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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들려주는 병원경영 이야기] 정신병원은 꼭 폐쇄적이어야 하는가ARTICLE 2025. 2. 3. 13:42
정신병원은 꼭 폐쇄적이어야 하는가
일본의 도쿄도립 마츠자와 병원 Metropolitan matsuzawa hospital정신과 병원하면 굳게 닫힌 철문, 순백색의 병동, 그리고 하얀 옷을 입은 건장한 남자들이 떠오를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정신과 병원이 대부분 그렇게 폐쇄적이고 답답하고 부정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정신과 병동 환경이 그렇게 조성된 것은 환자가 폭력적인 행동을 해서 다른 환자에게 피해 입히는 것을 막고 생명과 관련된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몇가지 의문이 든다. 모든 정신과 환자들은 구속과 격리가 필요한 환자일까? 그렇지 않다면 소수 위험군 환자 관리에 초점을 두고 병동을 설계하는 것이 과연 최선이라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이러한 환경이 정신과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게 하는 요인은 아닐까? 폐쇄적인 병원 환경이 정신 질환자를 위하는 것이 맞을까? 혹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진이나 운영자들을 위한 것은 아닐까?
이러한 의문을 품고 다르게 접근한 병원이 있다. 일본의 정신과 전문병원인 마츠자와 병원이다. 마츠자와 병원의 전신은 1872년에 개설된 도쿄도립 양육원으로부터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 환자들을 옮겨서 치료할 수 있도록 1879년 우에노공원 안에 건립된 시설이었다. 당시 일본은 새로운 신분질서가 형성되고 토지, 군사, 교육 등 사회 전반의 근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메이지유신 시대였다.
이러한 사회적 대격변으로 말미암아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들 중 많은 수가 도쿄로 이주하게 되면서 시설은 늘어나는 정신질환자들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1919년 도쿄의 교외인 세타가야世田谷구로 이전함과 동시에 현재의 이름인 ‘마츠자와 병원’으로 개칭하면서 정신과 전문종합병원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정신병동의 문을 활짝 개방하다
마츠자와 병원은 환자의 치료뿐 아니라 퇴원 후 사회로의 원활한 복귀까지를 목표로 삼고있다. 예를 들어 치매환자들이 병실 밖으로 나가 정원 등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주민 누구나 병원에 자유롭게 왕래하며 서로가 녹아들 수 있도록 개방했다. 또한 ‘지역주민에게 사랑받는 병원’을 5대 운영원칙 중 하나로 제정하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이 언제든지 스스럼없이 병원에 내원할 수 있도록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 해소에 노력하고 있다.
정신질환 전문 종합병원을 만들다
마츠자와 병원은 병상의 90퍼센트가 정신과 병동인 정신과 전문병원이다. 하지만 정신과, 피부과, 부인과 등 타 임상과의 외래진료도 병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마츠자와 병원은 정신과 전문병원을 표방하면서 다른 과의 진료를 동시에 하는 것일까?
이 병원은 정신과 환자군에서 다양한 신체질환, 특히 중증질환의 유병률이 높은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즉 신체질환에 정신적 증상이 더해져 일반 진료과에서 대응하기 곤란한 환자에게 적절한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내과, 신경과, 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 16개 과의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중 혈액내과, 피부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치과의 경우 마츠자와 병원의 입원환자와 정신과 외래환자에게만 진찰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환자도 예약 가능한 다른 임상과의 경우에도 정신질환 환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병원 내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정신질환 합병증의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위해 지원하고 있다. 특히 ‘도쿄도립 정신과 신체 합병증 의료사업’에 참여하면서 주간에는 타 병원에 입원한 정신과 신체 합병증 환자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 야간에는 정신과 뿐만 아니라 내과 · 외과계 의사와 검사 부서까지 응급 당직체계를 갖춰 지역 내 응급 합병증 환자를 수용하는 등 합병증 환자들에게 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Tokyo Metropolitan Matsuzawa Hospital 환자를 배려한 다양한 진료 프로그램을 개발하다
병원들은 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예로 국내외 병원들은 기존의 임상과 중심의 진료에서 질환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센터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타과 의료진간 협진이 활성화되면서 중증질환의 효과적인 치료를 도모하고 있다. 마츠자와 병원도 마찬가지로 100년이 넘는 동안 축적된 정신질환에 대한 경험과 연구를 통해 최적의 진료체계를 제공하고 있다.
마츠자와 병원은 정신과 진료를 급성기, 응급, 합병증으로 분류해 환자를 진료하고 병동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정신질환 중에서도 더 전문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약물 · 알코올중독’, ‘치매’, ‘사춘기’, ‘치료감호’ 16 영역을 프로그램화해 진료하고 있다.
한 예로 ‘치매’의 경우 초진부터 전문의 진료, 검사, MRI까지 이르는 과정을 내원 당일 한 공간에서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정신질환 환자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노력 외에도 환자의 생활여건을 고려한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방문간호와 데이케어를 제공하고 있다. 방문간호는 간호사가 환자의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고민상담과 컨디션 및 약물관리 등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는 것이다. 데이케어는 정신과와 중독 데이케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간대별로 음악, 스포츠, 서예, 컴퓨터 등의 프로그램을 한다. 청소년기 그룹, 일반 그룹으로 구분해 환자가 원하는 그룹을 선택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프로그램들을 통해 내원 또는 입원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Doctor’s view
우리나라에서 경제 발전과 함께 늘어난 정신병원 중에 가장 큰 정신병원은 용인 정신병원이다. 2,000병상에 가까운 규모를 갖춘 용인 정신병원은 병원 규모로만 보면 세계적인 병원이라 볼 수 있다. 이 병원은 우리나라 정신병원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여전히 폐쇄성에 대한 편견을 깬 병원으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신병원이라고 하면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약간은 폭력적인 환자를 가두어 놓는 그런 병원으로 인식되어 왔다. 정신병원은 그 질병의 특수성 때문에 폐쇄성을 버릴 수는 없다. 다만 최소한의 폐쇄 정책을 펼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마츠자와 병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곳곳에서 병원을 최대한 개방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그중 우리나라 병원이 당장 따라 할 수 있을만한 시스템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바로 수많은 강좌 프로그램들이다. 3월에는 스트레스 관리 강좌가 지역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열리고 있다. 매주 한번씩 가족 대상으로 정신분열증 등에 대한 강좌가 열리고 사춘기 환자들을 위한 강좌는 별도로 매월 열린다. 그 외 개별 질병별 학습 프로그램과 치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 대상 강좌가 열린다. 의료인 대상 강좌도 매달 열린다. 강좌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적지 못 할 정도다. 강좌 현황만 봐도 이 병원이 왜 개방적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마츠자와 병원은 지역사회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유도해 정신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받아 명성이 높다.
글. 김우성 | GF 소아청소년과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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