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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ITATION] 빛과 지각으로 완성한 치유 공간, 코펜하겐 안과 인스티튜트Copenhagen Eye InstituteARTICLE 2026. 4. 30. 21:53
빛과 지각으로 완성한 치유 공간, 코펜하겐 안과 인스티튜트
Copenhagen Eye Institute
250614_StP_CEI58819 스탠다드 프랙티스(Standard Practice)는 코펜하겐 중심부 그라브뢰드레토르브(Gråbrødretorv)에 위치한 코펜하겐 안과 연구소(Copenhagen Eye Institute)의 새로운 공간 설계 및 리노베이션을 완료했다. 이곳은 발데마르 잉게만(Valdemar Ingemann)의 역사적 건축물에 자리한 안과 전문 클리닉으로, 건축과 오브제 사이, 즉 삶이 이루어지는 경계를 탐구하는 스탠다드 프랙티스 스튜디오의 설계 철학인 ‘수공예 건축(Crafted Architecture)’을 구현한 작업이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중요한 레퍼런스 중 하나는 코펜하겐 외곽에 위치한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이었다. 이 미술관의 전시 공간은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방문객들은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낮추고, 천천히 움직이며, 작품을 오래 바라보게 된다. 스탠다드 프랙티스 스튜디오는 이러한 분위기가 빛, 재료, 그리고 공간이 전개되는 방식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주목했고, 이 감각을 헬스케어 공간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탐구했다. 이러한 논의는 자연스럽게 클리닉 내 예술 도입으로 이어졌으며, 클라이언트와 조각가 니콜라스 슈리(Nicholas Shurey)와 함께 소규모 전시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계기가 되었다.
글. 박하나 편집장
설계 및 제공. Standard Practice(standardpractice.co)
사진. Peter Vinther
‘사람’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의 명료성
스탠다드 프랙티스의 작업은 언제나 ‘사람’에서 출발한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명확한 목표 아래 진행되었다. 차분하면서도 정교하고, 동시에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치유의 공간을 만드는 것. 이는 자연 소재와 구조적 명료함, 그리고 섬세한 분위기 연출이 결합된 ‘장인적 감각’을 통해 구현되었으며, 그 결과 병원이라기보다 갤러리에 가까운 인상을 주는 헬스케어 공간이 완성되었다.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기쁨’이라는 가치가 자리한다. 디자인 속에서, 일상 속에서, 그리고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발견되는 기쁨이다. 예를 들어, 대기 중 시선을 사로잡는 하나의 작품, 공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끄는 부드러운 곡선, 혹은 빛에 따라 색이 변화하는 금속 리셉션 데스크와 같은 요소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순간들은 건축을 통해 ‘케어’를 표현하는 방식이며, 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전체 공간의 변모는 정교하게 제작된 목공 디테일, 조형적인 가구, 그리고 조각가인 니콜라스 슈리(Nicholas Shurey)의 상설 작품을 통해 구체화되었으며, 더 나아가 ‘지각과 시각’을 주제로 한 큐레이션 전시가 프로젝트의 개념적 확장을 이끈다.

250614_StP_CEI58999 치유를 적극적으로 돕는 인테리어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의 기업 사무공간을 안과 클리닉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단순한 기능적 전환을 넘어, 시술 전후 시각적으로 민감한 환자를 보호하고, 불안을 완화하며, 의료진의 효율적인 동선을 지원하는 등 ‘치유를 적극적으로 돕는 인테리어’를 구현하는 것이 핵심 목표였다.
클라이언트는 의료 공간으로서의 신뢰성과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단한 마감재나 과도하게 밝은 조명으로 인해 환자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은 피하고자 했다.
설계 개념은 ‘지각(perception)’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특히 빛, 프라이버시, 동선의 흐름을 통해 낯선 의료 프로세스를 보다 직관적이고, 절제되며,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만드는 것이 주요 과제였다. 이는 ‘수공예 건축(Crafted Architecture)’이라 정의하는 스튜디오의 접근 방식과도 깊이 맞닿아 있으며, 그 결과 개별적이면서도 인간적인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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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614_StP_CEI58859 ‘시각’과 ‘지각’에 대한 탐구로 공간에 스토리를 더하다
클리닉은 밝고 절제된 기본 팔레트를 중심으로 계획되었다. 이는 의료 공간으로서의 명료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무광 화이트 벽면, 유럽산 화이트 오크 바닥재, 그리고 밝은 톤의 덴마크산 메이플 목재가 공간의 기초를 이룬다.
이러한 베이스 위에는 압출된 C-프로파일 유리를 건축적 파티션으로 활용했다. 이는 프라이버시와 공간 스케일을 확보하는 동시에, 빛을 부드럽게 확산시키고 실루엣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맞춤 제작된 메이플 프레임 안에 곡면 유리를 적용함으로써, 회화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며 ‘시각과 지각’에 대한 프로젝트의 탐구를 공간적으로 확장한다.
밝은 요소들과 대비를 이루는 어두운 포인트로는 월넛 목재와 열처리된 이리데슨트(오묘한 색감을 지닌) 스틸이 사용되었다. 이러한 재료는 특히 리셉션 데스크와 같이 방향성과 집중도가 중요한 영역에 선택적으로 적용되었다. 특히 이리데슨트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특별히 개발된 만큼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 각 금속 판은 표면의 패턴을 조율하기 위해 수작업으로 폴리싱되었고, 이후 워크숍의 오븐에서 초 단위로 시간을 정밀하게 제어하며 가열되었다. 이를 통해 깊은 보라색, 황토색, 스모키 블루와 같은 색감을 구현한 뒤, 물에 급랭시켜 마감을 고정했다.
이 과정은 의도적으로 실험적이며, 다소 높은 리스크를 동반한다. 그 결과 미세한 차이들이 오히려 더욱 풍부한 색감과 질감의 스펙트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러한 예측 불가능성은 오브제에 고유한 개성을 부여하며, 빛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표정을 만들어내 동일한 모습이 반복되지 않는 특징을 가진다.
또한 예술 작품들은 절제된 색감과 서사를 더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이는 전체적인 공간의 차분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경험을 한층 풍부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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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614_StP_CEI58887v2 매끄럽게 이어지는 공간의 연결성이 하나의 시퀀스로 확장되다
공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리셉션 데스크가 명확한 기준점으로 작용하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지점을 출발점으로 클리닉은 단순히 폐쇄된 진료실들이 이어지는 복도가 아닌, 서로 연결된 일련의 공간 시퀀스로 전개된다.
이동의 흐름은 사인이나 표지에 의존하기보다, 공간의 볼륨과 곡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도된다. 이는 기존 건축물의 기하학적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이용자는 직관적으로 동선을 인지하게 된다.
리셉션과 대기 공간 사이에는 곡면 유리 벽이 배치되어 있다. 이 요소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동시에, 방문객을 환영의 순간에서 휴식과 관찰의 공간으로 부드럽게 이끈다. 확산 유리를 통해 보이는 시야는 깊이감을 압축하고, 뒤편의 활동을 흐릿하게 만들어 시각적 노이즈를 줄인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중앙에 설치된 니콜라스 슈리(Nicholas Shurey)의 조형 작품으로 향한다. 이는 방문객을 공간 안쪽으로 이끄는 동시에, 잠시 멈춰 관찰할 수 있는 지점을 제공한다. 변화하는 형태를 지닌 이 작품은 천천히 바라보는 경험을 유도하며, 긴장을 완화하고 생각을 가라앉히는 일종의 ‘여백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대기 공간에서 진료 공간으로 이동할수록 동선은 보다 직접적으로 전환되며, 이때부터는 의료진이 주요 안내자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상담실과 시술실로의 이동은 절제되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전반적인 전환 과정은 인간적인 경험으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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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614_StP_CEI58889 공간을 통해 치유적 평안함을 주는 예술적 장치
많은 환자들에게 안과 방문은 불확실성과 긴장을 동반하는 경험이다. 스튜디오는 방문객이 도착하는 순간부터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공간은 안정적이고,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하며, 조용한 자신감을 전달하도록 구성되었다.
이 과정에서 디테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간은 제작 방식의 완성도와 섬세함을 통해 ‘케어’를 전달하며, 이는 환자들이 안과 전문성에서 기대하는 정밀성과도 은은하게 맞닿아 있다.
동시에 스튜디오는 이 경험 속에 작은 ‘의외성’을 담고자 했다.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보고, 인지하고,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순간들이다. 이는 치료 자체를 방해하기 위함이 아니라, 보다 차분한 심리적 리듬을 제공하기 위한 장치이다.
궁극적으로 이 공간은 방문객이 충분히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과 함께, ‘생각이 깃든 장소’, 그리고 기억에 남는 경험을 했다는 인상을 남기기를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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