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장 FOCUS] 2026 한국노년교육학회의 춘계 학술대회 및 워크숍카테고리 없음 2026. 6. 4. 08:21
2026 한국노년교육학회의 춘계 학술대회 및 워크숍
‘세대공동체와 노년교육 : 공존, 돌봄, 학습’
2026 한국노년교육학회 춘계 학술대회 및 워크숍이 지난 5월 15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열린관 대강당에서 ‘세대공동체와 노년교육: 공존, 돌봄, 학습’을 주제로 개최됐다. 이번 학술대회는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세대 간 공존과 돌봄, 학습의 의미를 함께 성찰하고, 세대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노년교육의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실천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며, 학문적 논의와 현장 실천을 연결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매거진HD는 이날 발표된 주요 프로그램 가운데 김찬호 성공회대 초빙교수의 기조강연 ‘세대를 잇는 배움의 인연’을 비롯해, 주제발표인 김정진 서원대 평생교육진흥본부장의 ‘RISE 기반 세대공동체 교육모델 구축 사례: 청년-신중년-노년이 함께하는 지역 평생교육 생태계’, 박민선 이화여대 연령통합고령사회연구소 연구교수의 ‘사회복지와 세대공동체 사례: 일상 기반 세대공유 공간의 구조와 의미’ 발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취재. 박하나 편집장

김찬호 성공회대 초빙교수 기조강연
‘세대를 잇는 배움의 인연’ _김찬호 성공회대 초빙교수
“높은 사람이 아랫사람이 말하는 것을 듣고, 노인이 젊은이에게 귀 기울이는 세계는 축복받아야 한다.” 《탈무드》에 등장하는 이 격언은 고령 사회에 진입한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세대 간 단절이 심화되고 있으며,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이 만연해 있다. 김찬호 성공회대 초빙교수는 기조강연 ‘세대를 잇는 배움의 인연’을 통해 연령의 장벽을 허물고 세대가 함께 성장하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단절된 세대, 대화가 두려운 청년과 존경받지 못해 슬픈 어른
현재 우리 사회의 세대 간 소통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영국 BBC가 한국의 ‘꼰대(KKONDAE)’를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든 사람’이라고 조명했을 정도다. 조사 지표를 살펴보면 세대 간의 인식 차이와 소통의 어려움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 표 1] 대면 소통에 대한 2030 세대의 두려움 ( 단위 : %, 출처 : 마크로밀엠브레인 ‘2024 년 외로움 관련 인식조사 ’) 또한 5060세대의 75.6%는 “젊은 세대가 자신들을 존경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으며, 이로 인해 슬픔(22.0%), 초라함(20.4%), 허탈함(19.6%) 등의 감정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060세대 스스로는 40.6%가 “나는 자녀에게 존경받을 만한 어른이다”라고 답했으나, 2030세대 중 “나의 부모는 존경받을 만한 어른이다”라고 동의한 비율은 66.8%에 달해 인식의 차이를 보였다.
나이 차이를 뛰어넘은 우정, 역사 속 ‘망년지교(忘年之交)’
현재처럼 연령차에 의해 엄격한 위계서열이 형성된 것은 근대 학교 체제가 확립되면서부터다. 필립 아리에스의 저서 『아동의 탄생』에 따르면, 과거에는 학생의 연령보다 가르치는 과목이 더 중요했으며 배우기를 원하는 어른이 아이들 속에 섞여 함께 배우는 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여겼다. 전통 사회에서는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허물없이 사귀는 벗을 뜻하는 ‘망년지교(忘年之交)’ 문화가 존재했다.
퇴계와 고봉
두 학자는 무려 26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13년간 110통 이상의 편지를 교환하며 사단칠정 논쟁부터 일상사까지 폭넓게 교류했다. 퇴계는 아들뻘인 고봉을 학문적 도반으로 깍듯하게 예우했다.정란과 김홍도
조선 최초의 전문 산악인으로 불리는 정란과 당대 최고의 화가 김홍도 역시 스무 살의 나이 차이를 넘어 예술적 감흥을 나누며 교류했다.정약전과 창대
영화 <자산어보>의 실제 인물인 이 두 사람의 만남은 신분과 나이를 뛰어넘은 교학상장의 대표적 사례다. 당대 최고의 유학자인 정약전은 청년 어부 창대에게 글을 가르쳤고, 창대는 평생 축적한 바다 생물 지식을 정약전에게 나누어 주며 최초의 어류 도감을 함께 탄생시켰다. 이들은 사제지간이라기보다는 동학(同學)에 가까웠다.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비스듬한 관계’와 상호 배움
나이를 가로질러 배움을 주고받는 모습은 문학과 현대 사회 곳곳에서도 발견된다.-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소년은 80일 넘게 고기를 잡지 못한 늙은 어부에게 “전 할아버지에게 배울 것도 많고 뭐든 다 가르쳐 주셔야 하니까 빨리 나으셔야 해요”라며 깊은 애정과 지지를 보낸다. 겸허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이러한 쌍방향의 배움은 노인이 패배를 딛고 살아있음의 축복을 누리게 한다.
- TV 예능 프로그램 <최강 야구>에서 은퇴한 프로 선수들은 까마득한 고교·대학생 후배들과 치열하게 대결하며 그들의 플레이에 경탄하고 자신의 약점을 배운다.
- 바둑계의 거목 서봉수 9단 역시 “나는 하수다. 후배에게 배우는 게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며 후학에게 기꺼이 배우는 노년의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앞으로 다가올 100세 시대에는 종(縱)과 횡(横)으로 함께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도반’이 필수적이다. 김찬호 교수는 수직적 위계가 아닌 세대 간의 ‘비스듬한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제안한다.젊은 세대와 배움의 벗이 되기 위해 기성세대는 인구, 성취, 재력 등 자신의 기득권을 자각하고 인정해야 한다. 또한, 선배의 실패 경험을 후배의 자산으로 삼을 수 있도록 세대가 삶을 공유하며 편안하게 관계 맺을 수 있는 장(場)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연소자와 연장자가 각자의 경험과 지식, 기억, 비전을 공유하는 공동 학습 프로그램(예: 청년이 노년의 자서전을 써주는 ‘아름다운 대필’ 등) 기획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교육학자 파울로 프레이리의 말처럼, 연령과 세대의 장벽을 허물고 상대방을 통해 놀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참된 성장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발표1
‘RISE 기반 세대공동체 교육모델 구축 사례:
청년-신중년-노년이 함께하는 지역 평생교육 생태계’_김정진 서원대 평생교육진흥본부장
김정진 서원대학교 평생교육진흥본부장(교육학박사, 평생교육전공)은 지난 2026 한국노년교육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RISE 기반 세대공동체 교육모델 구축 사례: 청년-신중년-노년이 함께하는 지역 평생교육 생태계’를 주제로 발표하며, 서원대가 충북 지역에서 추진 중인 다층적 평생교육 사업의 성과와 비전을 공유했다.
대학, ‘생애학습캠퍼스’로 전환하다
발표에 따르면 2025년부터 본격 시행된 RISE 체제하에서 평생교육은 대학에게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기존 학령기 학생 중심의 전통적 모델에서 벗어나, 대학 인프라를 전 생애에 걸친 학습 및 경력개발 거점으로 재정의하는 ‘생애학습캠퍼스’ 개념이 핵심이다.
김정진 본부장은 이러한 전환이 단순한 구호가 아님을 강조했다.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대학의 지속가능성 확보,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재직자 리스킬링·업스킬링 수요 폭발, 그리고 양질의 평생학습 기회를 통한 지역 정주여건 개선이라는 세 가지 절박한 필요성이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충북 신중년 취창업 사관학교 — 취업 91명, 창업 8팀 달성
서원대가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분야는 신중년 대상 취창업 지원이다. 2025년 7월부터 7억 원 규모로 운영 중인 ‘충북신중년취창업사관학교’는 40~70대를 대상으로 직업훈련 9종, 직무향상 9종, 취업박람회 1회 등 총 19종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수강인원 1,194명, 취업 91명이라는 실적을 냈다.
골프전문캐디, 응급처치강사, 청소위생관리사, 부동산경매전문가, 창직컨설턴트, 드론조종사 등 실용적 직업훈련 과정이 특히 호응을 얻었다. 2025년 12월에는 구인기업 20개사가 참여한 취업박람회를 개최해 구직자 100명 중 2명이 현장에서 취업에 성공하기도 했다.
생애설계 과정에서도 건강관리, 자기개발, 여가관리, 심리안정, 사회공헌, 창업멘토링 등 21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목표인원 520명 대비 364명이 수강 신청해 365명이 수료했고, 8팀이 실제 창업에 성공했다.
충북생활기술학교 — 인생 2막을 위한 실전 기술 교육
퇴직 후 새로운 직업을 모색하는 신중년을 위한 ‘충북생활기술학교’도 주목할 만하다. 건축도장, 방수기능사, 지게차, 인테리어필름 등 11개 실전 기술 과정을 운영하며 수료인원 147명, 취업 20명을 달성했다. 서원대, 충북도, 충평원, 서원노인복지관이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해 교육부터 취업까지 원스톱 지원 체계를 마련한 것이 성과의 배경이다.
5080 자조학습 플랫폼 ‘충북인생학교’
50대부터 80대까지 인생 2막을 지원하는 ‘충북인생학교’는 충북 11개 시군 평생학습센터 내에 인생학교를 설치·운영하는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원대를 컨트롤타워로 청주, 제천, 충주, 진천, 단양, 괴산, 옥천, 보은, 증평, 영동, 음성 등 11개 지역에 거점을 두고, 인생재설계교육, 사회공헌 일자리, 자조적 학습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한다.
시니어 인턴제를 통한 중장년 일과 학습 활동 지원,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학습공동체 활동 지원 등도 병행되고 있어, 단순한 교육을 넘어 노년기 사회적 고립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년마이스터칼리지 — 기술명장 육성으로 지역 정주 유도
평생교육이 노년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원대는 ‘청년마이스터칼리지’를 통해 충북 지역 청년 기술명장 육성에도 나섰다. 청년명장 150명 육성 인증, 명장교육 520명 이수, 명장 멘토링 175회를 사업 목표로 삼고, 반도체·바이오 등 충북 주력 산업과 연계한 재직자 교육 및 스킬업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충북예비명장에서 충청북도명장, 나아가 국가품질명장·대한민국명장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인증 체계를 구축한 점이 특징적이다. 2025년 11월에는 35명이 충북청년명장 공모 인증을 받았고, 충북청년명장협회가 창립됐다. 건국대 글로컬캠퍼스와의 협력을 통해 호남권까지 모델 확산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6년 4월에는 전주대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지역 맞춤형 평생직업교육 협력체계 구축에 나섰다.
백년서원 — 충북 153개 읍면동에 학습 공간을 깔다
서원대의 평생교육 사업 중 가장 광범위한 인프라를 갖춘 것은 ‘백년서원’이다. 충북 153개 읍면동에 서원대학교 학습공간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로, 현재 35개 백년서원이 지정 운영되고 있다.
85개 프로그램에 1,200명이 수강하고, 34개 백년서원에 학습매니저가 파견되어 학습자 모집과 교육관리를 담당한다. 인문, 사회, 공예, 디지털, 댄스, 건강관리 등 90종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강사 및 학습매니저 132명을 양성하고,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 74명을 배출하는 등 교육 인력 확충에도 힘쓰고 있다. 고졸 검정고시반과 마을기업 창업교육도 함께 운영된다.
AI 디지털칼리지 — 시니어도 AI 시대에 동참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AI디지털칼리지’ 사업도 진행 중이다. 경로당, 노인복지관 등 시니어가 일상적으로 모이는 공간을 찾아가 스마트폰 기초 및 생성형 AI 활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청주, 진천, 증평 지역에서 48건의 생활밀착교육을 진행했으며, AI디지털칼리지 창업 캠프를 통해 7개 기업이 창업했고, AI디지털 전문강사 16명과 신규강사 29명을 양성했다. 현재 청주 13건, 진천 25건, 증평 1건 등 39건의 교육 신청이 접수된 상태다.
세대공동체 교육, 왜 지금인가
김정진 본부장은 이 모든 사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세대공동체’를 제시했다. 이는 시니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단순히 노인을 위한 교육에 그치지 않고, 노인과 청년이 서로에게 배우는 평생학습의 파트너십을 확인시켜 줄 수 있다는 관점에 기반한다. 청년마이스터칼리지에서 기술명장이 청년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백년서원에서 세대가 함께 학습하며, AI디지털칼리지에서 청년 강사가 시니어에게 디지털 역량을 나누는 구조 자체가 세대공동체 교육의 실천이라는 설명이다.

주제발표2
‘사회복지와 세대공동체 사례:
일상 기반 세대공유 공간의 구조와 의미’_박민선 이화여대 연령통합고령사회연구소 연구교수
박민선 이화여자대학교 연령통합고령사회연구소 연구교수는 2026 한국노년교육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사회복지와 세대공동체 사례: 일상 기반 세대공유공간의 구조와 의미’를 주제로 발표하며, 전주시의 ‘함께라면’ 사업을 중심으로 세대공유공간이 어떻게 세대 간 연결을 만들어내는지를 질적 연구를 통해 분석한 결과를 공유했다.
세대가 분리된 시대, ‘공유공간’이라는 해법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며 한국 사회의 공동체적 공간 구조는 크게 약화됐다. 경로당은 노인들의 공간, 카페는 젊은 세대의 공간, 키즈카페는 영유아 가정의 공간으로 세대별 이용이 분리되면서, 서로 다른 세대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 자체가 사라졌다.
박민선 교수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세대공유공간이란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다양한 세대가 공간을 공유하며 접촉하고 상호작용하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이라고 정의했다. 최근 국제적으로도 생활권 안에서 세대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공간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함께라면’ — 라면으로 시작된 전주형 복지 실험
연구의 중심이 된 ‘함께라면’은 전주시가 운영하는 복지사업이다. 복지관 내부나 인근에 라면 조리 및 취식 공간을 조성해 주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다. 원래는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위기에 처한 가구를 발굴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으나, 점차 누구나 이용하는 열린 지역 공간으로 확대됐다. 2024년 6개소에서 2025년 8개소로 늘어나며 복지관뿐 아니라 청소년센터 등으로 운영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박민선 교수 연구팀은 함께라면 이용자 12명(2개 기관)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인터뷰를 실시했다. 참여자 연령은 37세부터 83세까지 다양했고, 복지관을 기존에 이용하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고루 포함됐다.
공간의 네 가지 구조적 특성
연구 결과, 함께라면 공간에는 세대 간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네 가지 구조적 특성이 있었다.
첫째,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체육공원이나 산책로 인근에 위치해 일상 동선 속에서 자연스럽게 방문이 이루어졌다. 유리창 너머로 내부가 훤히 보이는 개방적 구조가 심리적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둘째, 누구나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었다. 연령 제한도, 등록 절차도, 비용도 없다. 한 이용자는 이 공간이 일반 음식점이나 카페보다 문턱이 낮아 편하게 들고 날 수 있다고 했고, 마을 신문을 운영하는 지역활동가조차 자신의 공간보다 훨씬 개방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셋째, 머무름 속에 각기 다른 일상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새벽 근무를 마치고 점심 대용으로 라면을 먹으러 오는 40대, 학원 차를 몰다가 커피 한 잔 내려 마시는 60대, 손주들과 놀다가 들르는 할머니, 경제적 어려움에 끼니를 해결하러 주 5회 찾아오는 사람까지 — 저마다의 이유로 같은 공간에 모여 식사하고, 수다 떨고, 쉬어간다. 특히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던 한 이용자는 함께라면이 들어오면서 은둔의 세상에서 빠져나와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증언했다.
넷째, 지역사회와 연결된 공간으로 기능했다. 이용자들이 집에만 있는 친구를 데려오고, 지역 봉사자들이 수시로 들러 도움을 주며, 동네 행사나 봉사 소식 같은 지역 정보가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장이 됐다.
라면이 여는 세대 간 대화
박민선 교수가 특히 주목한 것은 이 공간에서 세대 간 교류가 어떻게 ‘점진적으로’ 형성되는가였다.
노년 이용자들은 젊은 세대에게 먼저 다가서고 싶지만, 실수를 할까봐, 이상하게 보일까봐 주저한다고 했다. 하지만 젊은 사람이 들어오면 반갑고, 아이들이 라면 먹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말이 나온다고도 했다. 처음에는 눈인사만 하다가, 1~2주 지나면 목례가 되고, 그다음엔 이름을 부르고, 악수를 하고, 농담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는 과정이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드러났다.
라면이라는 공통의 경험이 대화를 여는 매개 역할을 했다. 어르신이 라면 끓이는 법을 모르면 젊은 사람이 도와주고, 어르신은 재미있는 이야기로 분위기를 띄운다. 시간이 쌓이면서 반찬을 가져다주는 사이, 안 오면 걱정하는 사이, 식구 같은 사이로 발전했다.
해외 사례와의 비교 — 일본 ‘엔가오’, 미국 ‘미라벨라’
박 교수는 함께라면의 시사점을 확장하며 해외 세대공유공간 사례도 함께 소개했다.
일본의 ‘엔가오’는 빈집 등 유휴공간을 활용해 생활권 내에 지역살롱, 학습공간, 식당, 셰어하우스 등을 분산 배치한 모델이다. 생활 동선을 중심으로 공간을 설계해 우발적 마주침과 반복적 접촉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했다는 점에서, 함께라면과 유사한 작동 원리를 보여준다.
미국의 ‘미라벨라’는 대학 캠퍼스 내에 위치한 은퇴 커뮤니티로, 주거·학습·문화·돌봄 기능이 대학 자원과 연계되어 있다. 대학 수업, 공연, 멘토링 등을 매개로 고령자와 학생이 일상적으로 교류하며, 캠퍼스를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세대 간 이해를 높이는 구조다.
일상 속 공존이 만드는 지속 가능한 세대공동체
박민선 교수는 발표를 정리하며, 세대공동체 형성을 위한 방향으로 네 가지를 제시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지역 기반 세대공유공간, 각자의 방식으로 머물 수 있는 유연한 구조, 일상적 접촉과 만남 속에서 이루어지는 세대 간 연결, 그리고 라면처럼 세대 간 공통의 경험과 접점을 만들어내는 매개체가 그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