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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우 건축가의 '함께 떠나고 싶은 그곳'] 흰 이빨을 품은 외딴 섬, 백아도ARTICLE 2026. 10. 1. 17:07
흰 이빨을 품은 외딴 섬, 백아도
'백아도(白牙島)'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거친 바위섬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섬의 형상이 흰 상어의 이빨을 닮았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란다. 하지만, 인천 연안부두에서 페리를 타고 3시간 여를 달려 막상 발을 디딘 백아도는 생각했던 것 보다 여유롭고 한적했다. 대학 시절 한 번 가보아서 이름이 낯익은 덕적도보다는 거리가 먼 섬으로, 인근의 굴업도가 백패킹의 성지로 붐비는 것과 달리, 백아도는 세월의 흐름마저 비껴간 듯 조용한 섬이다. 한때 호황을 누린 오랜 역사를 품고 있지만, 지금은 몇몇 주민만이 섬을 지키며 소소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곳은 육지의 소음과 완전히 단절된, 또 하나의 세상이다. 태풍 시즌을 제외하면 평소에는 파도가 잔잔해서 물 때를 맞춰서 입도하는 몇몇 바다 수영 매니아들에게는 인기 만점이다. 바닷가 마을이면 흔하게 있을 법한 횟집도, 상점도 없고 신도가 단출한 교회가 하나 소박하게 존재하고 있다.

1. 백아도 1 
2. 백아도 2 
3. 백아도 3 
4. 백아도 4 이렇게 한적한 섬에서의 시간은 느릿느릿 흐른다. 바쁘게 움직일 필요도, 시계를 볼 이유도 없다. 한가로운 풍경들이 섬의 첫 인상이다. 민박집에 짐을 풀고 쉬는 동안, 주인 아주머니가 준비해 주신 동죽과 백합조개탕, 그리고 붕장어 조림과 놀래미 구이는 잊을 수 없는 별미다. 바다에서 막 올려낸 싱싱한 재료에 넉넉한 인심이 더해진 밥상은 육지의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깊은 감동을 준다.

5. 백아도 마을 1 
6. 백아도 마을 2 
7. 백아도 마을 3 배를 채운 뒤 섬에서 가장 높은 산인 남봉 트레킹에 나선다. 남봉은 백아도 답사의 백미나 다름없다. 도시의 번잡함 대신 허공을 회전하는 갈매기의 느린 비행과 파도 소리만 가득한 방파제를 지나 산을 오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웅장하게 솟아오른 남봉의 가파른 바위 능선을 오르며 내려다 보이는 서해 다도해의 풍광은 한 폭의 거대한 수묵화 같다. 거친 능선과 대비되는 은은한 바다 풍경은 땀을 닦고 거친 숨을 가다듬는 우리에게 묘한 긴장감과 절경을 동시에 선사한다. 오늘따라 민박집의 저녁 하늘은 노을이 아름답다. 어두워질수록 별도 총총 빛난다.

8. 남봉 1 
9. 남봉에서 바라본 풍경 
10. 남봉 주상절리 
10.1 민박집 밤하늘 섬은 섬 만이 가진 특별한 감성이 있다. 문명의 손길이 상대적으로 덜 미친 장소다. 투박한 감성을 지닌 섬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고급 리조트 시설과는 거리가 있어 숙박이 불편하다. 따라서 여러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정지된 듯한 여유와 느슨함 덕분에 심리적 정서감은 오히려 충만해진다. 섬은 이처럼 불편함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역설적인 공간이자, 육지의 문법이 통하지 않는 거대한 여백이나 다름없다.
수평선 너머로 썰물이 문명의 소음처럼 빠져나간 자리에는 오직 개펄과 파도, 그리고 바람만이 감돈다. 흔히 섬을 고립의 장소로 여기지만, 그 고립은 단절이 아닌 나를 둘러싼 허위를 걷어내고 '진짜 나'와 대면하는 정직한 시간이다. 화려한 고층 빌딩이나 촘촘한 관계망이 없어도, 파도가 건네는 위로만으로 마음의 빈터가 채워진다. 섬에서의 시간은 내면의 무늬를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보듬는 고요한 산책과 같다.

11. 백아도 인근 1 
12. 백아도 5 
13. 백아도 선착장 가는 길 백아도는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방문객에게 검박한 휴식과 여유를 안겨주는 고마운 섬이다. 어떤 책에서 읽었던 “처절한 결핍은 시선을 예민하게 만들고, 누려온 풍요는 감각을 무디게 덮어버린다”는 말처럼, 현대사회는 정보와 데이터의 홍수로 가득 차 있다. 가끔씩 이런 섬을 찾아 과잉을 덜어내고 결핍이 주는 지혜를 찾고 싶다.
섬으로 가는 순례
문명의 소음을 끄고
수평선 너머 푸른 여백으로 간다
고립은 단절이 아니라
흩어진 나를 모으는 밀도의 시간
파도에 씻기고 바람에 털어내며
비로소 나라는 섬에 닿는다
길을 잃어서가 아니다.
나를 되찾으러 가는 길이다.
내면의 엉킨 무늬를 하나씩 매만지며
비로소 나라는 사람을 보듬는 순례
오늘도 나는 그 섬으로 향한다
길을 잃어서가 아니라
나를 찾아 돌아가기 위해서다

14. 섬으로 가는 순례

글/그림. 임진우 (건축가 / 정림건축)
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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