계에서 기독교 다음의 신도를 가진 이슬람교를 믿는 중동 국가에 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지 않은가? 지구의 인구는 정체기에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 이슬람권의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50년에는 지구 최대의 종교가 된다는데, 이슬람에서는 어떤 역사를 받아들였는지 한 번쯤은 궁금해 봐도 될 것 같다.
요즘 카타르에서 월드컵이 열리고, 사우디아라비아 최고 권력자가 한국을 방문해서, 중동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시기도 이 책을 읽기에는 적절한 시기 같다. 중동이 이슬람이라는 정신으로 묶여 있고, 열사의 나라라고 알려져 있지만, 같은 중동권인 이란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다는 스키장을 보유한 나라이고, 이슬람이라고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저자는 이슬람이 많이 사는 곳의 이름이 중동이라는 것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한다. 전부 유럽인의 입장에서 본 이름이다. 극동도 그렇다. 본인의 책에는 중동이라는 이름 대신에 중간지대라고 적었다.
유럽과 중국이라는 양대 문명이 있었고, 유럽에서 중국 쪽으로 가거나 중국에서 유럽 쪽으로 갈 때 중간에 사막과, 밀림, 히말라야라는 큰 산이 있어, 더 이상 나가기 어려운데 그 사이에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이 주로 살고 있었다. 이 땅은 꽤 넓은데, 물리적으로는 유럽과 미국을 합친 것보다 넓다. 과거 이슬람은 단일 정치 독립체제였고, 단일 정신세계이다. 그리고 지정학적으로 자원 때문에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곳의 역사를 잘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대부분의 역사는 승자의 역사이고 승자에게 받아들여진 사실이기 때문에 누구에 의해서 기록된 것인지에 의한 차이가 크다. 서구는 예수의 탄생 이전과 이후로 기록을 한다. 이슬람은 서구의 연수로 보면 622년의 히즈라가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원년이다.
서구의 역사 내러티브는 다음과 같다.
1. 문명의 탄생 :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2. 고대 : 그리스와 로마
3. 암흑시대 : 그리스도교의 부상
4. 부활 : 르네상스와 개혁
5. 계몽 : 탐험과 과학
6. 혁명 : 민주주의, 산업, 기술
7. 민족국가의 부상 : 제국을 향한 투쟁
8. 제1, 2차 세계대전
9. 냉전
10.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승리
이슬람 쪽에서 본 세계사는 이렇다.
1. 고대 : 메소포타미아와 페르시아
2. 이슬람의 탄생
3. 칼리 프조 : 보편적 통일체를 향하여
4. 분열 : 술탄 제국의 시대
5. 재앙 : 침략자들과 몽골족
6. 부활 : 3대 제국의 시대
7. 서양의 동양 침투
8. 개혁 운동
9. 세속 근대 주의자들의 승리
10. 이슬람주의의 반발
가령 역사를 보는 관점도 많이 달랐는데, 알렉산더 대왕이 세계를 최초로 정복했다는 관점도 다르게 보는데, 알렉산더 이전에 페르시아가 먼저 세계를 정복했고, 알렉산더는 페르시아를 정복한 것뿐이라고. 영화 300에도 나온, 페르시아와 그리스의 전투도, 유럽의 입장에서는 중요하지만, 페르시아 입장에서 보면, 페르시아 중심의 먼 곳에서 있었던 한 번의 전투일 뿐이라고.
서구의 역사에도 종교가 많은 영향을 주지만, 이슬람의 역사에서 이슬람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것 같다. 모든 게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해석과 관련된다. 세상 대부분 종교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이 부패했지만 너는 탈출할 수 있다." 하지만 무함마드가 설교하던 초기 이슬람은 이렇게 말한다. "세상이 부패했지만 네가 변화시킬 수 있다."
1. 서하다 : 신은 오직 한 분뿐이며 무함마드는 신의 사도라고 증언하기.
2. 살라트 또는 라마즈:매일 다섯 차례 정해진 기도 의식 올리기.
3. 자카트 : 매년 재산의 일정 비율을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기.
4. 소음 또는 로자 : 매년 라마단 달에 일출부터 일몰까지 금식하기.
5. 하지 : 가능하다면 일생에 적어도 한번 메카로 순례 여행 떠나기.
이슬람의 역사에서 십자군은 큰 영향을 주지 않았나 보다. 오히려 몽고의 침략이 더 큰 영향을 주었는데, 이민족 전쟁에서 패한 것이 큰 영향이었던 듯. 그전에 무함마드는 물을 포도주로 만들거나 죽은 사람을 살리거나 등등의 일을 하지 않고도, 전쟁에 이김으로 그가 신의 사도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래서 이슬람은 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몽고에 지고 나서는 그런 종교적인 믿음이 흔들렸다. 정복자인 몽고인에게는 종교적(영적)인 게 없었고 이후 정착한 몽고인들은 이슬람을 받아들였다. 결국은 정신적인 승리?
십자군에 대한 내용 중에서는, 십자군을 통해서 유럽이 받은 문화적인 영향이 이슬람이 받은 문화적인 영향보다 크고, 예루살렘은 이슬람 지역으로 보면 변방에 속하는 곳이라서 이슬람 전체로 봐서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았다. 십자군 이후에 유럽에서는 변화가 있었는데, 기사단도 많이 변했다고. 템플 기사단은 영향력 있는 은행가가 되었고, 구호 기사단은 로도스 섬을 차지하더니 해적이 되었고, 튜턴 기사단은 프러시아 영토의 상당 부분을 점령하고 15세기까지 지속되었다. 그 외의 다른 예도 들었는데, 결국은 종교를 빙자한 사업이었던 듯. 십자군이 왜 유럽에서 여러 차례 시도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도 들었는데, 나름 타당해 보였다.
1차 세계대전도 세계대전이라기보다는 유럽내전으로 보았다. 어떻게 사우디아라비아가 세워졌는지, 이라크, 이란, 요르단, 시리아 등등의 나라들이 어떻게 세워졌는지 적어 놨는데, 전부 유럽인들의 정치와 외교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이란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고, 미국의 역할이 어떻게 되었는지 적어 놨는데, 이런 역사를 보면, 이슬람 사람들은 참 힘들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역사의 시간을 봐서 앞으로 해결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앞으로도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한때는 저렇게 석유와 자원이 많은 나라는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했었는데, 우리나라같이 자원이 없으니까 강대국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나름 조용하게 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단군 할아버지가 너무 자원이 없는 곳에 자리 잡은 것은 좀 섭섭하고 아쉽긴 하다.
책꽂이에, 이 책 같이 서구적인 시각과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진 책이 한두 권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한 번쯤은 내 친구들을 생각해 보면서, 나와 다른 친구가 몇 명이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의 가치관이나 환경, 처해 있는 위치가 다른 사람이 주변에 많이 있다면, 나는 아직도 발전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환경에 있다고 생각되지만, 내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 보니, 모두 나와 같은 생각, 환경, 위치라면, 나는 쇄국적인 환경에 있는 것이고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글. 마태호 삼성제일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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