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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사의 Care-Full Space] 시니어 주거 문제의 본질은 공급이 아니라 전환이다ARTICLE 2026. 2. 3. 09:52
시니어 주거 문제의 본질은 공급이 아니라 전환이다

베이비붐 세대도 다 ‘같은 세대’가 아니다, 평균이 아닌 다층적 분석이 필요
시니어 주거를 둘러싼 논의는 공공과 민간 양측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시장의 핵심 수요자인 베이비붐 세대를 하나의 집단으로 전제하는 순간, 실제 현장에서 나타나는 선택의 편차와 반응의 차이는 설명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제는 “얼마나 공급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어떤 조건에서, 왜 움직이지 않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베이비붐(Baby Boom)이란 특정 시기에 출생아 수가 급증하는 인구학적 현상을 의미하며, 이 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베이비부머(Baby Boomer)라 지칭한다. 한국의 경우, 통계청은 출산율과 출생아 수 변화를 기준으로 베이비붐 세대를 두 시기로 구분하며, 이는 이후 세대 간 경제적, 사회적 경험의 차이를 설명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1955~1963년 출생자를 1차 베이비붐 세대로, 출산율은 하락했으나 가임 여성 인구 증가로 출생아 수가 크게 늘어난 1964~1974년 출생자를 2차 베이비붐 세대로 정의한다 (통계청, 2012)
1차 베이비붐 세대는 2026년 기준 63~71세로 이미 은퇴 연령에 있으며, 한국전쟁 이후 사회 재건과 산업화의 중심에서 1970~8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본격적인 소비문화를 형성한 세대다. 주택을 중심으로 자산을 축적한 경험이 뚜렷한 반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연이어 경험하며 자산의 불안정성과 상실 가능성을 동시에 체감한 세대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험은 노후를 새로운 삶의 단계라기보다 자산과 건강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위험 관리의 시기'로 인식하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
반면 2026년 기준 52~62세로 아직은 사회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2차 베이비붐 세대는 정보화 시대의 발전과 함께 상대적으로 높은 교육 수준과 기술 활용 능력을 기반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해 온 세대다. 자산 형성의 핵심 시기는 이미 저성장 국면 이후였으며, 부동산 중심의 축적 경험은 제한적인 반면 금융자산, 연금, 분산투자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 이들에게 노후는 소득 단절의 시점이기보다, 삶의 방식과 역할이 조정되는 '전환의 단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1, 2차 베이비붐 세대의 특성 구분 ⓒ 해안 시니어라이프플랫폼(HSLP) 자료 발췌 시니어 주거와 관련된 정책, 사업, 제도개선이 추진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베이비붐 세대를 하나의 평균값으로 가정한 접근은 실제 수요에 대한 인식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주거는 의료나 복지보다 개인의 생애 경험과 가치관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이들을 ‘어떤 기준으로 세분화할 것인가’에서 더 나아가, ‘어떤 선택의 맥락에서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단순 출생연도에 따른 구분이 아닌, 어떤 시기에 자산을 형성했으며, 어떤 소비 판단을 반복해 왔는지, 노후를 대하는 인식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베이비붐 세대를 바라보는 분석의 해상도를 높여야 한다.
시니어 주거 선택은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리스크 최소화’의 문제
베이비붐 세대를 하나의 주거수요로 보기 어렵게 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자산을 형성한 방식과 그 자산을 활용하는 인식의 차이에 있다. 1차 베이비붐세대는 고도성장기와 주택가격 상승기를 거치며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을 축적해왔고, 그 결과 은퇴 이후에는 일정 수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금 흐름이 제한되는 구조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호주는 시니어 주거를 자산 이동을 제도적으로 설계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왔다. '다운사이저 제도(Downsizer Contribution Scheme)'는 주택 매각 대금을 연금자산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주거 이동에 따른 자산 손실과 노후 불안을 구조적으로 완화한다. 이는 주거 이동을 장려하기보다, 이동해도 손해 보지 않는 조건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시니어 주거가 공급의 문제 이전에, 자산-연금-주거 선택이 연결된 구조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반면 2차 베이비붐세대는 경제활동 시점부터 이미 저성장경제를 경험하면서, 연금과 금융자산을 포함한 포트폴리오형 자산 인식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 자산은 축적의 대상이라기보다 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인식되며, 주거 역시 은퇴 후 삶의 질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키는 전략적 선택지로 접근한다.
각 세대가 주거 선택 과정에서 무엇을 가장 부담스럽게 느끼고 어떤 상황을 우려하는지에 대한 정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시니어 주거는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 변화에 따른 리스크 대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1차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주거 이동 자체보다 이동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비용 증가, 돌봄 단계 변화, 통제권 상실에 대한 우려가 주거 선택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디에 살 것인가'보다 이동 이후의 삶이 예측 가능하게 유지되는 구조다.
반면 2차 베이비붐 세대는 주거 이동 자체를 당장의 필요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의 비용 부담보다, 향후 선택 가능한 시점과 범위가 얼마나 확보돼 있는가에 가깝다. 갑작스러운 건강 변화나 가족 상황의 변화로 충분한 준비 없이 주거를 옮겨야 하는 상황을 가장 경계하며, 이러한 '타이밍 상실'을 피할 수 있는 구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처럼 베이비붐세대를 단일한 수요로 묶는 접근이 아니라, 주거 자산에 대한 인식, 자산 유동화 방식의 차이 등을 전제로 한 이중의 주거 공급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1차 세대에게는 공공–보호–안전망 중심의 제도가, 2차 세대에게는 민간–라이프스타일–선택권 중심의 시장이 작동할 것이라는 가설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결국 시니어 주거 정책과 시장은 이제 ‘얼마나 공급할 것인가’ 보다는, 시니어의 현재 ‘자산이 삶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경로를 얼마나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는가’ 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고령화 인구 심층분석 ⓒ 해안건축 개발기획본부, 미래인구변화 경향 분석 자료 발췌 해안 건축은 고령화를 비롯해 한국의 인구 구조와 세대별 특성 변화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분석을 바탕으로, 향후 한국 사회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공간의 개발 방향과 전략을 제시하고자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단순히 공급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각 세대가 처한 자산 구조와 니즈에 맞춘 선택지를 제공하고, 이를 정책과 시장이 어떻게 뒷받침할 수 있을지를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3줄 요약]
시니어 주거 문제의 핵심은 공급여부 이전에, 누가 어떤 조건에서 이동을 주저하는지에 대한 수요 분석의 부족에 있다.
베이비붐 세대 안에서도 자산 형성 방식과 노후 인식이 달라, 주거 선택의 리스크 구조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공급 논의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자산, 소비 경험, 주거의 전환인식 등 수요자의 정밀한 해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글. 신문정 건축사
해안건축 개발기획본부 (시니어레지던스 TFT 팀장)
신 문 정
해안건축 개발기획본부 (시니어레지던스 TFT 팀장) | 건축사
시니어레지던스 분야 실적
- 신사동 시니어레지던스 개발 (2024~)
- 부산 센텀 시니어레지던스 복합개발 (2024~)
- 한남동 하이엔드 시니어레지던스 (2023~)
- 대구 동인동 시니어레지던스 개발(2023~)
- 인천 루원시티 시니어레지던스개발(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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