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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을 맞이하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의료분야카테고리 없음 2021. 11. 30. 18:34
200개가 넘는 국제 건강 저널의 편집자들이 모여 지난 10월 기후위기에 대한 행동촉구를 발표했다. "산업화 이전 평균보다 1.5도 높아진 온도와 생물 다양성의 지속적인 손실은 지구와 인간 건강에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유엔 COP26 기후변화회의에 참석할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의료관계자들에게 전하는 메세지이다. 이들은 앞으로 국제적인 논의를 통해 기후 위기에 대한 방안을 설정함으로써 인간에게 닥칠 즉각적인 영향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지금의 의료시스템 역시 주요한 탄소배출원이고, 이러한 상황에 이르기까지 기여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여러 방면에서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가장 위험한 요인은 기온 상승이다. 최근까지의 연구에서 1991년과 2018년 사이 고온으로 인한 사망 중 3분의 1이 기후위기와 연관되어 있다고 추정한다. 21세기 후반까지, 10억 명의 사람들이 그늘에서조차 육체 노동이 위험한 지역에서 살 것이라는 연구가 있다. 또한 호주나 미국은 점점 산불 발생 빈도와 그 강도가 높아지면서 그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유독가스에 노출되고 있다.
다른 요인으로는 기후 위기로 인한 농작물 수확량 감소를 예로 들 수 있다. 2050년대부터 수확량이 평균 10% 이상 감소하여 식량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반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짐으로 인해 작물의 영양소 질을 낮아질 수 있다. 한편 더 높은 온도와 잦은 홍수는 수인성 감염과 모기 매개 질병의 확산을 가속화할 것이다.
세계은행은 효과적인 기후 행동이 없다면, 2030년까지 1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빈곤층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빈곤은 난민과 그로 인한 지역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 작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가뭄과 홍수,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은 일반 정신질환이 장기간 지속되었다는 결과가 있다.
이에 따라 각국에서 내놓은 기후 적응 전략은 현재에 닥친 위기에 약간 희망을 준다. 몇몇 국가는 열경보 시스템을 도입하여 생명을 구하고, 기후 데이터를 적용한 전염병 예보는 사람들을 뎅기열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닥칠 예상할 수 없는 결과이다. 예를 들어 에어컨의 사용이 증가하면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리고, 이는 온실가스 배출과 다른 형태로의 오염을 증가시킨다.
무엇보다 각 분야에서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C 이하로 유지하고 가급적이면 1.5도 이하로 유지하기로 한 파리 기후 협약의 목표를 지키기 위한 더 거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은 심각하지만, 건강 편익의 가치만으로도 완화 비용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 분야에서는 화석연료를 깨끗한 재생에너지로 더 빠르게 대체하면, 공기 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를 연간 360만명 예방할 수 있다.
식품분야에서는 어떨까. 현재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0%를 기여하고 있는 식품 시스템에서 붉은 고기 생산을 줄이고 과일과 야채의 소비를 늘림으로써 건강과 기후 둘 다 이득을 볼 수 있다. 2019년 지속 가능한 식사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EAT-Lancet Commission은 "채식 기반의 식단"으로 전환하면 21세기 중반까지 연간 천만 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건축 분야에서는 단열재를 강화하여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실내 공기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개선된 환기시스템을 집에 설치함으로써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도시에는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이나 걷기, 자전거 타기를 장려하여 신체활동을 증가하면서 대기 오염을 줄일 수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이미 이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얻기 위해 정치인들에게 전 세계 350개 이상의 보건 기구가 G20 국가 지도자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부터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중심에 환경을 둘 것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의료관계자들은 의료분야에서는 탄소배출이나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재고해야 할 시스템이 있는지 역시 확인해보아야 한다. 2019년 Health Care Without Harm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의료분야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4%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국가로 따질 경우 세계에서 5번째로 큰 배출국이 될 것이다. 또한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은 일회용 마스크 사용으로 인한 플라스틱 오염과 같은 2차 환경적 피해를 입힌다.
의사들도 자신의 선택에 따라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천식 휴대용 흡입제를 처방할 때에도 생산 시 탄소발자국이 많이 드는 정량식 흡입제 대신 건조분말흡입제를 처방할 수 있고, 데스플루란처럼 탄소발자국이 큰 마취제는 피할 수 있다. 코로나 19로 활성화된 원격의료가 환자 수송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아가 칸 개발 네트워크는 저소득층과 중산층 국가에 에너지 효율이 높은 의료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기후변화회의에서는 배출량 감축 목표와 재정적 의무를 둘러싼 국가 간의 치열한 논쟁이 주가 되어, 기후 위기로 희생되는 인간들의 건강권에 대해 잊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은 지구의 환경과 인간의 건강은 밀접하게 얽혀있다. 그래서 기후변화의 싸움에서는 의료종사자들이 최전선에 서 있을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