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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팀장의 병원디자인 라운딩] 일하는 사람을 위한 병원ARTICLE 2026. 11. 3. 15:49
일하는 사람을 위한 병원
업무 스트레스와 공간디자인병원 공간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치유, 환기, 안식처 같은 단어는 모두 환자를 향해 있다. 그러나 병원은 환자가 머무는 곳이기 전에 누군가의 일터이다. 그렇다면 하루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내는 사람들에게 병원 공간은 어떤 의미일까.

<사진1> 출처: Gensler Research Institute, ‘Healthcare Workplace Survey 2026’ 글로벌 건축·디자인 기업 Gensler가 발표한 ‘2026 헬스케어 직장 조사'는 일터로서의 공간이라는 흥미로운 관점으로 병원을 들여다본다. 2025년 가을, 미국과 캐나다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 1,204명을 조사한 결과, 3년 안에 사직 의사가 있다고 답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꼽은 이유는 병원이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이라는 점(49%)이었다. 근무시간 문제(47%)가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고, 보수는 39%였다. 이들의 번아웃 점수도 사직 의사가 없는 응답자보다 눈에 띄게 높았다(28점 대 24점, 8~40점 척도). 여기서 ‘환경’(environment)은 물리적 공간에 한정되지 않고 병원 전반을 아우르는 넓은 표현이다. 그럼에도 이 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의료진의 사직 의사가 병원 공간에 대한 평가와 연결되었다는 것이다. 병원 공간이 환자 돌봄에 적합하다고 평가한 응답자 중 사직 의사가 있는 비율은 13%로,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한 응답자(20%)보다 낮았다.
병원 공간이 일하기에 적합하다고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장 크게 가르는 요소는 상담, 개인 업무, 회의 공간 모두에서 자연 조망이었다. 레이아웃과 프라이버시도 상위 요소로 꼽혔다. 의료진의 심신 건강과 연관은 시설마다 달랐다. 쉬고 충전할 수 있는 야외 공간은 낮은 번아웃 점수와, 실내 휴식 공간은 높은 업무 동기·직무만족과 연결되었다. 그러나 야외 공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7%, 자연 조망을 쉽게 누릴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2%에 그쳤다. 물론 이 결과는 인식 조사에 기반한 것이므로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공간디자인이 격무 속에서 매일 반복되는 스트레스를 덜어주어 직무만족을 높이고 번아웃을 줄이는 데 기여할 가능성을 이 조사는 시사한다.
한국과 북미는 의료 환경이 다르고 수치를 직접 비교할 수도 없지만, 사람이 병원을 떠나는 이유가 보수만은 아니라는 점은 양쪽에서 닮아 있다. 대한간호협회가 병원간호사회 실태조사를 재분석한 결과, 2022년 병원 간호사 사직률은 16.0%였고, 신규 간호사의 1년 이내 사직률은 57.4%에 이르렀다. 사직 사유 1위는 과다한 업무와 부적응(20.8%)이었고, 급여 불만족은 3.7%에 그쳤다.

< 사진 2> 울산대학교병원 증축부 5 층 ❘ 직원휴게실 , 의학교육지원실 / 도서실 울산대학교병원 암병원 리모델링에도 환자를 위한 병원이 오래 좋은 병원으로 남으려면,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지치지 않고 머물 수 있어야 한다는 고민을 담으려 했다.
옥상층에는 소담한 정원을 조성하고 엘리베이터로 연결해 쉽게 닿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2년내에 완공될 신관 증축부에는 전 직원을 위한 휴게실을 마련할 예정이다. 암병원 내에 위치한 암코디네이터실 2개와 로봇코디네이터실은 인테리어 디자인을 특화해 프라이빗한 상담이 가능하면서도 협업하기 쉬운 구성으로 설계했다. 여성암센터의 초음파실과 검사실은 실무자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작은 기기 배치까지 설계에 반영했고, 간호사 서브데스크는 샘플을 먼저 제작해 사용자 의견을 반영한 뒤 전체를 제작할 예정이다. 도면 위에서 완벽해 보여도, 매일 쓰는 사람에게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공간이 인력 부족이나 보수, 근무체계의 문제를 대신 풀어줄 수는 없다. 다만 사용자를 생각한 공간디자인이 매일 반복되는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 김지혜 팀장 (울산대학교병원 공간디자인팀)

김지혜 팀장
- 울산대학교병원, 공간디자인팀 팀장 (2020-현재)
- 울산과학기술원, 과학문화융합 전시 컨텐츠 개발 연구원 (2018-2020)
- Solidlight, INC. Experience Designer (2013-2017)
- The Philadelphia Zoo Exhibit Design Intern (2012)
- Fireman's Hall Museum Exhibit Design Intern (2011)
AWARD & HONORS
- 부산국제디자인어워드 심사위원 (2026)
- 국제과학관심포지엄, 우수논문상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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