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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민 푸드애널리스트의 건강한 맛집] 소문 엄식점ARTICLE 2026. 11. 3. 17:02
겨울의 문턱,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건강을 위하는 길

유난히 길었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깊어지나 싶더니, 어느새 겨울이 문턱까지 찾아왔다. 아침저녁으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 차가운 바람과 빠르게 짧아지는 해를 바라보며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맘때면 유독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이 그리워진다.
우리는 건강을 이야기할 때 흔히 운동과 휴식, 영양제와 각종 건강식품을 먼저 떠올린다. 물론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매일 반복하는 가장 기본적인 건강 관리인 '식사'에 대해서는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있을까? 하루 세 번, 때로는 두 번. 평생 수만 번을 반복하는 식사는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먹고, 어떻게 먹으며, 그 시간을 얼마나 행복하게 보내는가는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프랑스의 미식 철학자 브리야 사바랭은 인간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로 그가 먹는 음식을 꼽았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깊은 통찰이다. 음식에는 한 사람의 취향뿐 아니라 그가 살아온 기억과 문화,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녹아 있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저절로 지어지는 미소, 첫 숟가락을 입에 넣고 잠시 말을 잊는 순간, 식사를 마친 뒤에도 오랫동안 떠오르는 행복한 기억. 이것이야말로 미식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 아닐까.
이번 달 소개하고 싶은 곳은 바로 그런 행복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은 식당이다.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에 새롭게 문을 연 '소문 엄식점'이다.


행복의 크기는 식당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다
미식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소설한남'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한국적인 식재료와 조리법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미쉐린 1스타에 이름을 올렸던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그 중심에서 자신만의 요리 세계를 펼쳐온 사람이 바로 엄태철 셰프다.
엄태철 셰프는 국내외 다양한 주방에서 경험을 쌓았고, 소설한남을 통해 한식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표현해 왔다. 익숙한 음식을 낯설 만큼 아름답게 만들면서도 한식 본연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그의 요리는 오랜 시간 미식가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그런 엄 셰프가 새로운 시작을 선택했다.
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밝힌 오랜 꿈은 의외로 소박하다. 동네에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것. 누군가에게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이끄는 일이 요리사로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목표일 것이다. 그러나 엄 셰프의 꿈은 조금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거창한 명성이나 화려한 무대보다, 자신의 음식을 즐기는 손님과 더 가까이 호흡할 수 있는 작은 식당.
나는 이 선택이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성공을 더 큰 공간, 더 높은 지위, 더 많은 사람의 인정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정상을 향해 걸어온 사람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행복의 모습을 발견했다면, 그보다 근사한 성공이 또 있을까? 좋아하는 일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것. 자신이 만든 음식으로 누군가의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엄 셰프가 꿈꾸던 식당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한남이 한식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보여주기 위한 무대였다면, 소문 엄식점은 그 아름다움을 우리 가까운 일상으로 가져오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작은 식당이라는 오랜 꿈을 현실로 옮긴 한 요리사의 새로운 출발. 이곳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파인다이닝의 섬세한 기술을 녹여낸 동네의 작은 식당
파인다이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눈부시게 정돈된 테이블, 아름다운 식기, 한 점의 예술 작품처럼 담겨 나오는 음식, 그리고 특별한 날을 위해 예약하는 값비싼 식사. 하지만 파인다이닝의 진정한 가치는 화려한 공간이나 가격에만 있지 않다. 좋은 재료를 알아보는 안목, 식재료의 특징에 맞춰 익힘의 정도를 조절하는 기술, 여러 맛이 서로를 방해하지 않도록 조율하는 감각.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고민과 반복된 노력이 한 접시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특히 뛰어난 요리사가 가진 기술은 특별한 재료를 사용하는 데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재료를 이전과는 다른 깊이로 경험하게 만드는 데서 빛을 발한다. 같은 재료로 만들어도 누가 요리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동이 찾아오는 이유다.
엄태철 셰프가 소설한남에서 추구했던 요리 철학 역시 이러한 본질과 맞닿아 있다. 한식에 낯선 요소를 무작정 더하기보다, 원래 가지고 있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세련되게 표현하는 것. 이러한 철학이 동네의 작은 식당이라는 새로운 무대를 만났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파인다이닝의 복잡한 형식은 내려놓더라도 오랜 시간 쌓아온 기술과 경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군더더기를 덜어냈을 때 요리사의 실력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좋은 음식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것이 조리법의 복잡함이나 재료의 희소성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더할지 아는 기술만큼, 무엇을 덜어내야 할지 아는 절제도 중요하다. 화려한 기교로 손님을 놀라게 하는 음식도 훌륭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친숙한 맛에서 예상하지 못한 깊이를 발견하게 만드는 음식에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최고의 기술이 반드시 가장 화려한 음식으로 완성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기술이 우리의 평범한 식탁으로 스며들 때 미식의 세계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소문 엄식점에 거는 기대가 큰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다. 오랜 경험을 가진 요리사가 일상의 음식에 얼마나 깊은 정성을 담아낼 수 있을지, 그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고 싶어진다.


맛있는 음식이 주는 행복감, 한 끼의 식사가 오래도록 기억되는 이유
사람들은 왜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닐까?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면 굳이 먼 길을 찾아갈 필요도, 오랜 시간을 기다릴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누군가가 정성껏 차려낸 특별한 한 끼를 위해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그 이유는 맛있는 음식이 단순한 포만감을 넘어 감동과 행복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소문 엄식점에서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메뉴의 이름이나 가격만이 아닐 것이다. 엄태철이라는 한 사람의 요리사가 수많은 경험 끝에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냈는지, 그 선택이 음식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느끼는 일이다.
음식이 가진 놀라운 힘은 우리의 기억과 감정을 건드린다는 데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차려주시던 따뜻한 밥상,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잊지 못할 한 접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누었던 특별한 저녁. 우리는 그날 먹었던 음식의 맛을 기억하면서 동시에 그 순간의 행복도 함께 떠올린다.
맛있는 음식은 그렇게 기억의 한 부분이 된다. 이름난 레스토랑에서 경험하는 특별한 식사도 좋지만, 집에서 멀지 않은 작은 식당에서 기대 이상의 맛을 만났을 때 느끼는 행복 또한 각별하다. 특별한 날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거창한 이유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그저 오늘 맛있는 것이 먹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찾아갈 수 있는 곳.
동네에 좋은 식당이 하나 생긴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큰 축복이다. 누군가에게는 퇴근 후 고단한 하루를 위로받는 장소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가족과 함께하는 소중한 추억이 쌓이는 공간이 된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처음으로 음식이 주는 깊은 감동을 발견하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한 요리사의 오랜 꿈이 수많은 사람의 작은 행복으로 이어진다면, 그보다 아름다운 일이 또 있을까.


환절기 건강 준비는 맛있는 음식으로!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몸이 움츠러든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조금 더 힘들어지고, 바쁜 일상 속에서 끼니를 대충 해결하는 날도 늘어난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을 위한 식사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건강을 위한 식사라고 해서 반드시 맛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신선하고 다양한 식재료를 적절하게 섭취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하는 습관은 건강한 일상을 만드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 모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좋은 음식을 선택하고, 천천히 음미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식사하는 일은 몸과 마음을 돌보는 훌륭한 방법이다.
우리는 건강을 위해 많은 것을 참고 견디며 살아간다. 먹고 싶은 것을 포기하기도 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 운동하기도 하며, 미래의 건강을 위해 오늘의 즐거움을 미루기도 한다. 그러나 건강한 삶의 목적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순간들을 충분히 행복하게 누리는 데에도 있지 않을까.
겨울은 추운 계절이지만, 따뜻한 음식이 주는 행복을 가장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소중한 사람의 손을 잡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 나서보자. 음식을 앞에 두고 잠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오롯이 한 끼에 집중해 보자. 우리가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행복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좋은 음식은 배를 채우고, 훌륭한 음식은 마음을 채운다. 그리고 진정으로 감동적인 음식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겨울의 문턱에서, 한 요리사의 꿈이 담긴 작은 식당이 건네는 맛있는 행복을 기대해 본다!
글. 송창민 푸드애널리스트
푸드 애널리스트
ANA DRONE 맛집 칼럼 2018~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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