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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FOCUS] The 17th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6ARTICLE 2026. 4. 30. 22:10
AI 시대, 병원의 새로운 패러다임
New Paradigms for Hospitals in the Age of AI
대한병원협회가 매년 개최해 온 『Korea Healthcare Congress(KHC)』가 올해로 제17회를 맞이했다. 이번 「The 17th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6(이하 2026 KHC)」는 “AI 시대, 병원의 새로운 패러다임(New Paradigms for Hospitals in the Age of AI)”을 대주제로, 4월 9일부터 10일까지 양일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AI 시대를 맞아 전 세계 의료 환경이 디지털 헬스케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다양한 변화를 조망하고 방향성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특히 국내외 의료 현장에서 AI 기반 시스템이 어떻게 구축·활용되고 있는지, 초고령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돌봄 생태계와 시니어 주거 모델이 어떤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는지를 폭넓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는 곧 국내 의료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가늠하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평가된다.
행사 첫째 날에는 ‘AI와 의료산업’을 주제로 한 논의가 진행되었으며, 둘째 날에는 ‘세계 병원 혁신 사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그중 둘째 날 열린 포럼에서는 <건강플랫폼으로서 시니어하우징>을 주제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해당 세션은 송현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병원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주서령 경희대학교 주거환경학과 교수가 ‘지속가능한 에이징 인 커뮤니티(AIC) 실현을 위한 시니어하우징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어 최재우 국민건강보험공단 통합돌봄정책개발센터 부연구위원과 신용호 해안종합건축사무소 개발기획본부 본부장, 임진환 KB헬스케어 대표, 장미선 전북대학교 주거환경학과 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해, 국내 시니어하우징의 발전 방향과 실현 방안에 대해 다각적인 논의를 펼쳤다. 이에 매거진HD는 둘째 날 진행된 <건강플랫폼으로서 시니어하우징> 포럼의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관련 논의를 상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취재. 박하나 편집장
포럼 <건강플랫폼으로서 시니어하우징>
<발제>
지속가능한 에이징인커뮤니티(AIC) 실현을 위한 시니어하우징의 미래
Sustainable Aging in Community: Future Directions for Senior Housing
_주서령 경희대학교 주거환경학과 교수
2024년 12월 말,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공식 진입했다. 2050년대에는 고령화율이 무려 39.68%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희대학교 주거환경학과 주서령 교수는 ‘지속가능한 AIC(Aging in Community) 실현을 위한 시니어하우징의 미래’라는 발표를 통해, 급변하는 인구 구조 속에서 노인 주거 정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노인을 대하는 관점이 수명 연장 중심에서 개인의 자율성과 이동성을 중시하는 ‘활력수명’으로 변하고 있음을 짚었다. 그러나 현실의 주거 환경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노인 78.2%가 자녀와 떨어져 거주할 만큼 1인·부부 노인가구가 보편화 되었지만, 국내 시니어 주거 시설은 고소득층을 위한 ‘시니어타운’과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로 양극화되어 있어 소득 5~8분위의 중산층은 철저한 주거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주서령 교수 글로벌 스탠다드, ‘살던 곳(AIP)’을 넘어 ‘지역사회(AIC)’와 통합되다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노인을 외딴 시설에 수용하는 방식을 버리고, 지역사회와 어우러지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기존의 ‘살던 곳에서 나이 들기(AIP)’ 개념에서 진일보하여, 지역사회 내에서 지속 가능한 교류를 보장하는 ‘AIC(Aging in Community)’로 패러다임이 전환된 것이다.
- 덴마크: 1987년 법 개정을 통해 전통적인 요양시설의 신규 건설을 전면 금지하고, 독립생활이 가능한 자립형 주택과 포괄적 돌봄이 제공되는 요양형 주택 중심으로 거주 환경을 바꿨다.
- 네덜란드: ‘복지국가’에서 ‘참여사회’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사회주택을 활용한 ‘군집형 주거’를 확산시켜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는 돌봄 체계를 구축했다.
- 일본: 고령자가 도보 30분 이내(인구 1만 명 규모의 중학교 학구) 거리에서 의료, 개호, 주거, 예방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누릴 수 있는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미래 시니어 주거의 핵심 트렌드: ‘세대 통합’과 ‘스마트 안전망’
주 교수는 글로벌 시니어하우징의 구체적인 트렌드로 ‘세대 통합 공간’과 ‘첨단 기술의 접목’을 꼽았다.
덴마크 오르후스시의 ‘Generation Hus’는 노인 자립형·케어형 주택뿐만 아니라 가족, 청년, 장애인 주택이 한데 섞여 있는 대표적인 세대 통합형 공동체다. 내부에는 보육시설과 체육관이 있어 다양한 세대가 일상을 공유한다. 싱가포르의 ‘Kampung Admiralty’ 역시 지하철역과 연결된 주상복합 건물에 노인 주택과 메디컬 센터, 유치원, 슈퍼마켓을 한곳에 모아 지역 사회의 허브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1인 노인가구의 고독사를 예방하고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AI와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결합한 비접촉식 스마트 헬스케어 솔루션이 요양원은 물론 일반 주택에도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추세다.
“시설은 주택처럼, 주택은 시설처럼”… ‘마지막 집’을 위한 과제
주서령 교수는 시니어 주거의 미래 방향성으로 ‘생애주기적 관점에 따른 세분화’를 제시했다. 65세 이상을 하나의 획일화된 집단으로 보지 않고, 건강 상태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다변화된 주거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치매 환자라도 스스로 통제하고 움직일 수 있는 자립 환경을 조성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은 돌봄 기능이 강화된 시설처럼, 시설은 내 집같이 안락한 주택처럼” 진화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미래의 시니어하우징은 단순히 늙어서 쫓겨가듯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생을 마감(다잉 인 플레이스, Dying in Place)할 수 있는 ‘마지막 집’이 되어야 한다. 주 교수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민간, 공공, 의료 기관이 이분법적 구조를 깨고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패널>
최재우 국민건강보험공단 통합돌봄실 통합돌봄정책개발센터 부연구위원
국민건강보험공단 통합돌봄실 통합돌봄정책개발센터의 최재우 부연구위원은 이번 발제에서 통합돌봄 제도의 현황을 짚고,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하는 ‘AIP(Aging in Place)’ 실현을 위한 주거 영역 서비스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건보공단 통합돌봄정책개발센터는 지난 6년간 보건복지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통합돌봄 시범사업을 평가하고 제도를 개선해 온 국내 유일의 전담 연구 부서다.

최재우 부연구위원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돌봄, 다부처 협력 체계 가동
통합돌봄은 노환이나 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대상자가 요양시설이나 병원이 아닌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 장기요양, 일상생활 지원, 주거 등의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연계해 제공하는 정책이다. 장기요양 재가급여 수급자, 병원 퇴원 환자, 중증 장애인(지체·뇌병변) 등이 우선 지원 대상이며, 향후 2027~2028년에 걸쳐 대상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앙정부(보건복지부)가 법적·재정적 기반을 마련하면, 기초지자체(시·군·구)가 컨트롤 타워가 되어 대상자를 발굴하고 맞춤형 서비스 계획을 수립한다. 현장 최일선인 읍·면·동에서 실질적인 밀착 관리를 수행하며, 건보공단 등 4개 전문기관이 이를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구조다.
핵심 주거 지원 서비스: 집수리부터 맞춤형 안심 주택까지
최 부연구위원은 통합돌봄의 필수 요소인 보건·의료·요양·주거 중에서도 아직 정비가 필요한 ‘주거 영역’에 주목하며, 현재 추진 중인 두 가지 핵심 사업을 소개했다.
- 주거환경 개선 서비스: 대상자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1인당 최대 200만 원(소득별 본인부담금 차등) 한도 내에서 실내 환경을 개조하는 사업이다. 문턱 제거, 미끄럼 방지 타일 및 화재 감지기 설치, 문 교체 등을 지원하여 낙상 등의 안전사고를 예방한다.
- 케어안심주택: 안전한 돌봄 환경이 조성된 주택(공공/민간/사회주택 등)에 거주하며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는 모델이다. 이미 충남 청양, 경기 안산 등에서는 1~2층에 치매안심센터, 보건소 인력, 커뮤니티 시설을 배치하고 그 위층에 대상자가 거주하는 특화된 형태의 안심 주택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퇴원 환자의 안정적 사회 복귀 돕는 ‘중간집’ 모형 도입
특히 의료기관이나 시설에서 퇴원·퇴소한 환자가 자택으로 복귀하기 전 임시로 거주하며 회복할 수 있는 ‘중간집(단기 회복형 지원 주택)’ 모형도 도입됐다.
중간집 입주자는 최대 3개월간 거주하며 지자체 통합돌봄 부서와 보건소의 협업 아래 필수적인 보건의료 및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이는 급성기 병원 치료 후 지역사회로 복귀하는 환자들에게 든든한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 통합돌봄을 위한 과제
끝으로 최 부연구위원은 주서령 교수의 발표에 공감을 표하며, 향후 통합돌봄과 주거 정책이 나아가야 할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AI 및 IoT 기술을 접목한 고도화된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의 보편적 보급이다. 둘째, 고령자의 건강 상태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다양한 주거 유형의 개발 및 관련 법적 정비다. 셋째, 노인들만 고립되어 거주하는 형태를 벗어나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세대 통합형 주거 모델’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합돌봄 본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만큼, 실질적인 주거 인프라 확충과 보건의료 서비스의 유기적인 연계가 제도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2. 신용호 해안종합건축사무소 개발기획본부 본부장
설계 현장에서 실버타운 공급을 주도해 온 해안종합건축사무소 신용호 개발기획본부장은 이번 발제에서 “수요자의 생애주기와 입지적 욕구를 고려한 새로운 공급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신용호 본부장 “80세 이상도 건강하다”… 후기 고령자 대상 주거 모델의 부재
신 본부장은 기존의 ‘액티브 시니어(노인복지주택)’와 ‘후기 고령자(요양원)’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실제 시장과 괴리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80세가 넘어서도 개별 생활이 가능한 ‘건강한 후기 고령자’들이 대거 등장했지만, 정작 이들은 노인복지주택 입소를 거절당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라며 “특히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여성 후기 고령자를 위해 단위 세대 크기를 줄이고 식사 및 커뮤니티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특화 공간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도심 지향성 반영한 ‘3단계 분류 체계’ 제안
과거 전원형 위주였던 실버타운 입지는 이제 ‘도심형’으로 완전히 재편되고 있다. 신 본부장은 이를 입지와 수요층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했다.
- 하이퍼엔드(Hyper-end) 도심형: 한남동, 강남 등 최상위 입지에 위치한 모델이다. 보증금 수준이 50억 원을 상회하며, 기존 거주지의 인프라와 커뮤니티를 유지하려는 AIC(Aging in Community) 욕구를 충족시킨다.
- 하이엔드(High-end) 도심형: 목동, 위례, 과천 등 인프라가 검증된 대체 주거지에 조성된다. 하이퍼엔드 거주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상급 병원 연계 등 강력한 의료 케어 서비스가 핵심 경쟁력이다.
- 지역 거점 도심형: 동탄, 안양 등 수도권 주요 거점에 1,000~2,000실 규모의 대단지 형태로 공급된다. 단지 내에서 모든 생활이 가능한 자족형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 감성 케어’: 기기를 넘어 관리자의 마음까지
기술 활용에 대해서는 기존의 웨어러블 장치 중심에서 벗어나 ‘스마트 감성 케어’로 전환해야 한다는 독창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신 본부장은 “실버타운의 서비스 질은 결국 감정노동자인 요양보호사와 관리자들의 업무 강도에 달려 있다”라며 “AI가 입소자의 대화 이력과 건강 상태를 분석해 적절한 답변 가이드를 제공함으로써 관리자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방식이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케어”라고 강조했다. 이는 관리자의 업무 능률을 높여 결국 입소자에게 더 질 높은 서비스로 돌아가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현실적 공급을 위한 정책적 제언: ‘역모기지론’의 유연화
마지막으로 신 본부장은 실버타운 공급 확대를 가로막는 정책적 걸림돌을 짚었다. 가장 큰 장벽은 월 300만 원에 달하는 높은 생활비(관리비)다.
그는 “현재 주택연금(역모기지론)은 본인 집에 거주해야만 수령이 가능해 실버타운 입소 시 활용하기 어렵다”라며 “실버타운에 입소한 후에도 기존 자산을 활용해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역모기지론 정책을 실버타운 입소자와 연계하는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신 본부장은 “공급 현장에서는 5년 전부터 분투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도와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정책 당국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3. 임진환 KB 헬스케어 대표
KB헬스케어 임진환 대표는 이번 발제에서 ‘에이징 인 플레이스(AIP)’를 넘어 ‘웰다잉(Well-dying)’으로 이어지는 생애 주기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임진환 대표 “AIP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일”… 금융의 역할 변화
임 대표는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은 20년, 50년 후에도 시설이 아닌 내가 살던 집에서 사람답게 살다 생을 마감하는 것”이라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세 가지 축으로 정책, 재원, 기술을 꼽았다.
특히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강력한 재정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금융 그룹 차원에서의 변화를 시사했다. 그는 “현재 거주하지 않아도 신탁이나 역모기지론을 시설 이용 및 돌봄 서비스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금융 상품의 유연화를 고민하고 있다”라며 시니어들이 자신의 자산을 노후 주거 환경 개선에 효율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건강 자산’을 지키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임 대표는 기대 수명과 건강 수명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AIP 실현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롱제비티(Longevity, 장수)’ 기술의 역할을 강조했다.
- 예측과 예방: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통해 개인의 생활 패턴과 건강 상태를 분석하면 인지 저하나 근감소증 같은 노쇠 현상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
- 건강 수명 연장: 사전에 예방하고 관리함으로써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죽기 전까지 살던 집에서 건강하게 지내는 기간을 늘릴 수 있다.
그는 “재정 자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건강 자산’이며, 이를 미리 예방하고 관리하는 기술이 통합돌봄 정책의 실질적인 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너레이션 믹스’와 자연스러운 공동체 형성
주서령 교수가 언급한 ‘세대 통합(Generation Mix)’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밝혔다. 90년대 조성된 일산 신도시가 현재 고령화되고 있지만, 주변의 신도시와 맞물리며 자연스럽게 세대가 어우러지는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임 대표는 “미래 노년층은 젊은 층의 감성을 공유하고 기술의 도움으로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며, 인위적인 분리가 아닌 자연스러운 공동체 안에서 어울려 사는 삶이 가장 행복한 노후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웰다잉을 위한 ‘다잉 인 플레이스(Dying-in-Place)’
마지막으로 그는 행복한 노후의 종착역으로 ‘다잉 인 플레이스’를 제시했다. 이는 병원이나 차가운 의료기관이 아닌, 익숙하고 따뜻한 나의 집에서 존엄하게 임종을 맞이하는 것을 의미한다.
임 대표는 “데이터와 재정, 거버넌스 논의의 끝은 결국 모두가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지키는 것”이라며, “정교한 기술과 금융 지원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웰다잉이 완성될 수 있다”라고 제언했다.
4. 장미선 전북대학교 주거환경학과 교수
전북대학교 주거환경학과의 장미선 교수는 이번 발제에서 지난 4년간의 노인 주택 개보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노인 주거 정책의 네 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장미선 교수 “물리적 개선은 기본, 핵심은 사람 간의 관계”
장 교수는 건축과 주거 환경 전문가로서 물리적 설계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노인 연구의 끝은 결국 ‘사람’임을 강조했다. 그는 “잘 설계된 주택은 노인 낙상 사고를 40%가량 줄일 수 있는 예방적 효과가 확실하다”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만난 노인들은 익숙한 환경을 개선하는 것보다 사람과의 관계, 그리움을 채워줄 서비스를 더 절실히 원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통합돌봄 본사업 예산 삭감 및 보편성 약화 우려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본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오히려 주거 지원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장 교수는 “전주 지역의 경우 시범사업 당시 400만 원 수준이었던 주택 개보수 예산이 본사업에 들어서며 대상이 축소되고 금액도 100~150만 원 수준으로 삭감되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고령화가 소수 취약계층만의 문제가 아님을 언급하며, “인구 구조의 변화를 고려할 때 주거 개보수 사업은 특정 계층을 넘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보편적 복지 서비스로 확대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부처간, 부서간 ‘따로 국밥’ 행정… “일본식 공동 주무 모델 도입해야”
주거 지원의 가장 큰 걸림돌로는 부처 간, 부서 간 ‘칸막이 행정’을 꼽았다. 노인 주거는 주택, 의료, 돌봄, 생활 인프라가 결합된 복합 영역이지만, 이를 단일 부처가 담당하기에는 구조적 제약이 크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일본 사례를 언급하며 “복지와 주거를 아우르는 다부처 협업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지방자치단체 내부에서도 부서 간 협업이 원활하지 않은 점 역시 개선 과제로 꼽았다.
장 교수는 “일본은 ‘고령자 주거지원법’을 통해 우리나라의 복지부와 국토부에 해당하는 부처 장관이 공동 주무 부처가 되어 정책을 추진한다”라며 “우리나라도 다부처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지자체 내에서도 부서 간 벽을 허물어 의료, 돌봄, 주거가 통합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고급화 대신 ‘가성비’… 노인이 주체가 되는 커뮤니티
최근 늘어나는 고급 실버타운(하이엔드) 열풍에 대해서도 냉철한 분석을 내놓았다. 화려한 설계도 좋지만, 대다수 노인이 이용할 수 있는 ‘부담 가능한(Affordable)’ 지속 가능한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서비스를 돈으로 해결하기보다 입소자들이 자신의 재능 기부나 자원봉사를 통해 스스로 서비스를 창출하고 운영에 기여하는 ‘역량 강화형 커뮤니티’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장 교수는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서비스 접근성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영구임대주택의 경우 복지관 등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상대적으로 서비스 이용이 용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노인을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서비스 운영에 참여하는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며 역량 강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결국 노인 주거 정책의 핵심은 ‘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있다. 장 교수는 “주거, 돌봄, 관계가 통합된 구조 속에서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재설계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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