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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사의 Care-Full Space] 집은 줄이고, 일상은 더 풍성하게카테고리 없음 2026. 6. 4. 09:48
고급 시니어주거의 공간은 무엇으로 그 가치를 설득하는가 ②

Levande The Cambridge 웰니스센터 ©사진:필자 지난 1편에서는 고급 시니어주거의 가격이 입지에서 출발하지만, 입지만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좋은 입지는 이주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낮추고, 운영과 케어는 실제 이주의 이유를 만든다. 그렇다면 공간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이번 시드니 벤치마킹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고급 시니어주거의 공간이 “노인을 위한 시설”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기존 주거에서 누리던 생활방식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집을 관리하는 부담만 덜어내는 방식에 가까웠다. 즉, 다운사이징은 단순히 작은 집으로 옮기는 일이 아니었다. 주거 면적은 줄어들 수 있지만, 생활의 선택지와 일상의 품격은 오히려 더 풍성해질 수 있어야 그 가치를 설득할 수 있다.


좌) Hyegrove Willoughby 3BR ©홈페이지 , 우) Aveo BellaVista Haven 펜트하우스 ©필자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주거공간,즉 유닛(Unit)의 크기였다. 한국에서 흔히 생각하는 소형의 시니어주거 평면과 달리, 시드니의 프리미엄 단지들은 3베드룸 중심의 여유 있는 평면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하이그로브윌로비(Hyegrove Willoughby)의 3베드룸 유닛은 시니어 전용 주거라기보다 고급 레지던스에가까운 형태로 거실에는 벽난로가 계획되어 있고, 다양한 취미활동과 가족및 지인 방문까지 수용할 수 있는 생활의확장성을 반영한 구조였다.
주차와 창고 역시 충분한 규모로 제공하고 있었다. 중산층 이상의 시니어 고객에게 자동차, 취미용품, 계절별 물건은 단순한 짐이 아니라 오랫동안 살아온 생활방식의 일부다. 따라서 시니어주거가 “불필요한 것을 줄이라”고 요구하는 순간, 이주는 매력적인 선택이 아니라 상실의 과정이 된다. 반대로 충분한 주차와 수납공간은 다운사이징의 심리적 저항을 낮춘다.
커뮤니티시설에서도 차이가 보였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단순 규모가 큰 공간보다는 입주민의 다양한 성향과 취향을 반영한 공간 계획이었다. 라운지, 라이브러리, 와인룸, 시네마, 루프탑, 아트룸, 게임룸처럼 성격이 다른 공간들이 균형있게 배치되어 있었다. 특히 마크모란보클루즈(Mark Moran Vaucluse)는 내집 현관을 나서면 바로 공용복도겸 홀에 아트리움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는 소규모 라이브러리와 게임 공간을 두고있었다.1층의 넓은 카페라운지에 가지 않더라도, 집 가까운 곳에서 자연스럽게 머물고 이웃과 마주칠 수 있었다.하이그로브윌로비의 와인 라커룸역시대규모 행사 공간이 아니라 소규모로 취향을 나누는 프라이빗한 사교 공간에 가까웠다.


좌) Mark Moran Vaucluse 아트리움 ©홈페이지, 우) Hyegrove Willoughby 와인라커룸 ©필자 이 점은 한국 시니어주거 계획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고급 시니어 고객에게 커뮤니티는 반드시 많은 사람이 함께 모이는 공간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관계를 강요받는 방식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좋은 커뮤니티 공간은 사람을 억지로 모으는 곳이 아니라, 원할 때 적당한 거리로 관계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곳이다.
식당도 단순한 급식공간이 아니었다. 베이트리 바이 아덴시(The Baytree by Ardency)의 식당은 수공간이 있는 메인 정원과 맞닿아 있었고, 실내 천장에 은은하게 비치는 물그림자가 공간의 분위기를 더했다. 마크모란보클루즈(Mark Moran Vaucluse)의 Botanica 레스토랑은 단지 내부 식당이라기보다 지역에 개방된 고급 레스토랑에 가까웠고, 더 케임브릿지 앤 에핑(Levande The Cambridge)의 최상층 프라이빗다이닝룸은 CBD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는 탁 트인 조망을 식사 경험의 일부로 만들고 있었다. 답사에서 본 식당들은 단순 “식사를 제공하는 곳”이라기보다 단지의 품격과 일상 경험을 만드는 공간이었다.


좌)The Baytree by Ardency식당, 우)Levande The Cambridge 28층 PDR ©필자 한국의 시니어주거에서 식당은 종종 의무식 여부나 운영 효율의 문제로 논의된다. 반면 사용자 또는 방문객 입장에서 식당은 시니어 레지던스의 고급화 수준,즉 가격의 합리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식당이 급식공간처럼 보이면 고객은 생활수준이 낮아졌다고 느낄 수 있다.시니어 주거단지 내좋은 식사 공간의방향성은 의무식의 부담을 줄이고 외식의 즐거움을 단지 안으로 가져오는 것이며, 이는 시니어 고객으로부터 이주가기존 생활의 축소가 아니라 부담을 줄인 업그레이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드롭오프존과 로비도 같은 맥락이었다. 아베오벨라비스타헤이븐(Aveo Bella Vista Haven)은 드롭오프에서 로비로 들어서는 순간, 높은 천장과 인공호수, 식당과 라운지가 한 시야에 들어왔다. 하이그로브윌로비 역시 호텔식컨시어지와 리셉션, 드롭오프존을 통해 도착 경험을 세심하게구성하였다.
고급 호텔,리조트,럭셔리레지던스,프라임오피스에서드롭오프와 로비가 첫인상을 결정하듯,고급 시니어 주거에서도 도착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특히시니어 주거는 고객본인과 가족이 오랜 고민 끝에 방문하는 공간이다.이들이 처음 체감하는 것은 브로셔에 있는 수많은 서비스 목록이 아니라, 도착하는 순간의 분위기와 환대,안정감이다.


Aveo Bella Vista Haven 로비 후면 인공호수 ©필자 결국 이번 시드니 사례에서 공간의 핵심은 “무엇을 더 넣었는가”가 아니라 “어떠한 장치로 기존 삶의 수준을 유지시키는가”였다. 넓은 평면과 수납은 가족 방문과 취미생활을 유지하게 하고, 소규모 커뮤니티 공간은 관계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외로움을 줄인다. 고급화된 식당과 드롭오프존은 집을 줄인 뒤에도 생활의 품위가 낮아지지 않았다는 감각을 만든다.
한국에서도 시니어주거를 계획할 때 커뮤니티시설 면적이나 프로그램수만을 경쟁적으로 늘리는 방식은 충분하지 않다. 상위 자산가 시니어가 비용을 지불하는 공간은 단순히 큰 시설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생활방식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다.
다운사이징은단순히 작아지는 것이 아니다.좋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이 감당하던 관리, 식사, 이동, 관계의 부담을 공간과 운영이 나눠 갖는 일이다.고급 시니어주거의 공간은 작아진 집을 보상하는 부대시설이 아니라, 생활의 부담을 덜고 일상의 품격과 선택지를 넓히는 구조여야 한다. ■
글. 신문정 건축사해안건축 개발기획본부 (시니어레지던스 TFT 팀장)
신 문 정
해안건축 개발기획본부 (시니어 TFT 팀장) | 건축사
시니어레지던스 분야 실적
- 동작구 시니어레지던스 개발사업 (2026~)
- 부천 요양시설 신축공사 (2025~)
- 구리갈매 역세권 실버스테이 (2025~)
- 과천 막계 시니어 레지던스 복합개발 (2024~)
- 한남동 하이엔드 시니어레지던스(소요한남)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