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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의 병원 중간관리자 이야기] 에이스가 빠진 날, 타임아웃을 부르는 사람ARTICLE 2026. 10. 1. 17:08
지난 9월 26일 저녁, 필자는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결승을 끝까지 숨죽이며 지켜봤다. 상대는 개최국 일본, 장소는 나고야였다. 홈 관중의 함성이 화면 너머까지 넘어왔다. 결과는 75대 70. 한국 여자농구가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에 섰다.
경기 결과보다 오래 남은 것은 출전 명단이었다. 대표팀의 기둥이던 박지현은 WNBA 소속팀 일정으로, 박지수는 부상 여파로 합류하지 못했다. 가장 믿을 만한 두 사람이 빠진 채 치른 대회였다. 그 자리를 이소희, 이해란, 강이슬이 채웠다. 준결승에서 중국을 넘었고, 결승에서 일본을 넘었다. 대회 전 이 결과를 장담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경기 내내 필자의 머릿속에 맴돈 단어는 '팀'이었다.
병원도 결국 팀으로 일한다. 접수, 진료, 검사, 치료, 수납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환자 한 명이 만족을 하며 병원문을 나선다. 그리고 병원에도 에이스가 빠지는 날은 온다. 월요일 아침, 외래를 15년 동안 지켜 온 외래 책임 간호 선생님이 독감으로 출근하지 못했다. 원무과에서 보험 청구와 수납 문의 등올 바쁠 것이고, 외래 간호 파트도 월요일이면 전쟁이다. 문을 열기도 전에 로비에는 주말 동안 통증을 참아 온 환자들이 이미 모여 있다. 시작이다.
이런 날, 누군가의 공백을 아무도 메우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필자는 여러 번 봤다. 책임 간호 선생님이 매일 아침 하던 일, 진료실별 환자 흐름을 조율하고 검사실과 원무과에 먼저 연락을 넣던 일이 그대로 비어 버린다. 그렇다고 그 일을 대신 챙길 여유가 있는 사람도 없다. 외래 간호사들은 자기 진료실 앞 환자를 챙기느라, 원무과는 몰려드는 접수와 수납 창구를 지키느라 평소보다 더 바쁘다. 그 사이 진료실 앞에서는 순서 안내가 꼬여 환자가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하고, 검사실은 바뀐 검사 일정을 제때 전달받지 못해 우왕좌왕한다. 오전이 끝날 무렵이면 직원들은 지쳐 있고, 환자는 "오늘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고 묻는다. 사람이 부족해서 무너진 것이 아니다. 빈자리를 누가 메울지 정하지 않아서 무너진 것이다.
농구에는 타임아웃이 있다. 흐름이 무너질 때 감독은 경기를 멈추고 선수들을 불러 모은다. 누가 누구를 막을지, 어디서 공을 받을지, 원래 계획 중 무엇을 버릴지를 짧은 시간 안에 다시 정한다. 결승전에서 한국 벤치가 경기를 끊고 선수들을 모으는 장면은 필자의 눈에 병원의 월요일 아침과 겹쳐 보였다.
병원 중간관리자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이 타임아웃이다. 핵심 인력이 빠진 날에는 진료 시작 전 5분이라도 원무, 간호, 검사, 치료 파트의 책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야 한다. 오늘 어느 부서가 가장 버거울지, 어느 부서에서 누구를 잠시 보낼 수 있는지, 대기 환자 안내는 누가 맡을지, 오늘만큼은 무엇을 뒤로 미룰지를 정한다. 점심 무렵에는 한 번 더 멈춰 그 계획이 맞는지 확인한다. 계획은 아침에 세우고 끝내는 것이 아니다. 경기 중에 고치는 것이다.
다만 타임아웃이 힘을 가지려면 전제가 있다. 관리자가 평소에 직원 각자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직원마다 하고 싶은 자리가 있다. 익숙한 진료실만 지키고 싶은 외래 간호사가 있고, 전화 응대보다 수납 창구가 편한 원무과 직원이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무엇을 잘하는지는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 더 정확히 안다. 연차는 낮아도 진료실 세 곳의 대기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는 간호사가 있고, 화가 난 환자 앞에서도 목소리 한 번 높이지 않고 상황을 설명하는 원무과 직원이 있다. 이런 강점은 평소 지켜본 관리자만 찾아낼 수 있다. 그래야 에이스가 빠진 월요일 아침, 책임 간호 선생님이 하던 일을 그들에게 나눠 맡길 수 있다.
적재적소는 인사 서류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매일의 현장에서 사람을 보는 눈에서 결정된다. 이번 대표팀에서 빈자리를 메운 선수들도 하루아침에 준비된 것이 아니다. 그 자리에 설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 쓰임을 알아본 벤치가 있었다.
에이스가 있는 날의 성적은 에이스의 실력이다. 에이스가 없는 날의 성적이 그 팀의 실력이다.
당신의 병원에서는 핵심 직원 한 명이 빠진 아침, 누가 먼저 타임아웃을 부르는가?.
에이스가 빠진 날 팀을 이기게 하는 사람은, 타임아웃을 부르고 역할을 다시 나누는 사람이다.

정 경
· 대한병원실무전문가협회 협회장
· 바스제로 컨설팅 대표
· 전문면접관 · 병원 조직 컨설턴트
24년간 물리치료사로 병원 현장을 지켰다. 직원이었고, 팀장이었고, 중간관리자였다. 중간관리자는 단순하게 연차가 쌓여서 되는 자리가 아니라 병원의 경영파트너로 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대한병원실무전문가협회 협회장으로 병원 중간관리자의 성장을 지원하며, 전문면접관·CS 컨설턴트로 의료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강의와 컨설팅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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