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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규 건축가의 시짓고 집짓고] 조치원역카테고리 없음 2026. 6. 4. 09:34

조치원역 카페 인테리어 계획 조치원역
햇빛이 데려온 나무가 있어
초대하지 않아도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햇빛은 누군가를 데리고 다니지
가끔 혼자 와 방에 앉아 있으면
무례함에 커튼을 닫아버리기도 해
오늘처럼 추위에 떨고 있는
나무를 데려 온 건 얼마나 기특한지
복도가 비좁을까 벽에 붙어
알아채지 못할 만큼 과묵한 움직임으로
햇빛을 흔드는 나무를 내일 또 볼까 해
왠지 한낮의 복도를 사랑하게 되고
또 어딘가 햇빛이 데려온 친구가 있을까
설레며 집을 서성이고 있어껌이 먹처럼
보도블럭에 스며 있다
회색의 역 광장이
하늘에 낮게 내려앉고
뿌려댔을 영겁의 빗방울
바닥을 쓸고 지나간 수많은 발자국은
흘러 어디로 갔는지
달걀을 건넨 사내의 낙향은 0시
역 광장엔
가지도 오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시들은 나무처럼 앉아 있다
비가 이제 내릴 한낮도
그들에겐 여전히 0시다
광장은 왜 쓸데없이 넓은 것이냐
글. 조병규 / 건축사(투닷건축사사무소)



조병규 건축사2014년부터 양수리에서 투닷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커튼콜’로 경기도건축문화상 동상을, ‘진화산방’으로 울산시건축상 우수상을 수상하였고 그 외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다. 현재 인하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추상의 공간 보다는 사람, 사건, 기억이 담보되는 장소에 건축적 의미를 두고 계획의 수단으로서 스케치가 아닌 글을 사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계간지 ‘문예창작’에서 시 부문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으며, ‘보통의 건축가’, ‘장소의 발견’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