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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우 건축가의 '함께 떠나고 싶은 그곳'] 칭다오와 상하이 , 양곤ARTICLE 2026. 2. 2. 13:50
칭다오
칭다오는 독일과 중국의 문화가 어우러진 해변 도시로 푸른 바다, 유럽풍 건축물, 그리고 맛있는 맥주로 유명한 중국 산둥성(山東省)의 아름다운 해변 도시다. 이 도시에 깊게 남아있는 역사적 흔적과 활기찬 현대의 모습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 칭다오는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중국의 개발 항구로 산둥성[山東省] 동부지역에 위치한다. 원래는 작은 어촌에 지나지 않았으나 1897년 독일군이 자오저우만을 침입한 후 조차권을 얻어 중국의 주요 무역항으로 발전한 도시로 1922년에 중국 정부에서 회수하여 1930년 시로 개칭되었다. 따라서 이 도시의 가장 독특한 매력은 바로 독일 조계지 시대의 건축 유산이다. 19세기 말 독일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가 도시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중국 칭다오 01 
중국 칭다오 02 바다를 면하고 있는 칭다오의 도시 분위기는 독일의 영향 때문인지 유럽의 여느 도시와 흡사하다. 붉은 기와지붕으로 통일된 복고풍의 건축 양식이 구릉지를 따라 경사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이색적이다. 특히 해변을 따라 여유 있는 산책로와 한적한 도시 밀도는 중국의 복잡하고 무질서한 일반적인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이유로 여행객에게 칭다오의 첫인상은 제법 쾌적하다. 하지만 도심지에 과장된 건축어휘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고층빌딩의 스카이라인은 여전히 ‘중국스러움’을 피할 수 없다.

추상 01
칭다오는 맥주 이름으로도 유명하다. 코미디 방송에서 한 개그맨의 '양꼬치 앤 칭따오'라는 애드리브에도 자주 등장해서 친근하다. 칭다오 맥주병의 상표를 잘 살펴보면 작은 누각이 그려져 있다. '후이란거, 回瀾閣(회란각)'라는 이름의 이 누각은 팔각형의 2층 건물로 잔교(棧橋)의 끄트머리에 위치하며 청도 10경 중 으뜸으로 꼽힌다. 기다란 잔교와 후이란거, 그리고 그 배경에 초고층 빌딩의 도시가 오버랩되는 다소 묘한 풍경은 칭다오의 대표적 상징이다. 과거와 현재가 잔교로 이어져있다. 높은 곳에 위치한 소어산 공원의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아도 매력적인 경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잔교가 칭다오 여행 추천 하이라이트 중 하나 임에 확실한 이유는 그 위를 가득 메운 사람들도 한 몫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접근이 어려울 정도로 다리 위에 많은 방문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역시 풍경의 중심은 사람이고 중국의 경쟁력은 인구라는 사실을 한 번 더 실감한다.상하이
상하이는 20세기 초 열강들의 각축장이었던 조계(租界)의 역사를 품고 있으면서도, 현재는 중국의 경제 성장을 상징하는 마천루의 도시로 우뚝 서 있다. 와이탄(外灘)과 푸둥(浦東)지역은 과거와 현재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황푸강 서쪽 강변에 길게 늘어선 서양식 건물들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영국의 빅토리아 건축 양식, 프랑스 고전주의 등 다양한 유럽 건축 양식이 혼재된 모습을 보여준다. 당시 열강의 금융, 무역 중심지였던 상하이의 역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상하이 1 
상하이 2 와이탄 맞은편 푸둥 지역은 상하이의 현재이자 미래다. SF소설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듯 한 동방명주(东方明珠), 상하이 타워(上海中心大厦) 등 초고층 빌딩들이 스카이라인을 압도하며, 상하이가 세계적인 금융 허브로 성장했음을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특히 와이탄에서 바라보는 푸둥의 야경은 화려함 그 자체이며, 과거 열강의 세력 과시였던 와이탄 건물들과 현대 중국의 힘을 상징하는 푸둥의 마천루가 황푸강을 사이에 두고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상하이 임시정부청사 
추상 02 잊을 수 없는 역사의 흔적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는 3.1 운동 후 수립된 임시정부의 첫 번째 활동 무대였다. 현재 신천지(新天地) 인근에 위치한 청사 건물은 좁고 소박하지만, 나라를 잃은 망명객들이 독립의 의지를 불태웠던 역사의 현장이다. 지난 1월 이 대통령의 중국 순방 시, 이 곳에 들러 “독립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중요성을 되새기고, 중국에 거주하는 독립유공자 후손을 만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상하이는 '100년의 거울'이라는 별명처럼, 중국 근현대사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도시다. 서구 문물의 유입과 독립운동의 발자취, 그리고 폭발적인 경제 성장의 에너지가 한데 섞여 독특하고 매력적인 도시 풍경을 만들어 낸다.
미얀마 양곤
따스한 햇살이 양곤의 하늘을 부드럽게 감싸는 아침, 이 도시의 깊은 숨결을 느끼기 위해 발걸음을 내 딛는다. 쉐다곤 파고다의 황금빛 돔은 눈부시게 빛나며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며, 그 주변을 거니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고요한 평화가 깃들어 있다. 맨발로 걷는 돌길의 감촉은 낯설었지만, 이내 온몸으로 전해져 오는 경건함은 낯선 땅에 대한 두려움을 잊게 한다.

미얀마 양곤 01 
미얀마 양곤 02 
미얀마 양곤 03 파고다를 벗어나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양곤의 진정한 삶이 펼쳐진다. 낡은 건물들의 벽에는 빈티지스러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고, 거리를 가득 채운 노점상들의 활기찬 소리는 멜로디처럼 들려온다. 볶은 땅콩 냄새와 이름 모를 향신료 냄새가 뒤섞인 공기를 마시며 걷는 이 시간은 마치 멈춰버린 과거 속으로 여행을 온 것 같다.

미얀마 양곤 04 
추상 03 해 질 녘, 양곤 강가에 앉아 붉게 물드는 하늘을 바라본다. 강물 위로 낡은 배 한 척이 유유히 떠다니고,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는 하루의 끝을 알리듯 잔잔하게 울려 퍼진다. 이 도시의 슬픔과 기쁨, 그리고 희망이 모두 녹아든 풍경 속에서 나는 잠시나마 온전한 나 자신이 될 수 있었다. 양곤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나의 영혼을 어루만져 준 깊은 위로였음을 기억한다.

글/그림. 임진우 (건축가 / 정림건축)
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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