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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Column] 자연 속에 온전히 회복을 품은 건축, 섭식 장애 치료 시설 키머리지 코트ARTICLE 2026. 2. 2. 16:15
자연 속에 온전히 회복을 품은 건축, 섭식 장애 치료 시설
키머리지 코트(Kimmeridge Court)
1. Kimmeridge Court - Richard Chivers 키머리지 코트(Kimmeridge Court)는 섭식 장애 치료를 위한 전용 보호 시설로, 숲으로 둘러싸인 자연환경 속에 자리해 고요하고 프라이빗한 치료 환경을 제공한다. 메디컬 아키텍처(Medical Architecture)가 설계한 이 시설은 세인트 앤스 병원(St Ann’s Hospital) 부지 내에 조성되었으며, 약 800만 파운드의 사업비가 투입된 전문 입원 치료 시설이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섭식 장애 환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계획된 이 병원은, 주변 자연환경을 적극적으로 건축 설계에 반영한 점이 특징이다. 건축물은 기존 자연 생태계와의 조화를 고려해 설계되었으며, 이를 통해 환경적 지속가능성은 물론 환자들에게 자연 속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과 치유 효과를 제공한다. 특히 외부 마감에 적벽돌을 사용하고, 높은 천창과 키 큰 창을 계획해 자연 채광을 적극적으로 실내로 끌어들인 설계 방식을 공간 전반에 적용함으로써 치료 환경으로서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글. 박하나 편집장
설계 및 자료 제공. Medical Architecture (www.medicalarchitecture.com)
클라이언트. Dorset HealthCare University NHS Foundation Trust
사진. © Richard Chivers
전문 시설에 대한 필요성 충족
섭식 장애는 여타 정신 질환에 비해 사망률이 높은 질환으로, 영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그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20~2021년 한 해 동안 섭식 장애로 입원한 환자 수가 2만4천 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5년 전과 비교해 84% 증가한 수치다. 도싯(Dorset) 지역 역시 섭식 장애 치료 수요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관련 서비스 이용이 53% 급증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섭식 장애 전문 치료 병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키머리지 코트(Kimmeridge Court)의 완공은 지역 의료 인프라 확충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시설의 개원으로 인해 해당 기관의 전문 치료 병상 수는 기존 6개에서 10개로 확대되었으며, 이를 통해 지역 내 증가하는 치료 수요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환자들이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됨으로써 가족과 지원 네트워크의 지속적인 참여가 가능해져, 장기적인 회복 과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섭식 장애 치료는 특성상 난이도가 높아,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효과적인 개입을 받아들이는 데 심리적 저항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일부 환자들은 과잉운동, 자가 구토, 체중 조작 등 치료를 저해하는 은밀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을 적절히 관리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세심하고 지속적인 관찰이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환자의 사생활과 존엄성을 보호하면서 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도 큰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 같은 치료 환경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새롭게 조성된 건물은 입원실을 비롯해 진료 및 치료 공간, 그리고 생활 공간을 확장·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환자의 자율성과 안전을 동시에 고려한 회복 중심의 치료 환경이 구축되었고, 임상적 개입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공간적 토대가 마련되었다.

11. Kimmeridge Court - Richard Chivers 
3. Kimmeridge Court - Richard Chivers 민감한 부지에 특별한 환경 조성
이 건물은 도싯 세인트 앤스 병원(St Ann’s Hospital) 부지 내 해안가 모래언덕에 자리하며, 부지를 채우고 있는 오래된 해안 수목 보존과 주변 지역 맥락 존중을 핵심 원칙으로 삼아 계획됐다. 건물의 규모와 배치는 기존 자연환경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정됐고, 이에 따라 2층 규모의 매스는 도로 방향으로 갈수록 1층으로 낮아지는 단계적 구성을 통해 주변 경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또한 뿌리 보호를 고려한 관개 시설이 기초 설계에 적용되어 기존 수목 뿌리 위로 구조를 들어 올렸으며, 그 결과 오래된 나무가 신축 건물 인근에 그대로 유지되는 환경이 조성됐다.
디자인은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중시해 환자가 편안하고 비임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회복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배려가 담긴 공간 구성은 환자가 존중받고 충분한 보살핌을 제공받고 있다는 인식을 형성하며, 치유와 회복 과정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병실과 환자 휴게 공간은 1층에 함께 배치됐으며, 일반 병상 8개와 중환자 병상 2개로 구성됐다.
개방형 휴게 공간은 접근성이 뛰어난 조경 정원과 주변 숲 조망이 가능하도록 계획돼 치료 환경의 질을 높였다. 직원실과 치료실은 2층에 자리하며, 넓은 다목적 활동 공간에서는 울창한 숲 경관을 감상할 수 있어 심리적 안정과 회복을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

16. Kimmeridge Court - Richard Chivers 
15. Kimmeridge Court - Richard Chivers 섭식 장애 치료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공간
키머리지 코트의 시설은 임상 의료진과의 긴밀한 협의를 바탕으로 계획돼, 환자가 음식과 운동에 대해 긍정적인 관계를 다시 형성하도록 했다. 아늑한 일상생활 활동(ADL) 주방 공간은 일상과 유사한 환경에서 식사 준비와 요리 연습이 가능하도록 구성돼, 스스로 요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그룹 치료 공간은 식사 공간과 직접 연결돼 있어 식사와 관련한 감정을 공유하고 탐색하는 워크숍 운영이 용이하다. 슬라이딩 도어를 통해 공간 개방과 분리가 자유롭게 이루어지며, 사회적 교류 촉진과 동시에 보다 프라이빗하고 집중적인 활동 모두를 고려한 설계가 돋보인다.
또한 치료 목적으로 활용 가능한 개인 야외 정원이 마련돼 있으나, 치료를 저해할 수 있는 과도한 운동은 제한하도록 계획됐다. 더욱이 환자 상태에 따라 외부 공간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에도 라운지와 활동실에 설치된 넓은 유리창을 통해 정원 조망이 가능하도록 해, 실내에서도 자연과의 연결성이 유지되도록 한 점이 돋보인다.
프라이버시를 최소화하면서 환자 관찰이 가능한 디자인
치료 특성을 고려해 침실은 환자가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계획됐으며, 휴식과 사색 중심 공간으로 디자인됐다. 돌출형 창은 앉은 자세에서도 우거진 숲속 공터의 나무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며, 동시에 실내 깊숙이 자연광이 스며들도록 했다.
침실 배치와 중앙 직원 공간으로 구성된 병동은 환자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효율적인 인력 운영을 통해 지속적인 환자 관찰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넓은 복도는 단순한 이동 공간이 아닌 또 하나의 생활 공간으로 조성돼, 환자가 편안히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다른 환자와 의료진과의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한 점도 눈에띈다. 이러한 구성은 복도를 사람 간 교류가 이뤄지는 공동 공간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또한 동선과 직원 공간을 따라 천창을 세심하게 배치해 공간감을 극대화했으며, 자해 방지(anti-ligature)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주거와 유사한 편안하고 안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디자인 전반에 세심한 배려가 반영됐다.
건물 내부 전반에 적용된 천연 소재와 차분한 색채는 사방으로 펼쳐지는 자연 경관과의 조화를 고려해 선택됐다. 더욱이 넓은 유리창과 천창을 통해 자연광이 풍부하게 유입되며, 이를 통해 생체 리듬 강화와 함께 실내 조명 사용 감소 효과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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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Kimmeridge Court - Richard Chiv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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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Kimmeridge Court - Richard Chivers 
5. Kimmeridge Court - Richard Chivers 
12. Kimmeridge Court - Richard Chivers 기존 환경을 보호하면서 자연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설계
외관에는 병원 부지에서 익숙하게 사용돼 온 벽돌과 점토 기와 등 전통적 재료가 적용됐으며, 여기에 현대적이고 세련된 디테일을 더해 전체적으로 단정하면서도 매력적인 인상을 완성했다.
건물 주변 외부 조경은 높은 투수성을 확보하도록 계획돼 빗물 유출을 줄이고, 가능한 많은 빗물이 부지 내부에 머물도록 했다. 이는 기존 수목과 새로 식재된 나무와 관목에 수분을 공급하는 동시에, 집중호우 시 발생할 수 있는 국지적 홍수 위험 완화에도 기여한다. 아울러 보존된 오래된 나무의 넓은 잎은 충분한 그늘을 제공하며, 향후 극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완충 역할도 수행한다. 이러한 환경 계획은 빗물 관리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주변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메디컬 아키텍처(Medical Architecture)의 밥 윌스(Bob Wills) 이사는 “Trust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환자가 회복에 집중할 수 있는 고품질 치료 환경을 구현했다”라며 “건물을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롭게 통합함으로써 이 부지가 지닌 치유적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도싯 헬스케어 대학교 NHS 재단 트러스트(Dorset HealthCare University NHS Foundation Trust) 소속 정신과 전문의 카를라 피구에이레도(Carla Figueiredo) 박사는 “오랜 시간 현대적이고 목적에 부합하는 치료 시설을 기다려 왔으며, 마침내 그 결실을 보게 됐다. 완공된 건물은 매우 아름답고 기능적이다”라며 “시설 확충을 통해 환자가 가족과 지역사회 의료진 등 기존의 지원 체계에서 멀리 떨어져 치료받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며, 이는 회복 과정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세인트 앤 병원에서 섭식 장애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제스 그리피스(Jess Griffiths) 섭식 장애 치료사는 “새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눈물이 날 만큼 깊은 감동을 받았다. 공간 자체가 매우 아름다워 감정이 북받쳐 올랐고, 많은 이들의 치료와 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느껴졌다”라며 “이러한 환경은 치료 활동을 훨씬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줄 것이며, 식사 지원 프로그램을 비롯해 회복 과정에 필요한 다양한 치료 요소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어 컨스트럭션 런던 앤 서던(Kier Construction London & Southern)의 운영 이사 마크 노리스(Mark Norris)는 “이 건물은 환자와 직원 모두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됐다”라며 “도싯 헬스케어 대학 NHS 트러스트와의 긴밀한 협업을 바탕으로, 의료 시설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적극 반영한 세심한 디자인과 높은 수준의 편의성을 갖춘 중요한 신규 시설을 완공했다”라고 밝혔다.

27. Kimmeridge Court - Concept Diagram 
20. Kimmeridge Court - Site Plan 

25. Kimmeridge Court - Ground Floor Function and Flow Plan 
21. Kimmeridge Court - Ground Floor Plan (Clean) 
26. Kimmeridge Court - First Floor Function and Flow Plan 
22. Kimmeridge Court - First Floor Plan (Clean) 728x90'ARTIC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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