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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사의 Care-Full Space] 시니어 레지던스의 외부공간은 삶을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ARTICLE 2025. 9. 8. 10:52
국내 연구에 따르면 노인은 성인보다 같은 500m의 거리를 걷는데 평균 1.7배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노인 친화적 외부공간은 300m 이내마다 휴식과 그늘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권장한다. 반면에 최근 공급되는 도심형 시니어 레지던스는 한정된 대지 내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주거공간, 내부 커뮤니티공간 확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단지 내 ‘외부공간’은 부수적 요소로 밀려나기 쉽지만, 사실상 시니어 레지던스의 외부공간은 시니어의 일상적 휴식공간이자 사회적 교류, 심리적 안정을 제공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이다.
지난 칼럼(Vol.57)에서 세대교류형 시니어 레지던스의 대표사례로 소개했던 싱가포르의 캄풍 애드미럴티(Kampung Admiralty)는 제한된 도심 부지 안에서 외부공간 및 조경계획을 통해 시니어의 삶의 질 향상은 기본이고, 이웃 및 지역사회와 교류, 친환경 디자인을 통한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모두 담은 사례이다. 약 0.9헥타르(약 2,700평)의 좁은 부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수직적 마을 컨셉으로, 층별 레이어를 활용해 외부공간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활용하였다. 전체 녹지 면적은 대지면적의 53%이상을 차지하며, 건물중앙으로 스텝형의 구조를 갖는 루프탑 테라스는 휴먼스케일로 조성하여 50종 이상의 수종이 심어져 있다.
Kampung Admiralty 단지 내 외부공간 ⓒ ULI Case study 보고서 이미지 발췌 주거-편의시설-대중교통까지의 동선계획 또한 일상적 보행이 자연스럽게 외부와 접속되도록 의도하였다. 입주자는 집을 나서면 버디벤치(Buddy benches)와 외부거실(Outdoor Living room)에서 이웃을 만나고, 진료를 받으러 가는 길에 보육센터와 놀이터의 아이들을 마주치며, 저층부의 식당이나 장을 보러가는 길목에서 지역사회와 교류할 수 있다. 국내외 조사에서도 매일 한 번 이상 외출하는 노인은 사회적 교류 수준이 높고 건강 수명에도 긍정적 영향을 보였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외부공간은 단순히 ‘산책로와 화단’이 아니라 건강증진과 치유를 위한 장소로 기능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요소는 거창한 운동기구가 아니라 낮은 단의 계단, 스트레칭 기둥 등 일상 속에서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장치들이다. 손쉽게 가꿀 수 있는 텃밭은 신체적 활동을 늘릴 뿐 아니라 수확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높이며 정서적인 안정까지 준다. 녹지와 물이 결합된 정원은 오감을 자극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인지 기능 유지에도 기여한다.
WHO와 국내 연구에 따르면 주거지 반경 250m 이내 녹지가 있을 때 노인의 우울증 위험이 30~40% 낮아진다. 이는 외부 공간이 단순 조경이 아니라, 예방의학적 역할도 수행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해안건축에서 설계한 부산 오시리아 시니어타운은 유니버설 디자인은 기본으로, 앉음턱과 공용테라스를 곳곳에 배치하여 산책과 보행중에 쉬고 머무를 수 있도록 하였다. 단지내 외부공간에 피크닉 가든, 플레이그라운드 등 이웃과 가족, 지역민과의 접촉을 유도하고, 특히, 단지 중심의 웰컴라운지와 연계한 물의 정원(청명원)과 허브가든, 명상가든은 시니어의 정서적 안정감과 가벼운 신체활동을 촉진한다.
부산 오시리아 시니어타운 ⓒ 라우어 도심형 시니어 레지던스에서 사업지 면적 활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부공간 확보 전략이 필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앞서 소개한 사례와 같이 루프가든, 공중가든 등 입체적 공간활용을 통해 외부공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외부공간의 접근성과 내부 커뮤니티 시설의 프로그램 확장을 연계하여 지역과 접속되는 단지의 경계부, 혹은 외부인이 접근 용이한 광장과 결합해 다목적 공간으로 계획한다면 단지는 내부 거주자와 외부 지역사회의 교류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첫 시범사업인 구리갈매역세권 실버스테이에는 ‘신경건축학’을 도입하여 시니어의 공간기억을 자극하거나, 인지성을 높이는 설계를 의도하였다. 산책로 중간중간에 시각적 랜드마크 요소를 도입하여 길찾기 능력과 자율성을 강화하고, ‘내 집 앞’이라는 친숙함과 심리적 안정성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위례 시니어복합타운 제안(안) ⓒ 해안건축 하지만, 건강과 교류의 장치가 충분해도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외출은 여전히 주저된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도 외출 시 불편함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43.4%에 그쳤다. 따라서 시니어를 위한 외부 공간은 주·야간 모두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짧은 보행마다 벤치와 그늘을 배치해 언제든 원할 때 앉을 수 있는 심리적 안전함을 주고, 미끄럼 방지 포장과 균일한 조도로 그림자를 최소화한 야간 조명은 낙상에 대한 불안을 줄인다.
특히, 시니어 레지던스에서의 보차분리를 통한 보행 안전성 확보는 반응 및 보행 속도가 다소 늦은 시니어를 배려한다면 필수적이다. 결국 작은 배려가 외출을 가능하게 하고, 외출이 곧 건강을 지키는 출발점이 된다.
이처럼 시니어 주거시설의 외부공간 디자인은 안전성, 건강증진, 사회적 교류라는 세 가지 기능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벤치 하나, 균일한 조도의 조명, 작은 텃밭 같은 세심한 배려들이 시니어의 외출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고, 그 외출이 곧 건강, 사회적 연결, 삶의 자율성을 강화한다. 따라서 외부공간은 단순한 조경 설계가 아니라, 시니어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확장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
글. 신문정 건축사
해안건축 개발기획본부 (시니어레지던스 TFT 팀장)
신 문 정
해안건축 개발기획본부 (시니어레지던스 TFT 팀장) | 건축사
시니어레지던스 분야 실적
- 신사동 시니어레지던스 개발 (2024~)
- 부산 센텀 시니어레지던스 복합개발 (2024~)
- 한남동 하이엔드 시니어레지던스 (2023~)
- 대구 동인동 시니어레지던스 개발(2023~)
- 인천 루원시티 시니어레지던스개발(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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