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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건축사의 Care-Full Space] 한중 정상회담이 주목한 ‘실버경제’카테고리 없음 2025. 11. 4. 12:01
한중 정상회담이 주목한 ‘실버경제’,
중국의 시니어 현장에서 읽은 인사이트- 중국 상해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 탐구 연재 –
[제1편_경험적 공간과 운영의 신뢰로 완성되는 브랜드 ]
지난 10월 ‘중국 상해 시니어 비즈니스 인사이트 연수’를 가기 전, 나의 예상은 솔직히 단순했다. ‘대륙 스케일’이라고 흔히 거론되기에 시설의 거대한규모감, 다소 과시적인 외관, 그리고 국내보다 덜 정제된 주거공간과 인테리어, 제한적인 부대시설 프로그램 등 한국과 일본의 시니어 레지던스 보다 아직은 덜 발전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마주한 상해 지역의 시니어 주거 단지들은 그런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규모뿐 아니라 운영의 체계, 브랜드 전략, 의료·문화·커뮤니티가 결합된 통합적 시스템 면에서 오히려 발전해 있었고, 이미 앞서 CCRC의 개념이 연구된 미국의 선진사례를 깊이 연구하고 도입하여 오히려 한국이 벤치마킹할 부분도 적지 않았다. 이번 연수는 단순히 시설 견학이 아니라, 공간과 운영이 어떻게 시니어의 일상을 설계하는지를 현장에서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의 대표 보험그룹인 타이캉(太康)과 타이핑(太平)의 시니어 주거로 확장된 비즈니스 모델이 이미 ‘보험·의료·부동산’이 융합된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으며, 이는 앞으로 한국의 ‘기업형 시니어비즈니스 모델’의 발전 가능성을 미리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번 칼럼에서는 시니어 레지던스의‘공간과 운영을 통한 브랜딩’관련 내용을 다루고, 2편에서 운영 체계에 따른 중국 보험사의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1. 공간으로 운영 철학과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다
‘타이캉홈쉔 유엔(泰康之家申园)’은 상해 시니어 리빙 시장의 방향성을 상징하는 시설이었다.‘타이캉’은 중국 전역에 27개 단지를 운영하며 8만 6천 명 이상을 수용하는 거대한 시니어 리빙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별도의 홍보관, 보험-헬스케어 연계 전시, 로봇딜리버리 데모 등은 시니어비즈니스가 단순한 주거상품이 아니라 ‘통합적’인 고객 생애 관리(Life-cycle management)의 일부임을 드러낸다.


[좌: Four season Flower Hall, 우:홍보관 @타이캉홈 쉔유엔(Taikang Home ShenYuan)] 특히, 커뮤니티센터 중앙 라운지 ‘포시즌플라워홀’은 곡선형 천창 아래 2개 층이 오픈된 아트리움 구조로 ‘타이캉홈’의 첫 이미지를 형성하는 장소였다. 컨시어지 데스크와 베이커리 카페라운지, 넉넉한 전이공간을 갖춘 대규모 연회장은 호텔이나 컨벤션센터를 연상시켰다. 단순한 부대시설이 아니라 방문객에게는 ‘타이캉홈’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선보이며, 동시에 입주민의 자부심으로 연결하는 장치였다.


[좌: 커뮤니티센터라운지, 우:커뮤니티센터 2층 @푸싱케어 스타캐슬리빙 (Xingbao Central Retirement Community)] 반면 푸싱그룹에서 미국 기업과 공동 개발한 푸싱케어(Fosun Care) 시니어 복합단지는 ‘타이캉홈’과 상반된 분위기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단정하고 정적인 조경과 건물 외관, 입주민이 직접 연주하는 피아노 연주가 흐르는 커뮤니티 공간, 톤 다운된 조명과 목재와 무채색 중심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화려함보다는 안정감, 과시보다는 절제된 고급스러움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었다.
채광과 조경이 잘 어우러진 그랜드 스테어를 올라가면 넓은 개방감과 가구만으로 구획한 오픈플랜형 커뮤니티 시설은 프로그램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 가능함을 예측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공간에서 입주자들의 ‘자율성과 품격’을 중시하는 운영철학과 “여유 있는 삶”이라는 브랜드 메시지를 공간으로 느낄 수 있었다.
2. ‘일상적’ 의료서비스가 신뢰를 만든다.
중국의 시니어 단지들은 대체로 단지 자체에 의료시설을 포함하고 있었지만, 매일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 시설 내 의료서비스 공간은 국내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검진실, 의무실 등 간단한 상담진료 정도 가능한 공간이었고, 실제 시설 견학 시 이용률이 높지 않았다.
반면에, 국영기업인 중신그룹에서 운영하는 ‘유유신푸(YouyouXinfu)’는 차별화된 의료서비스 제공으로 운영 2년 차임에도 100% 입주율을 자랑하고 있었다. 커뮤니티 센터 내 한의원, 의무실, 약국 등 직접 갖추고 있으며, 올 하반기에는 단지 내 종합병원 준공 또한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실제로 입주민 대상 POC 결과에서도 의료 서비스의 만족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


[좌: 진료실, 우: 물리치료실 @유유신푸(YouyouXinfu)] 동일한 운영주체와 입지는 오히려 더 좋은 ‘쿤룬레지던스’가 이 단지에 비해 입주율이 부진한 것은 의료 서비스의 차별화 요인이 마케팅 요소로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였다.
즉, 의료시설이 존재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가 일상생활의 일부로 작동하는가’였다. 이 점은 앞으로 한국 시니어 레지던스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한국은 중국과 달리 노인복지주택의 부대시설에서 의료행위가 불가하기 때문에 어떤 의료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의료기관과 주거시설 사이의 공백을 메워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필요하다.
3. 도시와 연결된 커뮤니티, 고립되지 않는 고급화
상해의 시니어 단지들은 공통적으로 단지 초입, 즉 외부와의 경계부에 커뮤니티센터가 위치했다. 입주민 전용시설과 홍보 및 체험관이 결합된 형태로 입주민과 외부인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공간이며, 동시에 단지의 분위기와 이미지를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카페라운지와 CITIC BOOKSTORE @쿤룬레지던스(Kunlun Residence)] ‘타이캉홈’의 아트리움 라운지(Four Season Flower Hall)가 방문객의 경험을 유도하는 대표적 공간이라면, ‘쿤룬 레지던스의 서점라운지(CITIC BOOKSTORE)’는 그룹의 문화계열사인 중신 출판그룹(CITIC Press Group) 의 브랜드 공간이 입점한 형태였다. 중신그룹은 원래 금융·투자회사로 출발했지만, 자회사인 출판·문화사업 부문이 운영하는 서점 브랜드를 단지 커뮤니티에 접목해 홍보관과 지역 커뮤니티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었다.
‘타이핑 우통홈’도 단지 입구에 대규모 커뮤니티 센터 내 홍보관이 결합되어 외부인과 입주민이 자연스럽게 마주칠 수 있었다. 이처럼 커뮤니티센터의 일부를 세미퍼블릭(Semi-Public)한 공간으로 운영함으로써, 단지 자체를 홍보하는 동시에 단지가 도시와 고립되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반면, 국내 주거단지는 대체로 입주민만을 위한 부대시설의 ‘전용화’를 고급화의 상징으로 여긴다. 하지만 젊은 세대보다 생활 반경이 비교적 작고, 기존의 커뮤니티를 유지하고자 하는 성격이 강한 시니어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시니어 대상의 주거단지는 단지와 시설의 전용화는 오히려 지역사회와의 교류를 차단하고, 시니어 세대가 고립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고급화는 무조건적인 프라이버시 강화가 아니라, 공간의 성격과 입주민의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 외부와 적극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공간디자인이어야 한다.


[입주민과 방문객이 함께하는 커뮤니티공간과 상업공간 @부산 오시리아시니어타운] 4. 문화의차이와 새로운 접근이 만든 공간의 차별성
세부적인 공간계획에서도 국내의 시니어 레지던스에서 느끼지 못했던 차별점이 몇 가지 있었다.



[좌측부터 뷔페식 식당, 프라이빗다이닝, 영양성분 스캐닝 시스템 @타이핑 우통홈(Taiping WutongHome)] 1) 중국의 생활문화는 ‘식(食)’을 주거의 중심에 두고 있는데, 메뉴와 식당 공간의 다양화, 주방 내부 위생공개, 스마트 영양관리 시스템 등 식당 공간은 단순한 식사 공간, 사회활동의 공간에서 더 나아가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2) 세대 내부 구조에서는 한국과 달리 입식 생활양식에 맞춰 현관과 거실의 구분이 없고, 수납공간이 적었다. 빌트인 대신 가구형 인테리어로 입주민이 직접 가구를 배치하며 공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자체 제작한 케어형 가구를 옵션으로 제공하는 운영방식과도 연계되어 있었으며, 변화가 빠른 시니어의 건강력이나 가구 구성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 가능한 세대 내 구조의 가변성에 있어서 좀더 유리하다고 생각되었다. 실제로, ‘타이핑 우통홈’의 경우 입주 초기의 7:3의 부부독신 비율이 운영 3년 만에 5:5로 변화하고 있다고 하였다.
3) 평균 세대 규모는 약 60㎡ 내외, 1L+1R 구조가 일반적으로 국내 시니어 레지던스의 부부 타겟 평형보다 작은 주거 전용면적을 제공하고 있었다. 부부가 침실을 분리하지 않는 점은 한국과 차이가 있었으며, 남향 배치와 동간격의 중요도가 한국보다 더 강하게 느껴졌다. 다만, 편복도식 구조는 관리 효율에는 유리하지만 세대 내 채광·환기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결국 세대 내 주거기능 강화와 관리 효율의 균형을 맞추는 계획이 필요함을 다시 느꼈다.
상해의 시니어 레지던스들은 단지의 규모보다 공간은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고, 커뮤니티는 지역과의 관계를 확장하며, 의료는 일상의 서비스 체계로 신뢰를 구축하고 있었다. 단지의 외관보다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의 케어와 생활의 품격이 입주자의 만족을 결정했다.
한국의 시니어 레지던스가 배워야 할 점은 명확하다.
공간 디자인은 ‘고급스러움’이 아니라 ‘운영철학’을 담는 구조여야 하고, 커뮤니티 시설은 단순 단지 내 입주민 전용시설이 아니라 도시의 일부로서 작동하는 ‘열린’구조여야 하며, 특히 의료는 일상 생활에 밀착된 서비스 제공으로 ‘일상적 신뢰의 체계’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 세가지가 모두 균형을 이룰 때 시니어 레지던스는 ‘지속가능한 브랜디드 공간’으로 완성될 것이다.
글. 신문정 건축사
해안건축 개발기획본부 (시니어레지던스 TFT 팀장)
신 문 정
해안건축 개발기획본부 (시니어레지던스 TFT 팀장) | 건축사
시니어레지던스 분야 실적
- 신사동 시니어레지던스 개발 (2024~)
- 부산 센텀 시니어레지던스 복합개발 (2024~)
- 한남동 하이엔드 시니어레지던스 (2023~)
- 대구 동인동 시니어레지던스 개발(2023~)
- 인천 루원시티 시니어레지던스개발(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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