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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호 원장의 책 해방일지]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volume.31 2023. 1. 31. 21:55
나의 책 해방일지. 7th.
내 책꽂이에서 오랜 기간 영어(囹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좋았던 책을 다시 꺼내는 시간.
내 책장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오랜 기간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책의 가치는 얼마일까? 책 한 권의 가격이 15,000원 정도지만, 저 책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의 가격을 포함해서 환산해 보면 가치는 더 비싸질 것이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책의 가치를 나는 잘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저 공간에 몇 달, 혹은 몇 년을 두는 것은 합리적인가? 자기 방이나 일하는 공간에 오랜 기간 자리를 차지하고 움직이지 않는 물건이 어느 정도 가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건의 가격과 차지하고 있는 공간의 지가를 합한 가격이, 물건이 가지고 있는 가치일 것 같은데,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으면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물건은, 언젠가 그 가치를 실현할 날이 올 수 있을까?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김지현, 김동훈 저 | 어바웃어북 | 2019
자주 듣는 유튜브 방송 중에서, '언더스탠딩'이라는 방송이 있다. 어느 날,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님이 출연을 했다. 그분은 천문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서울대 물리학과를 입학하고 대학원에서 천문학을 하고, 서울대에서 천문학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사회자가 내가 물어보고 싶은 질문을 했다.
"천문학과를 졸업하면 취직은 잘 됩니까?"
하늘을 보면서 별 나라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땅바닥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다니... 그래, 나 속물이다.
땅바닥에서 모든 생각과 생활을 하고 있지만, 높은 곳을 바라보고, 하늘을 보고, 별을 따야 한다는 이야기를 이 책은 하고 있다. 나도 머리로는 인류가 지구라는 별에 고립되어 있으면 멸종을 면할 수 없고, 개혁과 개방을 하고, 지구라는 별을 벗어나지 않으면, 어떤 결말로 가는지는 예측할 수 있다. 책에서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보고 그곳을 여행해야 하는 이유가 우리의 고향이 거기이고, 본능이라지만, 인류가 하늘을 보고, 거기로 가야 하는 것은 존재를 위해서도 필수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천문학은 어려운 학문이다. 어쩌면 제일 어려운 학문일지도. 그렇지만, 공부가 아닌 즐기기 위한 학문으로의 천문학은 참 재미있다. 이 책은 그 재미를 알게 해 준다.
두 명의 작가가 글을 썼다.
김지현 : 서강대 물리학과 졸업. 안성 천문대장, 현임별 학교 교장
김동훈 : 연세대 기계공학과 졸업. 천체 사진을 찍고 있다.
이 책의 부제목은 '138억 년 우주를 가로질러 당신에게로'이다.
사람이 100년을 살기 쉽지 않은데, 138억 년의 시간은 얼마나 긴 시간일까.
책을 살 때, 띠지가 있는 책을 보면, 쓸데없는 낭비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은 띠지 디자인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첫 책이고, 띠지가 있을 때의 느낌과 띠지가 없을 때의 책 표지 느낌은 아주 다르다. 띠지가 있는 경우, 돌아갈 곳이 있는, 지구 대기권 위에 우주인이 떠 있는 느낌이다. 띠지가 없으면 검은색 우주에 우주인이 떠 있는 아주 막막하고 외로운 느낌이다.
언택트 시대를 살고 있지만, 오래전에 개봉된 콘택트 영화 이야기를 잠시 해보면, 조디 포스터 아빠가 조디 포스터에게, 이 넓은 우주에 인간만이 생명체라면 얼마나 많은 공간의 낭비인지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우주의 99% 이상은 빈 공간이고, 지구 등의 물질이 차지하는 비율이 정말 미미하다면, 빈 공간이 의미가 더 있는 것은 아닌가? 99%의 빈 공간을 놔두고, 지구의 유카탄반도에 떨어진 운석은 정말 드문 일이고, 그 운석으로 인한 기후 변화에 멸망한 공룡은 정말 운이 없었던 것일 수 있겠다.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이고, 태양계의 나이는 50억 년쯤 된다. 138억 년 전에 시작된 우주의 시작 이전에는 뭐가 있었을까? 138억 년 전부터 팽창이 시작된 우주는 지금도 팽창을 하고 있다. 만일 사람이 팽창하고 있는 우주의 끝에서 팽창 바깥 공간을 볼 수 있다면... 그 공간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책에서는 138억 년 전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그리고 팽창하고 있는 우주의 끝에서는 무엇이 있는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팽창하고 있는 138억 년의 시간과 공간만을 이야기하기에도 책의 두께는 만만치 않다. 그리고 그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멋진 사진이 너무 많다.
138억 년의 시간을 품고 있는 우주적인 입장에서, 지금 지구의 모습을 본다면, 지표면 위에서 왔다 갔다 하는 조그만 인간의 이런저런 일들이 한심해 보이지 않을까? 우주에서 보면, 집과 오피스만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오늘 하고 있는 고민은 진짜 중요한 문제일까?
지구는 모든 것을 지구 중심으로 잡아당기고 있다. 세상 사람들의 모든 고민까지... 그런데 이 대단해 보이는 지구도 태양에 비하면 정말 별 볼 일 없는 것이다. 태양계에는 태양 하나의 무게가 태양계 전체의 99.86%이다. 그래서 지구 위의 모든 것을 지구가 잡아당기고 있듯이, 태양계의 모든 것은 태양이 잡고 있다. 지구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지구가 우주에서 힘 좀 쓰는 것 같지만, 중간 보스라고 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태양계에 있는 많은 별들의 존재감도 태양 앞에서는 미미하다.
이 책은 이렇게 되어 있다.
1부. 별을 찾아 떠나는 탐험. 맑은 하늘을 찾아서, 별을 관찰하기 위해서 여러 곳을 다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준다.
2부 아름다운 우주의 풍경. 138억 년 우주의 모습을 찾아본다.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호주의 쿠나바라브란(Coonabarabran). 밤하늘을 관찰하기 위해 이동한 남반구의 관측 이야기를 해준다.
황도광. 46억 년 전 태양 주위의 물질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먼지. 황도(하늘에서 태양이 지나는 길)에 있어 빛을 산란시킨다. 은하수가 그림자를 만드는 곳. 황도광이 있거나 은하수 그림자가 보이는 곳은 깨끗한 하늘 아래에 있다는 뜻이다. 알면 보이고 모르면 안 보인다.
천체 관측을 위해서 호주를 방문하고, 미국 남서부 뉴멕시코주 해발 2200m 천문대를 방문했다. 그리고 다음의 장소들도 방문했다. 하와이의 빅 아일랜드. 세계적인 천문대가 있다. 몽골의 홉스굴호수(khovsgol), 노르웨이 북쪽의 스발바르제도, 스웨덴 북부지역 키루나.
도시 가까운 곳은 light dome 현상이 나타난다. 도시 불빛으로 뿌옇게 반원형의 층이 만들어진다. 별 보기 쉽지 않다. 별을 보기 위해서는 깜깜한 곳과 오염되지 않은 대기가 있는 곳을 찾아간다. 어릴 적, 집에 가는 길에 오리온자리를 알려주었던 친구가 있다. 그때는 가끔 밤에 별을 보면서 걸었던 즐거운 시간이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별 볼일이 없어졌다.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견우별과 직녀별은 지구에서 17광년, 25광년 떨어져 있다. 우리가 밤에 보는 견우별과 직녀별은 17년, 25년 전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어릴 적 집에 가다가 오리온자리를 가르쳐주던 친구와 나의 모습도 몇십 광년이 떨어진 별에서 지구를 관측하고 있다면 지금 보이겠구나... 하는 뜬 금 없는 생각을 했다.
3대 천문현상이 대유성우, 오로라, 개기일식인데, 지구에서는 2-3년에 한 번씩 어딘가에서 개기일식이 생긴다. 작가는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서 북극으로 갔다. 지금은 과학적으로 계산해서 예측이 가능하다. 이런 자연 현상을 가지고 예전에는 혁명이 일어나기도 하고, 전쟁의 빌미가 되기도 했었지만,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은 없겠지? 현실이, 가슴을 뛰게 하는 마법이다.
호주에서 지각 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아, 30억 년 전, 지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서호주 북쪽의 칼바리 사막 퇴적층은 4억 2천만 년 전 몸이 큰 동물이 최초로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온 흔적이 있다. 이런 것을 찾아내고 생각하고 증명한 사람들이 마법사 아닌가?
칼바리 사막 북쪽 해멀린풀(Hamelin pool)에는 35억 년 전부터 존재하는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가 있는데, 시아노박테리아가 만드는 돌이다.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냐면, 시아노박테리아는 지구에서 처음으로 산소를 만들어 냈다. 35억 년 전. 25억 년쯤에는 포화된 산소가 바다 밖으로 나오고, 4억 2천만 년쯤에는 바다 동물이 육지로 올라오고, 21억 년 전에 단세포 진핵세포 생명체 생겼고, 15억 년 전에 다세포 생물의 출현했다. 덕분에 우리가 존재한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지형지물이 그냥 돌덩이 일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만일 생명체가 귀찮아서 물에서 육지로 올라오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는 없었을지도.
지금 살고 있는 우리는, 수억 년 동안 우리 조상님들이 유아기와 아동기를 거쳐서 생식이 가능한 나이가 될 때까지, 질병이나 전쟁 등의 재난으로 목숨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존재가 가능한 것이다. 정말로 수억 년간 억세게 운이 좋았기 때문에 존재가 가능한 것이다. 만일 지나가다가 길에서 어떤 생명을 밟아서 죽인다면, 수억 년 후에 생길지 모르는 진화의 과정이 그 부주의한 발자국으로 중단되는 것이다.
이제 지구를 떠나서 138억 년 우주의 시간을 생각해 보자. 초기 우주를 설명하는 이론은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해낸 사람과 증명한(?) 사람들이 대단하다. 자연을 이해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인간의 익숙한 생각과 감각이다.
우주 나이 10억 년에 다양한 은하가 형성, 우리 은하는 우주 나이 90억 년에 생겼다. 우주는 지금도 팽창 중이다. 1000억 후의 후손이 있다면 외로울 것이다. 주변의 별이 너무 멀리 있어서 보이는 별이 거의 없을 것이다.
기원전 190년의 히파르코스는 별의 밝기를 나누었다. 그것을 아직도 쓰고 있다. 그 사람이 대단한 건가? 후대 사람들의 발전이 없는 건가? 북극성이 있는 작은 곰자리는 2등급부터 5등급까지의 별이 있다. 일곱 별이 모두 보인다면 별자리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오늘 밤, 우리 동네에서 별자리 여행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싶지 않은가?
지금의 천문대는 다양한 방법으로 하늘을 관찰한다. 컴퓨터와 인공지능은 기본이고, 망원경의 종류도 다양하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관찰하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도 관찰한다. 심지어 우주에까지 망원경을 올려놓았다. 그렇지만 망원경이 발견되기 전에는 천문대라는 이름이 있지만, 사람의 눈으로 관찰하고 기록했다. 맨눈으로 기록한 것을 우습게 볼 수 없는 게, 1500년대에 티코 브라헤는 맨눈으로 관찰한 25년간의 방대한 천체 기록을 남겼고, 천문대에서 일했던 케플러는 티코 브라헤의 기록을 바탕으로 행성 운동을 수학적으로 규명하고, 화성의 공전 궤도가 원이 아닌 타원이라고 알아냈다. 그리고 별의 속도도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냈다. 맨눈과 생각만을 가지고. 케플러는 천문대에서 일했지만 천연두의 후유증으로 시력이 나빴다. 시력이 나빠도 천문대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귀가 안 들리는데, 음악을 전공한 것과 같은 거라고 생각된다.
기술이 뛰어나다고 멋진 세상이 오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가방끈이 길다고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오늘 우리가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1969년 아폴로 11호를 달에 보낸 컴퓨터 보다 훨씬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1969년의 허접한 컴퓨터로 사람을 달에 보냈지만, 지금 우리는 이 훌륭한 스마트폰으로 돼지에게 새나 쏘는 일을 하고 있다.
요즘은 맨눈으로 관측하는 일을 기록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는 지구에서만 우주를 관측하지 않는다. 이제는 우주에 망원경을 보내서 관측한다. 1990년에 허블 망원경을 보냈고, 작년에 제임스 웹이라는 이름의 망원경을 보냈다. 허블 망원경은 책에 언급되지만 제임스 웹 망원경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망원경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가끔 정신이 안드로메다에 간 사람도 있다. 안드로메다는 250만 년 전의 모습을 지금 보여주고 있다. 빛의 속도로 다녀오는 데 500 만년 걸린다. 정신이 안드로메다에 갔다면 다시 오기까지 너무 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우리나라의 천문 관측소로 알려진 경주의 첨성대를 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만일 첨성대가 일종의 암호라고 생각을 해보면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첨성대는 별을 보는 장소였겠지만, 아마 그때까지의 모든 천문 지식을 모아 놓은 상징적인 물건 일 수도 있다. 연세대 마크의 독수리를 보면서, 고대 마크의 호랑이를 보면서, 대학의 이미지를 상상하듯이, 첨성대도 일종의 브랜드 이미지 일 수 있다. 첨성대를 만든 사람은 바보들이 아니다. 그 사람들은 그 시대의 석학이었을 것이고, 첨성대 안에 그때까지 알고 있는 모든 천문학 지식을 때려 넣었을 것이다. 작은 반도체 칩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작은 게 할 수 있는 게 뭐 있을까 하고 지나가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좋은 물건이듯이, 누군가가 이 비밀을 풀기를 바라면서 첨성대를 만든 것이라면, 볼 때마다 흥미가 생기지 않을까?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전과 다르다고 한다.
망원경은 네덜란드에서 발명되었고, 안경점에서, 군대에서 사용되었다. 별 관측에 처음 사용한 사람은 갈릴레이이고, 망원경을 개선해서 굴절 망원경을 만든 사람은 케플러(나름 능력은 있는 사람이다). 반사 망원경을 만든 사람은 뉴턴(뉴턴은 주식 투자를 빼고 나면 다 잘했던 것 같다.)
NASA에서 운영하는 '오늘의 천체사진(APOD)'에는 세계 각국에서 보내온 사진 중 가장 의미 있는 사진을 골라 소개한다. 천체 사진을 보고 싶으면 여기에 접속해서 보면 된다.
https://apod.nasa.gov/apod/astropix.html
태양계. 10만 광년 크기의 우리 은하 중심에서 2만 7000광년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별과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가 형성이 되어 있다는 것이 아니다. 태양을 중심으로 있지만, 태양도 우리 은하의 변방이다. 태양도 초속 220km 속도로 은하 주위를 회전하고 있다. 한번 회전하는데 2억 2600만 년이 걸린다. 태양의 나이가 46억 살이므로 지금까지 20번 정도 회전했다.
1977년 보이저 1호, 2호 발사. 보이저 1호는 가장 먼 곳을 가고 있다. 2025년에는 전지 수명이 다해서 통신이 끊어질 예정인데, 고장 나지 않으면 7만 년 후에야 태양과 비슷한 별 근처에 가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40년째 통신이 가능하다는 게 신기하다. 정말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인데.
같은 별도 위도가 다른 곳에서 관찰하면 보이는 위치가 다르다. 지구가 둥글다는 증거이다. 엄청난 관찰력이 필요하겠는데. 서울과 부산에서 북극성을 보면 2도 차이가 난다. 엄청난 옵세가 아니고서야 알 수 있을까? 그렇지만 아직도 지구는 편평하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중 상당수가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걱정된다.
세차 운동. 팽이의 축이 원을 그리면서 돈다. 지구의 자전축이 도는데 2만 5800년. 5000년 전 피라미드 건설 시 북극성은 용자리 투반. 지금은 작은 곰자리. 1만 2000년 후에는 직녀별이 북극성, 이집트 피라미드가 어느 별자리를 중심으로 건설되었는지 보면, 언제쯤 만들어졌는지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별의 색이 변하는 변광성으로 우주의 크기를 알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의 이름은 리피트(1868-1921). 여성이고, 청각장애인이고, 정식으로 천문학 교육을 받은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천체 사진 분석을 잘해서 하버드대 사진 분석 책임자로 일했다. 이 사람을 하버드대학교 천문대에서 일을 하게 발탁을 한 사람은 내부적인 반대가 없었을까? 한국에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여성으로 정식 교육도 받지 않은 사람이 대학교의 책임 있는 위치에서 있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은 1900년대 초에 이런 사람을 발탁했던 안목을 가진 사람이 새삼 궁금해진다.
코스모스 외에는 생각나는 천체 이야기책이 없는데, 코스모스는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읽었다는 것 외에는 기억나는 게 없는데, 이 책은 사진도 많고, 한국 사람이 쓴 책이라서 인가 술술 읽혔다. 이런 책을 읽고 다면 지구 위에서 지지고 볶고 있는 게 한심해 보이지만, 다시금 소시민으로 집과 사무실을 다니는 쳇바퀴 인생을 살고 있다. 태양의 남은 수명으로 예상되는 50억 년간 인류가 무사히 살기를 바라면서. 세상일이 복잡하고 머리 아플 때는 이런 책이 최고다.
이 책을 보면서, 새삼 물리학과 천문학을 하는 분들에게 존경심이 생긴다.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을 하다니.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지구는 30km/h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고, 태양은 220km/h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고, 보이저 1,2호는 우주 어딘가를 날아가고 있고, 138억 년째 팽창 중인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에게'
드라마 제목이 아니다. 작가의 에필로그에 있는 말이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 들어 있는 탄소는 어느 별에서 만들어진 것이 확실하다. 우리 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물의 수소는 빅뱅 이후 38만 년에 생긴 것이다. 우리 몸에는 138억 년의 이야기가 있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이것은 과거이다. 'across the universe' 하여 내가 여기에 존재한다. 이것은 현재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은 사람 중, 대부분은 100년 후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내 몸의 탄소와 수소는 또다시 across the universe 할 것이다. 그것은 미래이다.
글. 마태호 삼성제일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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