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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Column] 경희대학교 의료경영MBA 상하이 연수 탐방기ARTICLE 2026. 4. 30. 21:22
상하이에서 본 병원의 오늘, 그리고 재활의 내일
병원에 들어서면 습관처럼 가는 곳이 있다. 바로 물리치료실이다. 나는 물리치료사로 시작해 지금은 병원 마케팅·컨설팅을 한다. 그런데 24년이 몸에 밴 직업병은 어디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4월 9일부터 12일까지, 경희대학교 의료경영MBA 학과 동료들과 함께 3박 4일간 중국 상하이를 다녀왔다. 상하이 자후이(Jiahui) 병원 견학과 중국국제의료기기박람회(CMEF) 참관이 이번 연수의 두 축이었다. 이번 상하이에서도, 마음은 역시 물리치료실로 먼저 향했다.

경희대학교 의료경영MBA 학과 동료들과 방문연수기념촬영 자후이병원 — 한산함이 주는 반전
자후이병원은 2017년 개원한 상하이 최초의 정부 인가 국제병원이다. 35개 진료과, 약 500병상, 영어·한국어·일본어를 포함한 7개 언어 통역 서비스를 갖춘 곳이다. 규모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었지만, 병원에 들어선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달랐다.
여기가 종합병원 맞나?
복도는 넓고 조용했다. 응급실도 고요했다. 이렇게 큰 병원이 운영이 되는 걸까 싶었는데, 이유는 금방 밝혀졌다. 환자는 앱으로 예약하고 예약 시간에 맞춰 와서 대기 없이 진료를 마치고 떠난다. 병원에 머무는 시간 자체가 짧은 것이다. 한국처럼 접수 후 한 시간을 기다리고, 진료실, 검사실 앞에서 또 기다리는 구조가 아니다.
이 시스템은 자후이병원이 자체 개발팀을 꾸려 직접 만든 것이다. 기존 상용 EMR이 병원의 환자 중심 철학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환자 앱, 의료진 모바일 포털, 자동화 보험청구 시스템, 만성질환 관리 시스템. 이 네 가지를 자체 구축했다. 의사가 처방을 입력하면 각 팀에 업무가 자동 분배되고, 환자는 검사 결과와 복약 알림을 앱으로 받는다. 혈압·혈당 자가 측정값을 앱에 입력하면 만성질환 관리 시스템에 자동 연동돼 치료 목표 달성률까지 관리된다.
병원을 돌고 나서 한산함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결국 하루 내원 환자 수를 직접 물어봤다. 본원과 클리닉 합산 하루 5,000명 정도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고요한 공간에서 하루 5,000명이 다녀간다니. 병원이 한산한 이유는 환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환자가 오래 머물 필요가 없어서였다.
우리나라처럼 전쟁 같은 응급실도, 번호표를 쥐고 지치도록 기다리는 대기실도 없었다. 그 이유가 결국 시스템이었다. 앱 예약부터 진료, 결과 수신까지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흐름. 몸이 아픈 상황에서 기다림까지 견뎌야 하는 병원이 아니었다. 원하는 진료를 받고, 원하는 답을 얻고, 그냥 떠나면 됐다.
CS 강의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장면이 달리 보였다. CS란 결국 환자 경험을 좋게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후이병원의 이 시스템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CS가 아닐까. 친절 교육이나 미소 캠페인이 아니라, 환자가 불편할 틈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 환자의 병원 방문 여정 전체를 설계한 것.

자후이병원 환자 동선 안내도- 경희대 마스코트와 물리치료실 — 디지털과 재활 사이의 간극
드디어 물리치료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들어서자마자 묘한 기시감이 왔다. 내가 2000년대 초 병원에서 처음 잡았던 기계들이 거기 있었다. 병원 전체 면적에 비해 공간도 작았다.
더 놀란 건 그 다음이었다. 안내 담당자가 "중국 내에서 물리치료 시스템을 제대로 갖춘 병원이 몇 안 된다"고 했다. 자후이병원이 그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라는 뜻이었다.
첨단 디지털 인프라와 한 세대 뒤처진 치료 기기가 한 건물 안에 공존하고 있었다. 중국 의료의 불균형한 성장이 이 한 장면에 압축돼 있는 것 같았다.

자후이병원 물리치료실 CMEF — 규모에 압도되고, 재활의 미래에 놀라다
둘째 날은 상하이 국가전시컨벤션센터(NECC)에서 열린 CMEF 참관이었다. 국내 코엑스 의료기기 박람회의 3배 이상 규모라는 말을 들었는데, 실제로 들어서자 그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하루를 온전히 써도 전시장을 다 돌지 못할 규모였다.
GE·Siemens·Philips·Mindray가 나란히 들어선 전시장은 의료영상, 체외진단, 수술 로봇, 스마트 병원 솔루션까지 의료산업 전체를 한 공간에 펼쳐 보였다. 중국의 의료기기 산업이 완제품 생산까지 수직 통합을 이미 마쳤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는 자리였다.
아쉽게도 재활관련 구역은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다. 귀국 후 자료를 찾아보고 나서야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실감했다.
CMEF 2026 재활 분야의 3대 축은 외골격 로봇,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반 재활 장치, AI·센서 기반 재활 플랫폼이었다. 뇌졸중·척수 손상 환자의 보행 재활을 위해 AI가 실시간으로 보행 패턴을 분석·보정하는 외골격 로봇, 뇌파(EEG)로 로봇과 전기 자극기를 제어하는 BCI 기반 재활 시스템이 전시됐다. 웨어러블 센서와 스마트 슈트가 근육 활성도와 보행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 재활 계획을 자동 업데이트하는 솔루션도 있었다.
강조된 메시지는 하나였다. 병원 재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퇴원 후 집과 지역사회까지 이어지는 지능형 재활 생태계. 자후이병원 물리치료실에서 느꼈던 간극이, 이 전시물들과 겹쳐 보였다. 중국 재활의료는 지금 한쪽에서는 뒤처져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미 미래를 전시하고 있었다.

중국국제의료기기박람회(CMEF) 전시장 전경 이번 연수는 질문을 안겨줬다. 그리고 그 질문들이 아직도 머릿속을 맴돈다.
환자를 얼마나 기다리지 않게 하는가. 재활의 가치를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가. 한국 물리치료는, 이 흐름 앞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24년의 직업병은 상하이에서도 어김없이 발동해서 물리치료실에 마음이 먼저 갔다. 그런데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 작은 공간이 속한 병원 전체로, 그 병원이 속한 의료 시스템 전체로 눈이 따라갔다. 지금 나는 의료경영을 배우면서 그 시선을 조금씩 넓히는 중이다. 물리치료실 한 칸이 아니라, 그 칸이 속한 병원 전체를. 병원 한 곳이 아니라, 그 병원이 속한 의료 시스템 전체를. 지역 사회 전체를.
자후이병원의 고요한 복도, 2000년대 기계들이 놓인 물리치료실, 다 돌지 못한 CMEF 전시장. 이 장면들이 내게 물리치료사의 눈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여줬다. 시스템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것. 그리고 그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경영의 일이라는 것.
상하이는 그래서 좋은 자극이었다. 아직 배우는 중이지만, 방향은 분명해졌다.
글 | 정경
대한병원실무전문가협회(KAPS) 협회장
바스제로 맵 대표. 경희대학교 의료경영MBA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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