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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의 병원 중간관리자 이야기] 착한 직원이라는 이름의 방치ARTICLE 2026. 11. 3. 17:48

진료가 끝나고 불이 꺼진 치료실에 마지막까지 남는 직원이 있었다. 흩어진 시트를 개고, 바닥에 떨어진 수건을 줍고, 내일 쓸 소모품을 미리 채워 두는 일은 누구의 업무표에도 적혀 있지 않았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언제나 끝나 있었다. 이런 직원은 흔하지 않다. 필자가 24년 동안 병원에서 일하며 만난 사람 가운데서도 손에 꼽을 만큼 드물었다.
작은 병원에는 누구의 일인지 정해지지 않은 일이 늘 있다. 환자들이 함께 쓰는 탈의실 정리, 거즈와 소독솜 같은 소모품 채우기, 정수기 물통 교체, 쓰레기 내놓는 날 챙기기처럼, 큰 병원이라면 맡는 부서가 따로 있을 일들이다. 작은 병원에서는 이런 일이 업무표에 올라 있지 않으니 결국 보다 못한 누군가가 움직이게 되고, 그 누군가는 대개 앞서 말한 그 드문 직원이다.
병원은 이런 직원을 두고 "착하다", "성실하다"고 말한다. 원장도, 동료도, 관리자도 같은 말을 한다. 그런데 필자는 이 칭찬이 오랫동안 관리자의 방치를 가려 왔다고 생각한다. 착한 직원이라는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이 떠안은 일을 정리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평가 한 줄이 그 수고를 따로 인정하지 않아도 되는 핑계가 되기 때문이다. 칭찬은 받았지만 일은 줄지 않았고, 그 수고를 기억하는 기록은 어디에도 남지 않았다.
그 끝은 대개 비슷하다. 어느 날 그 직원이 사직서를 내밀면 병원은 그제야 놀라 붙잡으려 하지만, 이유를 묻는 말에 돌아오는 대답은 짧다. "그냥 좀 지쳤어요." 필자는 이렇게 좋은 인재를 떠나보내는 병원을 여러 번 보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 사람이 떠난 뒤의 풍경이다. 아무도 탈의실을 치우지 않고, 소모품은 떨어진 뒤에야 채워지며, 남은 직원들은 서로 눈치만 본다. 한 사람이 조용히 막아 주던 빈틈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것이다.
중간관리자가 해야 할 일은 그 직원을 칭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직원이 혼자 하던 일을 꺼내 놓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직원들과 마주 앉아, 업무표에는 없지만 누군가는 하고 있는 일을 모두 적어 본다. 입 밖에 내기 민망할 만큼 작은 일일수록 빠짐없이 적고, 그 일을 요일별로 혹은 주 단위로 돌아가며 맡도록 정해 치료실 벽 한쪽에 붙여 둔다. 거창한 문서가 아니어도 종이 한 장이면 충분하다.
그동안 그 일을 혼자 해 온 사람의 수고도 말로 하는 칭찬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작은 병원에는 평가표조차 없는 곳이 많은데, 그렇다면 관리자의 기록이 평가표가 되어야 한다. 누가 언제 무엇을 챙겼는지 적어 두었다가 연봉을 정하는 자리에서, 원장에게 직원 이야기를 꺼내는 자리에서 그 기록을 근거로 내밀어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은 '보다 못해 하는 사람'에서 '병원이 알아보는 사람'이 된다.
큰 병원에는 이런 일을 맡는 부서와 사람이 따로 있지만, 작은 병원에서는 그 경계선을 대신 그어 줄 사람이 없다. 그 선을 긋는 일은 매일 현장을 지켜보는 중간관리자의 몫이다.
당신의 병원에서는 '착한 직원'이라는 말 뒤에 무엇을 맡겨 두고 있는가?
착하다는 칭찬으로 붙잡을 수 있는 인재는 없다.
그 사람의 수고를 기록하고 일을 나누는 관리자만이 그 사람을 지킨다.

정 경
· 대한병원실무전문가협회 협회장
· 바스제로 컨설팅 대표
· 전문면접관 · 병원 조직 컨설턴트
24년간 물리치료사로 병원 현장을 지켰다. 직원이었고, 팀장이었고, 중간관리자였다. 중간관리자는 단순하게 연차가 쌓여서 되는 자리가 아니라 병원의 경영파트너로 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대한병원실무전문가협회 협회장으로 병원 중간관리자의 성장을 지원하며, 전문면접관·CS 컨설턴트로 의료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강의와 컨설팅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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