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방에서 생애 말기까지, 시니어의 삶을 함께하는 보바스기념병원 (상)ARTICLE 2026. 11. 3. 11:47
위기를 변화의 기회로 바꾼 나해리 병원장의 경영 철학,
전문성과 연속성으로 시니어 의료의 새로운 기준을 모색하다
보바스기념병원 나해리 병원장 대한민국 시니어 의료의 품격을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가 있다면, 그 이름은 단연 보바스기념병원이다. 2002년 개원 이래 국내 프리미엄 요양병원의 대명사로 불려온 보바스기념병원은 2017년 롯데그룹 인수를 기점으로 도약을 거듭하며, 하남 보바스병원과 마곡 보바스의원을 아우르는 롯데의료재단 의료 네트워크의 헤드쿼터로 우뚝 섰다.
그 경쟁력의 핵심은 단연 ‘전문성’이다. 원내 의사만 22명, 전문의 평균 경력은 20년을 넘는다. MRI를 갖추고 건강검진센터까지 운영하며, 치매·파킨슨병·뇌졸중 등 신경계 질환을 다양한 전문의의 협진을 통해 진료한다. 이곳에서 요양병원 적정성평가 1등급은 도달점이 아닌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다. “예방에서 임종까지”라는 슬로건이 결코 과장이 아닌 이유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나해리 병원장이 있다. 20여 년간 오직 이곳에서만 환자를 돌봐온 신경과 전문의인 그는, 병원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직원들과 함께 견뎌낸 ‘헝그리 정신’의 산증인이다. 2022년 제6대 병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병원의 자생력(自生力)을 되살리기 위해 가동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던 호스피스 병상을 과감히 정리하고 외래와 검진을 전문화했다. 이후 경영이 안정되었고 직원 처우 개선에도 힘을 쏟았다.
그의 리더십은 속도와 공감으로 요약된다. 대부분의 현안에 신속히 대응하고 의사결정의 책임을 분명히 한다. 부서 간 협업을 강화한 조직은 ‘너와 나’가 아닌 ‘우리’를 앞세운 원팀으로 거듭났다. “직원이 행복한 병원”을 경영 목표로 내건 그의 시선은 병원 밖으로도 향한다. 성남·용인 4곳의 치매안심센터 진료를 전담하는 데 이어, 통합돌봄 시대에는 지역사회와 의료기관을 잇는 중추적 역할을 예고하고 있다.
매거진HD는 이번 인터뷰에서 보바스기념병원이 기존 요양병원의 틀을 깨고 시니어 전문 병원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여정과, 위기 속에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나해리 병원장의 경영 철학,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진료의 첫 가치로 삼는 의사로서의 신념을 깊이 있게 조명했다. 초고령사회를 맞은 대한민국에서 시니어 의료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는 보바스기념병원의 저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인터뷰이. 보바스기념병원 나해리 병원장
글. 박하나 편집장
사진. 백승휴 작가
1. 2002년 개원한 보바스기념병원은 국내 대표적인 프리미엄 요양병원으로, 2017년 롯데그룹 인수 이후 새로운 도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하남 보바스병원과 마곡 보바스의원이 문을 열면서 롯데의료재단의 의료 네트워크도 한층 넓어졌는데요. 이러한 변화 속에서 분당 보바스기념병원이 맡고 있는 역할과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분당 보바스기념병원은 롯데의료재단의 모태이자 헤드쿼터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세 기관은 각각의 전문 영역을 갖고 있는데, 먼저 본원인 보바스기념병원은 ‘노인’을 핵심 키워드로 시니어 케어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노인 질환 전반과 만성기 질환을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아우르며 케어하는 곳입니다.
하남 보바스병원은 그중에서도 ‘재활’에 집중하는 병원으로, 전문성이 한층 강화된 곳입니다. 어린이재활병원을 함께 운영해 어린이부터 성인, 노년층까지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며, 앞으로는 발병 또는 손상일로부터 6개월 미만의 회복기 재활 환자에게 집중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마곡 보바스의원은 시니어 레지던스를 지원하는 의원으로, 입주민의 헬스케어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가정의학과와 재활의학과, 신경과를 갖추고 외래 진료도 병행하는 구조입니다.
이 가운데 본원은 나머지 두 기관보다 규모가 크고 재정 자립도 역시 월등히 높아, 다른 기관에 대한 재정적 지원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습니다. 재단 사무국 또한 본원에 자리하고 있어 재단 전체의 방향성과 운영 아이디어를 설정하고, 직원 관리와 인사·노무 업무도 본원에서 총괄합니다. 즉, 보바스기념병원은 하나의 의료원으로서 산하 병원들의 네트워크를 총괄하고 관리하는 구심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보바스기념병원은 차별화된 의료서비스로 국내 요양병원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왔습니다. 지난해는 요양병원 적정성평가 1등급을 획득하는 등 진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는데요. 보바스기념병원만의 차별화된 운영 전략과 진료 시스템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요양병원은 병종 특성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의 적정성 평가를 받고 국가 정책과 기준에 따라 운영됩니다. 다만 적정성 평가 1등급은 의미 있는 성과이지만, 저희에게는 더 나은 진료를 위한 출발점입니다. 평가 기준이 모든 요양병원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기본적인 서비스 수준에 맞춰져 있고, 평가 결과에 안주하기보다 진료의 질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일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지향하는 것은 그 기준을 넘어, 환자 개개인의 필요에 맞는 전문적이고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어르신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와 돌봄을 가능한 한 폭넓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차별화의 핵심은 ‘전문성’입니다. 일반적인 요양병원이 만성기 환자의 안정적인 상태 유지에 중점을 둔다면, 보바스기념병원은 적극적인 치료와 요양이 결합된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내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각 분야 전문의가 진료하고 있으며, 전문의들의 평균 경력은 20년이 넘습니다. 현재 원내 의사는 22명으로, 환자 진료에 충분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간호사와 치료사 역시 이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인력으로, 직원 평균 근속 연수는 14~15년에 이릅니다.
인프라 측면에서도 보바스기념병원은 MRI를 보유하고 있으며, 건강검진센터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방과 진단, 치료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갖춘 셈입니다. 수술이나 중환자실 케어 등 일부 영역을 제외하면, 요양병원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으면서도 급성기 치료 역량을 갖춘 병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쟁력 덕분에 단기 치료를 목적으로 입원하는 환자도 많고, 지역 요양원이나 다른 요양병원에서도 우선적으로 환자를 의뢰하는 병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보바스기념병원은 입원 환자뿐 아니라 외래 진료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치매를 비롯해 파킨슨병, 뇌졸중, 두통, 어지럼증 등 신경계 질환 전반에 대해 전문적인 진료와 필요한 검사를 제공합니다. 내과 역시 소화기내과, 내분비내과, 호흡기내과 등 분과 전문의가 갖춰져 있어 당뇨를 비롯한 노인성 질환 대부분을 진료할 수 있습니다. 심장내과처럼 필수의료 인력난으로 2차 병원에서도 운영이 어려운 분야는 아직 보완이 필요하지만,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영역은 분명합니다.
저희의 슬로건은 ‘예방에서 임종까지’입니다. 건강검진센터와 외래를 통해 치매, 뇌졸중 등 신경계 질환과 노인성 질환의 위험도를 측정하고, 진단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제공합니다. 퇴행성·노인성 질환은 유병 기간이 길고 합병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외래 진료를 받다가 증상이 악화되면 입원하고, 이후 요양원으로 옮겼다가 다시 문제가 생기면 재입원하는 과정이 반복되더라도 임종까지 한 병원에서 연속적인 케어가 가능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구축이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며,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지만 보바스기념병원은 일정 수준 이상의 체계를 갖췄다고 자부합니다.
이는 단순히 ‘프리미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진료의 질이 높고 폭넓은 진료 역량을 갖췄다는 뜻입니다. 다인실은 국가 제도의 틀 안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도 다른 병원에 비해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입니다. 동시에 전체 병상의 약 50%를 차지하는 상급 병실과 VIP 병동은 법적 기준 내에서 한층 높은 수준의 병실 환경을 제공합니다. 공적 의료체계의 보편적 기준을 충실히 지키면서도,,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더 질 높은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비급여 진료 역시 근거 없는 진료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허가 사항과 임상적 근거, 환자의 상태 및 선호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절한 치료를 제안합니다. 일례로 고가의 치매 치료제 역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도입해 왔으며, 새로운 의약품에 대해서도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바스기념병원 나해리 병원장 3. 병원장님께서는 2022년 2월 제6대 보바스기념병원장(2024년부터 초대 보바스의료원장도 겸함)으로 취임하신 이후 4년여간 병원을 이끌어오고 계십니다. 그동안 보바스기념병원에 어떤 변화를 추진하셨으며, 그 과정에서 거둔 주요 성과는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병원 운영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일부 진료 영역에서는 수가와 실제 운영비용 사이의 간극이 적지 않습니다. 2022년 이전까지 보바스기념병원도 적자에 가까운 상황이었고, 적자가 반복되면서 직원들의 급여 수준은 낮아지고 자진 이직률은 높아졌습니다. 환자들은 비용이 비싸다고, 직원들은 급여는 적은데 업무량은 많다고 느꼈으며, 병원을 인수한 그룹 역시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환자와 직원, 그룹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 아래, 무엇보다 병원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병원이 적자를 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돌아갑니다.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정적 안정과 독립성,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습니다. 당시 운영 중이던 호스피스 병동은 적자 규모가 크고 병상 가동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호스피스는 중요한 의료서비스이지만 당시 저희 병원의 운영 여건에서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에 환자와 기관의 상황을 고려해 호스피스 병상 운영을 조정하고 관련 시범사업 참여를 종료했습니다. 대신 일반 병상의 가동률을 높이는 데 집중했고, 외래와 건강검진 역시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특화해 활성화했습니다.
그 결과 적자였던 실적이 흑자로 전환됐고, 이미 공시된 내용이기는 하지만 목표로 했던 적정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직원 급여를 20% 이상 인상했습니다. 직원 만족도가 높아지고 이직률이 크게 줄면서 우수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병원 운영이 안정되면서 환자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다소 자화자찬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의사결정과 문제 해결의 속도도 크게 높였습니다. 사안이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3일 안에, 늦어도 7일 안에 결정을 내리는 프로세스를 정착시켰습니다. 시설과 설비의 문제는 사소해 보여도 환자와 직원에게 불편을 줄 수 있어, 저희 병원은 민원이 접수되면 가능한 한 3일에서 일주일 이내에 처리 방향을 정하고 신속히 대응합니다. 정말 중요한 사안은 당일에 처리할 만큼 의사결정과 실행의 속도를 끌어올렸습니다.
‘스마트 워킹’을 통한 업무 효율화도 추진했습니다. 예전에는 매뉴얼 체계가 미비해 신규 입사자들이 필요한 서식 등을 묻는 반복적인 문의가 인사팀에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매뉴얼 체계를 정비하고, 검색 링크와 AI 기반 시스템을 구축해 직원들이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찾아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민간 기업에 비해 병원은 이러한 변화가 매우 더딘 편인데, 업무 자체를 효율화함으로써 직원들의 업무 부담은 줄이고 대응 속도는 높여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조직 문화의 변화도 중요한 성과입니다. 과거에는 부서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너와 나’가 아닌 ‘우리’를 강조하며 ‘원팀’으로 이끌고자 했습니다. 소외되는 부서가 없도록 모든 직원을 아우르는 데 힘썼습니다. 병원장으로서 제 목표는 ‘직원이 행복한 병원’을 만드는 것입니다. 조직의 성과는 경영진만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병원 종사자 모두가 함께 행복해야 하고, 환자도 행복해야 합니다. 이를 슬로건으로 삼아 각자 하는 일은 달라도 하나의 팀이 되는 분위기를 만들어간 것이 퇴사율을 낮추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보바스기념병원은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갖추고 있습니다. 하는 일이 다를 뿐 모두가 동등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갈등을 대화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회의를 매우 많이 하고, 개인정보와 기밀 사항을 제외한 주요 운영 현안을 구성원들과 투명하게 공유하려 노력합니다. 특히 핵심 간부 월례회의 등에 모든 직종과 직급이 참여하고 그 내용을 전 직원과 공유함으로써,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함께 생산성을 높여가는 조직으로 변화시킨 것이 효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4. 병원을 운영하시면서 특히 중요하게 지켜오신 경영 원칙이나 철학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원칙이 실제 병원 운영과 의료서비스 전반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 경영 원칙의 바탕은 ‘헝그리 정신’입니다. 보바스기념병원은 2017년 롯데그룹에 인수되기 전까지 오랜 기간 법정관리를 거쳤고, 그 시기에는 급여를 받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수 당시에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한 번 인수됐다는 것은 언제든 다시 인수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그룹의 생각과는 별개로, 저희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였습니다.
저는 20여 년간 이곳에서만 의사로 일해 왔습니다. 개원이나 다른 길을 고민한 적도 많았지만, 저를 믿고 따르는 직원들과 환자분들이 있었기에 떠날 수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 그리고 ‘내가 있는 곳을 좋은 곳으로 만들어 그곳을 좋은 자리로 만들겠다’는 것이 제 나름의 철학이 됐습니다.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이곳을 직원들과 함께 좋은 곳으로 만들어, 함께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병원을 만들자’는 방향으로 경영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진료와 병원 운영을 병행하다 보니 병원장의 자리가 늘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이 원칙만큼은 흔들림 없이 지켜가고 있습니다.
5. 병원장님께서는 신경과 전문의로서 치매와 뇌졸중, 인지장애 등 노인성 뇌질환 분야에서 오랫동안 진료와 연구를 이어오셨습니다.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오시면서 진료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가치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결국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환자와 보호자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많은 퇴행성 뇌질환은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현재의 치료만으로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부모님이, 혹은 우리 자신이 이 질환을 안고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질환에 걸렸다고 해서 그것이 곧 완전한 비극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치매 환자분들을 보면 처음 진단을 받은 뒤 여러 대형 대학병원을 찾아다니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챗GPT 같은 AI나 인터넷을 통해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시기도 합니다. 남의 일이라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겠지만, 내 일이 되면 조금 더 노력하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게 됩니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도 작용합니다. 그러나 질환의 종류와 단계에 따라 치료 목표가 다르며, 증상을 완화하거나 진행을 늦추는 치료가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이제는 감정에 휩쓸리기보다 질환을 냉정하고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치고, 고칠 수 없는 것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받아들인다는 것이 곧 슬픔이나 체념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좋고 나쁨 사이에는 분명 그 중간 지대가 존재합니다. 질환을 완전히 되돌리기 어렵더라도, 그 질환을 안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이제는 그런 인식을 가져야 할 때이며, 이것이 지금 시대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치매는 개인에 따라 경과가 다르지만 오랜 기간 환자와 가족이 함께 관리해야 하는 질환입니다. 그 긴 시간을 슬픔 속에서만 보낼 수는 없습니다. 환자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라도 질환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함께 대책을 세우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이겨나갈 수 있도록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노년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도 노인이 되기를 바라지 않지만, 나이 드는 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노년을 행복하고 지혜롭게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치매 진단을 내린 직후 환자분께 “앞으로를 위해 일정 금액은 본인 명의로 남겨두시라”고 조언하기도 합니다. 재산을 모두 자녀에게 물려준 뒤 치료비 부담이 고스란히 자녀들에게 돌아가면, 가족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재정적인 부분부터 정서적인 부분,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미리 준비하는 냉정함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보바스기념병원 나해리 병원장 6. 최근 의료계에서는 AI 기술을 접목한 장비와 시스템을 병원 운영 전반에 도입하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보바스기념병원에서 현재 활용하고 있거나 도입을 검토 중인 AI 기술과 시스템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리며, 이러한 기술이 요양병원의 진료 및 운영 효율성 향상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보바스기념병원은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연구과제로 환자 모니터링 AI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비대면으로 환자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는 AI는 이미 여러 종합병원에 도입돼 있지만, 요양병원은 관련 시설 구축에 대한 수가가 마련돼 있지 않아 도입 속도가 다소 더딘 편입니다. 그럼에도 저희는 꾸준히 AI 활용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행정 업무에서는 구글 제미나이 프로 버전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으며, 진료실에서도 의료진이 AI를 진료에 접목하고 있습니다. 돌봄 영역에서는 연속혈당측정 기반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 ㈜아이쿱과 재활·고령 입원환자 맞춤형 혈당관리 고도화 및 스마트병원 환경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저희 병동에서 운영 중인 다중환자 통합 혈당 모니터링·관리 시스템 ‘랩커넥트 CGM LiVE’의 임상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추진된 것입니다. ‘CGM LiVE’는 여러 환자의 연속혈당(CGM) 데이터를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과 연동해 한 화면에서 통합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입니다. 단편적인 수치만 확인할 수 있던 기존 자가혈당측정(BGM)과 달리, 24시간 혈당 흐름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도입 이후 여러 환자의 혈당 변화를 한눈에 확인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게 되면서, 의료진이 혈당 변화에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밖에 간병 인력을 보조하거나 배뇨·배변을 관리하는 디바이스들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지만, 제품마다 개발과 상용화 단계가 달라 임상적 유용성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희는 관련 제품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한편 연구개발에도 직접 참여하며, 앞으로도 돌봄 현장에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나갈 계획입니다.
7. 보바스기념병원은 의료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국내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이나 후원 사업, 공익 프로그램이 있다면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와 환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지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공공의료는 다양한 기관의 협력이 필요한 영역이며, 보바스기념병원은 치매 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지역사회 공공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인근 치매안심센터에 대한 의료 인력 지원입니다.
성남시 중원구치매안심센터는 저희 병원이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저희 병원 신경과 전문의가 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제가 직접 센터장을 맡았으나, 병원장으로 취임하면서 후배 의료진에게 그 역할을 넘겨주었습니다. 이 밖에도 성남시 중원구와 수정구, 분당구, 용인시 수지구의 총 4곳의 치매안심센터에서 진료하는 의사는 모두 보바스기념병원 의료진입니다.
의료진의 지역사회 활동에는 병원 차원의 인력과 자원 투입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지역사회에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지원을 이어가고 있으며, 치매 치료에 있어 저희 의료진의 역량을 높이 평가한 각 센터의 요청도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성남시 노인보건센터에서도 활동했으며, 해당 사업이 중단되기 전까지 10년 넘게 성남시 치매관리단장을 맡아 지역의 치매 관리에 힘썼습니다. 이와 함께 치매안심마을 사업 등 지역사회 공공 서비스에도 참여하며, 의료 취약계층을 비롯해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8. 올해 3월부터 통합돌봄지원법이 전국적으로 시행되면서, 어르신과 중증 환자들이 익숙한 지역사회에서 의료·간호·요양·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보바스기념병원은 돌봄통합지원체계와 연계해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내에서 의료와 돌봄을 연결하기 위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통합돌봄지원체계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 저희 병원은 지역사회 돌봄체계와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선 가정에서 생활하는 단계부터 생애 말기 돌봄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역사회 기반의 커뮤니티 케어를 활성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지역사회 돌봄만으로 모든 의료적 필요를 충족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고령 환자들은 급성기나 아급성기 치료가 필요해 입원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학병원은 급성기 치료를 마친 환자를 비교적 빠르게 퇴원시키는 구조이지만, 노인성 질환은 단기간에 치료가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령 환자에게는 지속적인 치료와 회복, 돌봄이 함께 필요한 만큼 이를 담당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보바스기념병원은 대학병원 등에서 의뢰받은 환자들이 필요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급성기 이후의 아급성기 치료와 장기적인 돌봄을 연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통합돌봄지원체계 안에서 지역사회와 의료기관을 연결하고, 환자의 상태와 필요에 따라 적절한 치료와 돌봄이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저희 병원이 담당할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노태린 발행인, 보바스기념병원 나해리 병원장 , 박하나 편집장 'ARTIC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료를 넘어 삶의 공간으로, 존엄을 실현하는 보바스기념병원 (하) (0) 2026.11.03 [양재혁의 바이오Talk 헬스Talk] AI 데이터센터 전쟁, 반도체가 아니라 전기와 물이다 (0) 2026.10.08 [젊은 건축사의 Care-Full Space] 일본은 왜 지금 ‘집’과 ‘돌봄’의 경계를 다시 정립하는가 (0) 2026.10.06 [해안건축 신용호의 시니어 미디어] 실버타운 성공에 대한 계속되는 의혹은 주거시설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확인되어져야 한다 (0) 2026.10.06 발행인의 글 (0) 2026.10.06 [이수경 원장의 행복을 주는 건강 코칭] 살은 주사가 빼줘도, 근육은 내가 지켜야 한다 (0) 2026.10.04 [Amy Han의 젊은 의사 시리즈] 중앙대학교 광명병원 한우식 교수님-1 (0) 2026.10.02 [EXHIBITION] 국립현대미술관, 《서도호》 개인전 개최 (0) 2026.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