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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ITATION] 환자의 삶에 시간의 깊이와 결을 더해주는 주간 호스피스 센터,‘시간이 충만한 집’ The House of Timefulness Hospice CenterARTICLE 2026. 11. 3. 19:46
환자의 삶에 시간의 깊이와 결을 더해주는 주간 호스피스 센터,
‘시간이 충만한 집’ The House of Timefulness Hospice Center
이번 프로젝트는 스튜디오로우 디자인(StudioLowe Design)이 제안한 주간 호스피스 센터로, ‘시간의 충만함’을 모토로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이 건축물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는 이들, 곧 호스피스 환자들이 남은 시간을 채우는 다양한 형태의 시간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틀이 된다. 특히 방화로 거의 전소된 페이스 루터교회(Faith Lutheran Church)의 영적인 공간을 되살려 호스피스 환자들과 가족들이 편안하게 오갈 수 있도록 조성했으며, 기존 조적 벽체와 고딕 창, 종탑을 그대로 살려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만큼 이번 주간 호스피스 센터는 환자와 가족 모두의 평안과 안위를 지키고,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따스한 시간에 영원성을 더해주는 뜻깊은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글_박하나 편집장
자료 및 디자인_StudioLowe Design
부디렉터_metaLAB at Harvard University
협력 연구원_Berkman Klein Center Harvard Law School
인류학 박사_University of Chicago
건축학 박사_The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최근 호스피스 케어 센터에 관한 학술 연구들은 아무리 잘 설계된 호스피스라도 방문객의 행동과 선호를 상당 부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건축가는 환자들이 도시 환경에서 벗어나 자연과 교감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를 외딴 곳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설계한다. 그러나 이번 ‘시간이 충만한 집’은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Cambridge, Massachusetts) 도심 한가운데에 자리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환자와 의료진은 때로 서로 상충하는 조건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은 녹음으로 둘러싸인 공간을 원하면서도, 자신이 살아온 지역의 미감과 기후, 익숙한 건축으로부터 단절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호스피스 환자들은 고요한 자연 풍경을 바라보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호스피스 치료를 돕는 이들의 부담도 최소화하고 싶어 한다. 외딴 곳에 있는 호스피스 센터는 보호자들에게 긴 이동 시간을 요구하고, 환자들은 소중한 시간을 들여 자신의 삶의 터전을 이루던 환경에서 멀어져야 한다.


환자들은 ‘영적이고 초월적인 분위기’를 지닌 공간에서 돌봄을 받기를 원하면서도, 보호자의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있기를 바란다. 기존 호스피스 시설의 삭막하고 획일적인 분위기든, 선의를 지닌 건축가들이 그려낸 시적인 은신처든, 대부분의 호스피스 디자인은 환자의 삶에 결과 깊이를 더해주는 이 모순들을 단순하게 지워버린다. 그것도 환자들이 이러한 경험의 충만함을 가장 필요로 하는 바로 그 순간에 말이다.
이번 ‘시간이 충만한 집’은 이처럼 서로 엇갈리는 바람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되었다. 건축물은 2023년 방화로 거의 전소되다시피 한 지역의 랜드마크인 페이스 루터교회(Faith Lutheran Church)의 잔해를 새롭게 활용한다. 설계는 이 건물 특유의 조적 벽체와 첨두형 고딕 창(ogive gothic windows), 종탑을 살려내 익숙한 형태들을 새로운 호스피스 센터에 녹여냈다. 건물이 간직한 영적 과거의 흔적은 이질적이고 유기적인 소재로 이루어진 현대적 증축부와 균형을 이룬다.



아트리움 입구 

개인실 개인실과 물리치료실, 미술치료실, 행사 공간은 서측 파사드에 새로 덧붙인 일련의 벽돌 볼트(vault) 안에 들어선다. 대나무를 일렬로 심은 내부 정원은 서측 파사드의 브리즈 블록(breeze block) 칸막이와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통창 사이를 나누며, 모든 방 안으로 초록을 끌어들인다. 2층 개인실들은 햇볕에 말린 벽돌 벽(sun baked brick, 어도비 벽돌)으로 나뉘며, 페이스 루터교회의 원래 고딕 고측창(clerestory) 창틀을 통해 각 실로 들어선다. 동측 파사드의 고딕 고측창 개구부는 독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엘리베이터와 계단으로 모두 오를 수 있는 2층은 슬레이트 루버(louver)를 단 유리 아트리움 아래에 떠 있듯 자리하며, 서측 파사드를 따라서는 개인 공간이, 동측으로는 도서관이 마련되어 있다. 아트리움과 유리 블록으로 된 메자닌 바닥은 반투명해서, 빛과 날씨,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이 호스피스 센터의 공용 공간 구석구석까지 스며든다.

예배당 원래 교회의 앱스(apse, 제단 뒤 반원형 공간)는 석조 볼트로 덮여 있었다. 되살려낸 이 볼트는 벽돌로 마감되었고, 아트리움과 2층 메자닌을 받치는 일련의 목조 아치로 새롭게 재해석되었다. 메자닌 가운데 살려낸 앱스 아치 아래 부분만은 기존 교회에서 수거한 목재로 바닥을 깔았다. 이곳에는 아이들을 위한 실내 놀이 공간이 들어서는데, 개인실과는 떨어져 있으면서도 센터 어디에서나 바라볼 수 있다.
이처럼 ‘시간이 충만한 집’은 도심 속 실내에서도 날씨와 상관없이 바깥과 이어지는 경험을 선사하고, 영성의 공간과 놀이의 공간을 함께 품는다. 이 모든 것은 교회로서의 과거와 완화 돌봄 공간으로서의 미래가 나누는 건축적 대화로 표현된다. 이 건축이 궁극적으로 이루려는 것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그 자체로 소중한 재료로서 음미될 수 있는 공간에 ‘시간의 충만함’이라는 분위기를 담아내는 일이다.

식사 공간과 음악 공간 위쪽에 있는 놀이 공간의 모습 
식사공간 그만큼 이번 건축물의 형태와 재료는 하루와 계절, 그리고 한 생애에 걸쳐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모습을 드러내도록 세심하게 설계되었다. 아트리움과 예배실, 볼트형 정원에 들인 실내 식물들은 잎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는 종으로 골랐다. 예배실 벽은 행잉 가든(hanging garden)으로 덮여 있다. 또한 페인트를 전혀 쓰지 않았다. 대신 부드러운 참나무, 살려낸 회벽, 햇볕에 말린 벽돌, 산화하는 구리, 테라코타 브리즈 블록처럼 시간이 지나며 풍화되고 고유한 빛깔(patina)이 배어드는 재료만을 택했다.
호스피스 케어는 연민 어린 돌봄을 지향하지만, 그 임상 환경이 실제로 그러한 경우는 드물다. 반면 이번 ‘시간이 충만한 집’은 시간을 건축으로 미학화함으로써 입소자들을 향한 연민 어린 돌봄에 함께한다. 환자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 곧 시간을 시간 그 자체를 음미하도록 설계된 환경으로 빚어내는 것이다.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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