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창민 푸드애널리스트의 건강한 맛집] 검은 살롱 “살롱 드 누아”로의 초대ARTICLE 2025. 2. 3. 13:11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2월, 새로운 아지트와의 만남
조금은 시끄럽게 시작했던 2025년의 첫 달이 지나고 두번째 달이 찾아왔다. 야심차게 세운 계획대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생각 했던 것과 달리 마음먹은 대로 진행이 안되거나 자신과의 타협으로 인해 처음과는 그 지향점이 달라진 초심이라는 카드를 던지고 포기해야 할지 품고 가야 할지 결정하기 힘든 2월이다. 추위도 지금 물러가야 할지 말지 마지막 불꽃을 하얗게 태울지 갈팡질팡하고 있는 그런 시기말이다. 하루하루 신이 나서 즐거운 사람, 우울함을 달래고 싶은 사람, 예고 없이 덮쳐오는 외로움에 기분전환이 필요한 사람, 사랑을 더 돈독하게 다지고 싶은 사람, 즐거움과 행복은 배가 되고 우울함과 외로움은 잠시 잊게 해 줄 그 무언가가 우리들에게 필요한 그런 시기! 이때 필요한것이 바로 맛있는 음식과 향기로운 술 그리고 나만이 간직하고 싶은 ‘아지트’이다. 검은색이 주는 차분한 분위기와 깜짝 놀랄만큼 맛있는 음식이 선사하는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아지트’로 딱 어울리는 곳을 소개한다.
ⓒ살롱 드 누아 ‘검은 살롱 “살롱 드 누아”로의 초대
‘Salon de Noir’ 프랑스어로 검은 응접실을 뜻하는 말이다. 가게 외관은 상호와 같이 검은색이지만 어둡고 컴컴하기만 한 느낌이 아닌 심연의 어둠 속 어딘가를 응시하고 싶은 분위기의 심플하고 아담한 공간이다. 검은색이 테마인 테이블과 좌석이 많지 않은 파리의 어느 골목 작은 동네 주점을 연상시키는 그런 첫인상이다. 물론 이건 여기서 나오는 음식과 술을 먹기 전 얘기다. 주문한 술과 음식이 내 입술과 혀를 거쳐 목구멍을 지나는 순간 예전 고전 SF영화와 드라마에서 봤던 검디 검은 절대적 어둠의 우주를 워프하는 그런 시공간을 초월한 짜릿한 경험이 내 몸 안에서 펼쳐진다. 제정신으로는 느낄 수 없는 영역을 어느새 나도 모르게 도달해 있는 신기한 상황이 펼쳐진다. 나도 모르게 신이 난 나머지 개인의 주량과 음식 섭취량을 망각한 채 맥시멈으로 달리고 있는 내 자신을 유체이탈로 바라볼 수 있는 재밌는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맛과 취기가 나를 점점 심연의 저 끝으로 몰아가는 마치 어둠의 제왕이 된 듯한 기분이다. 간간히 들려오는 노랫소리는 새로운 정취를 자극한다. 이렇게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과 사람과 일에 찌들어 버린 벗어 버리고 싶은 나를 잠시나마 지울 수 있는 다크한 공간이다.
‘경험과 실력’ 그리고 “실천하는 용기”
이 암흑의 살롱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전문적으로 요리를 공부하거나 셰프의 길을 걷던 사람이 아닌 평범한 일상을 살며 맛있는 시간을 삶에 녹여내던 김자영 대표이다. 처음에는 이분께서 요식업을 시작하셨다고 했을 때 어떤 음식을 하실지 너무 궁금했고 과연 무슨 음식과 술을 즐기는 손님들이 찾아올지 너무나 궁금했다. 장소도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서초동 법원 사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이면도로의 안쪽이라 불황과 폐업으로 도배가 되고 있다시피한 언론과 사회적 분위기에서 굉장히 용기 있는 선택이라 내심 생각했었다. 두려움과 막연한 불안감을 직시하고 모든 일에 걸쳐 내가 온 마음을 다해 최선을 다할 수 있을것인지 그것만을 생각하라고 한 정조대왕의 말씀이 떠오르는 정말 멋진 용기와 결단이 있었기에 어쩌면 영원히 느껴보지 못했을 맛있는 순간을 경험하게 해준 대표님에게 큰 박수와 찬사를 보내고 싶은 바이다. 이렇게 5년이 넘은 시간동안 서초동 법원 사거리의 터줏대감으로 거듭났다.
멕시칸과 스페니쉬를 기반으로한 다양한 음식과 맛있는 술
도대체 무엇을 먹었기에 그렇게 만족스럽고 행복하냐고 물으신다면 바로 대답할 수 있는 건 주인장의 솜씨와 정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좋은 재료를 이용해 정말 잘 조리한 음식들은 본토를 고집하는 사람이건 낯설음을 배척하는 사람이건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어떤 지점을 찾아내게 되는데 살롱 드 누아의 음식이 바로 그렇다. 타코와 브리또 퀘사디아등으로 대표되는 맥시코 음식과 빠에야와 타파스등으로 대표될 수 있는 스페인 음식이 공존하고 있으며 그 짜임새와 서로의 호흡이 낯설지 않고 절묘하게 어우러져 비교적 접하기 힘들었던 음식임에도 전혀 거리낌 없이 추억의 한페이지가 씌여지게 된다. 그리고 업장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술 또한 여타 다른 업장과 매우 다름을 느낄 수 있는데 생맥주와 고급 소주 그리고 대표가 엄선한 와인은 좋은 파트너를 만나야 행복한 인생을 즐길 수 있듯 맛있는 음식을 만나 혼자 몸서리치지 않고 훌륭한 조화로 술을 썩 좋아하지 않는 필자에게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물에 갇혀 있는 자신의 불을 온전히 전해주었다. 술의 유일한 순기능이라 할 수 있는 기분전환을 이곳에서는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결국엔 따로 또 같이
새해 계획이 어그러져도 사랑하던 연인과 헤어져도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도 우리는 결국 오늘을 살아 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지탱하다 보면 새로운 만남과 성취 그리고 운명적인 무언가를 만나게 된다. 홀로 태어나 홀로 돌아가는 인생이라고 하지만 매순간 같이 하는 누군가가 있기에 인생 속 추억의 한페이지는 가슴속에 영원히 남게 된다. 지금 이 순간도 그 행복의 한 페이지를 연료 삼아 힘차게 살아가는 그대들에게 외치고 싶다.
“건배~!”
글. 송창민 푸드애널리스트
전) 온지음 맛공방 연구원
푸드 애널리스트
ANA DRONE 맛집 칼럼 2018~2020'ARTIC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HIBITION] 케이이치 타나아미 특별전 (0) 2025.02.04 [편집장 FOCUS] 2025년 보건의료 정책방향 (0) 2025.02.04 [ISSUE] 생성형 AI,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 (0) 2025.02.04 [의사가 들려주는 병원경영 이야기] 정신병원은 꼭 폐쇄적이어야 하는가 (0) 2025.02.03 [양재혁의 바이오Talk 헬스Talk] 탐험(Exploration)이냐? 활용(Exploitation)이냐? (0) 2025.02.03 [BOOK 신간소개] 행복의 메커니즘 (0) 2025.02.03 [젊은 건축사의 Care-Full Space] 커뮤니티 공간, 시니어 라이프의 새로운 중심지 (0) 2025.02.03 [해안건축 신용호의 시니어 미디어] 시니어 레지던스 타깃 설정 및 마케팅은 어디까지 확장되어야 할까? (0) 2025.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