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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대, 의료 본연의 가치에 소명을 둔 의사 선발 (하)ARTICLE 2025. 10. 2. 05:11
의료개혁의 구체적 방안 제시한 조승연 외과 과장,
정부의 투자와 정책적 방향이 일관성 있게 가는 것이 관건!조승연 영월의료원 외과 과장(전 인천의료원장) 국내 의료계가 반드시 지녀야 할 의사로서의 사명감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의정 사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정부 역시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에 뚜렷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조승연 외과 과장은 4년 전, 매거진HD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의료계가 개선·변화해야 할 과제로 의사 인력 부족 문제와 공공의대 설립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두 가지는 여전히 의료계의 핵심 쟁점으로 논의되고 있다. 특히 공공의대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의료 인력을 양성해 공공의료 현장에 투입하는 제도로, 본질적으로 ‘국가 인력 양성’에 목적이 있다. 따라서 재정 지원 구조와 선발 과정에서 차별성을 가져야 하며, 단순한 성적 중심이 아닌 소통 능력, 공감 능력, 공익적 가치 실현 의지를 가진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의 성적 위주 선발 방식은 의료의 본연적 소명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의사 인력 부족 문제의 해법으로 그는 ▲의대 증원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합법화 ▲외국 의사 수입 및 국제 교류 활성화를 제시했다. 의대 증원은 조승연 외과 과장이 10년 전부터 강조해 온 핵심 방안으로, 국내 의사 수를 근본적으로 늘리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PA 간호사 합법화는 전공의의 일부 역할을 대신 수행함으로써 의료 체계의 효율성을 높이는 제도이며, 현재는 이미 제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앞으로는 외국 의사 수입 및 국제 교류 활성화가 관건이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인력을 확보하고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국가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 같은 방안에 대해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그러나 조승연 외과 과장은 한국 의료개혁의 핵심이 공공의료의 성장에 달려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이고 일관된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이 공공병원을 기피하는 이유 역시 병원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질적 수준·접근성·비용 면에서 차별성을 체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립암센터나 서울대병원처럼 공공병원임에도 환자들이 선호하는 기관이 존재하는 만큼, 지방의료원 또한 그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하며, 이는 전적으로 정부의 책무라고 피력했다. 그만큼 조승연 외과 과장은 정부의 과감하고도 일관성 있는 정책 행보를 기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변화될 한국 의료계의 성장은 조승연 외과 과장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도 진심을 다해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8. 사실 공공병원의 인테리어에 대한 접근은 다른 민간병원과는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판단하시기에 영월의료원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공간이나, 디자인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영월의료원은 처음부터 ‘공공’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설계된 병원은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병원 건물 옆에 신축 건물을 브릿지 형태로 연결한 구조를 갖추고 있어, 나름대로 쾌적한 환경을 자랑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은 비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건축과 공간 설계에서도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공건물은 취약 계층이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개념이 당연히 포함되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우리나라 공공병원조차 법적으로 민간병원과 동일한 위치를 갖고 있어 운영상 한계가 있습니다.
공공의료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수익 계산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자’라는 개념은 곧 수익 구조에 맞춘 운영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건물이나 시설이 점점 열악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공공병원의 비전에 맞게 수익과 무관하게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서비스 디자인을 포함한 병원의 전반적인 질 향상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정부에 공공병원의 운영을 예산제로 전환할 것을 계속 요청하고 있습니다.
9. 또한 공공병원이 환자중심디자인으로 변화하기 위해서 디자인적으로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공간이 있다면 어디라고 보시는지요.
제가 생각하기에 공공병원이 환자 중심으로 가장 변화해야 할 부분은 응급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늘 종합병원의 중심은 응급의료라고 보고 있습니다. 응급실은 병원의 핵심이며, 병원의 전 자원이 동원되어 꼭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응급실이 오히려 ‘돈이 드는 공간’으로 전락한 경우가 많습니다. 병원에서 경영 개선을 시도할 때 가장 먼저 선택되는 조치가 응급실 폐쇄나 중환자실 축소입니다. 이로 인해 필수 의료나 중증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결국 병원의 중심이 응급실이 되고, 응급의료가 얼마나 활성화되어 원활하게 운영되는지가 공공의료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0. 공공병원의 발전을 위해 병원 디자인에서 가장 변화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드렸듯, 응급실은 병원에서 가장 접근하기 좋은 위치에 있어야 합니다. 모든 의료인과 시스템이 응급실을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유럽의 경우를 보면, 외래 진료가 거의 없거나, 아예 원무과가 없는 병원도 있습니다. 환자가 원무과를 방문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진료와 입원, 수술 과정은 미리 예약을 통해 이루어지고, 또 다른 환자는 앰뷸런스를 통해 응급실에 들어와 바로 치료를 받습니다. 그만큼 응급실의 중요성이 매우 높습니다. 외래는 단지 호텔 프런트처럼 입원 수속을 담당하는 곳에 불과합니다.
반면, 우리나라 병원은 원무과가 중심입니다. 환자가 원무과에 들어서면 직원이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기준으로 수익성이 높은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분류하는 웃픈 현실입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원무과가 병원의 중심이지만, 공공의료가 발달한 국가에서는 응급실이 병원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조승연 영월의료원 외과 과장(전 인천의료원장) 11. 앞으로 의료계는 환자 중심의 헬스케어 병원으로 나아가는 추세입니다. 앞으로 공공병원은 어떠한 방향성을 갖고 변화되어야 하며, 변화될 것인지 미래 병원 트렌드에 대한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이미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공공의료가 중심이기 때문에, 오히려 민간적인 속성을 도입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의료가 전체 의료의 70~80%를 차지하므로, 민간적인 속성을 도입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일부를 개선하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의료의 약 95%가 민간 부문에 의해 운영되고 있어, 앞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은 자연스럽게 공공의료 중심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의사들이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기에는, 그동안 자유롭게 운영해왔던 영역을 제한하려는 것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의대 증원 문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문재인, 윤석렬 등 전 대통령 시절 공공의료 발전종합계획이나 필수의료 패키지가 발표된 이유도, 더 이상 기존 체계로는 의료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국민과 사회를 위한 책무를 다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정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정책적으로 공공의료의 강화로 나타날 것입니다.
그동안 민간 시장주의에 맡겨져 자유분방하게 운영되었던 이윤 중심의 의료 행태들은, 이제 공적 책임감을 중심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러한 변화의 핵심 과제는, 얼마나 정부가 의료계와 충분히 소통하며 과감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가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12. 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공공병원의 필요성 인식은 무려 76.5%로 증가했지만, 긍정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실제 공공병원 이용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계시며, 정부 정책의 개선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국민들이 공공병원을 찾지 않는 이유는, 이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이나 차별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질적 수준이나 접근성, 혹은 비용 측면에서 뚜렷한 장점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국립암센터나 서울대병원도 엄연히 공공병원이지만, 환자들은 오히려 그곳에 가고 싶어 합니다. 이는 ‘공공병원이라서 가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지방의료원 등 지역 거점병원이 그 수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 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진료 수준이 미흡한 곳이 적지 않은데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찾는 현실은 정부 정책의 실패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들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건강보험만으로도 여러분의 건강 문제는 정부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선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만큼 정부가 공공성을 담보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하며, 그렇게 된다면 국민들의 신뢰도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입니다. 따라서 공공병원의 규모 역시 지금보다 훨씬 확대되어야 합니다.
영월의료원의 경우, 강원도에서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환자들이 찾아오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중증 환자는 결국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하고, 진료과별 전문의가 한 명씩밖에 없어 휴가나 부재 시 진료 공백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은 병원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일관성 있는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최근 의정 사태로 인해 전공의들이 미국으로 가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미국에 가는 사례는 드뭅니다. 대한민국은 의사들에게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인력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성적 우수자들을 선발해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인재로 키우는 대신, 단순히 돈을 버는 기술자로 길러왔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보건의료 시스템 자체를 이윤 중심에서 공익적 책무를 다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미 다른 나라들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손보험과 비급여 진료 영역을 시장에 지나치게 맡겨 두었기 때문에, 솔직히 이러한 변화가 가능할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미 지역 의료는 상당 부분 붕괴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방향은 공공성을 강화하고, 이윤 동기보다는 공익적 목적을 우선시하는 흐름 속에 있습니다. 앞으로는 시·도 단위의 지역 공공병원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하며, 규모와 인력을 확충해 국민들이 기꺼이 찾을 수 있는 병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인천의료원 사례처럼 접근성이 떨어지는 외곽 지역의 공공병원은 도심으로 이전하고, 기존 부지는 요양병원으로 전환하는 정책적 변화도 필요합니다.
학교나 병원은 사회적 약자를 우선 배려해 접근성이 뛰어난 안전한 입지에 건립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많은 공공의료원이 산중턱이나 공업지대 등 접근이 불편한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값싼 부지를 선택한 결과입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부분까지 포함해 전반적인 개선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13. 그동안 공공의대의 필요성에 대해 늘 강조해오셨습니다.
공공의대에 대해 설명드리자면, 유럽이나 캐나다와 같은 국가에서는 교육 과정이 대부분 무료이며, 의과대학 역시 무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의사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력으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의과대학은 개인이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해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의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입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역사적으로 가장 먼저 의과대학이 생겨났고, 의사들을 교육하고 실습할 공간이 필요해 병원이 건립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국가가 필요에 의해 의과대학을 설립하고, 그 인재들을 통해 환자를 치료하고자 병원을 세운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비전과 다소 다른 길을 걸어왔습니다.
공공의대의 출발점은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공공의대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 공공의료 현장에 투입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들이 근무하는 기관이 공공병원일 수도 있고, 민간 병원일 수도 있지만, 결국 공공의료라는 미션과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양성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발 과정부터 기존 의대와는 달라야 합니다. 지금처럼 단순히 높은 성적을 바탕으로 입학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소 성적이 부족하더라도 책임감이 있고 지역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을 선발하는 것입니다. 또한 졸업 후 약 10년 정도의 의무 근무 기간을 두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이 의무 기간은 장기적으로는 조정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자치의과대학 사례는 매우 주목할 만합니다. 일본은 의료 취약지의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대학을 설립하였는데, 현재 일본 의과대학 인기 순위에서 도쿄의대 다음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줄을 설 정도이며, 국가시험에서도 수석 합격자가 배출되고 있습니다. 운영 방식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학생 2~3명을 선발하여 입학시키고, 장학금을 지원하며, 졸업 후 9년간 해당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주목할 점은 레지던트 과정을 포함하면 실제 근무 기간은 5~6년 정도이지만, 그 이후에도 72% 이상의 졸업생이 여전히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지역 공공병원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정착을 돕기 위한 지속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지역 의사 양성에 매우 효과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공공의대 역시 가장 중요한 차별점은 재정 구조와 선발 과정에 있습니다. 선발 단계에서 단순히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만을 뽑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동할 역량과 사명감을 가진 인재를 뽑는 것이 핵심입니다. 물론 쉬운 과제는 아니지만, 현재처럼 성적으로만 줄 세우는 방식보다는 훨씬 바람직합니다. 실제로 의대 공부에 필요한 과목은 한정적이며, 미적분을 잘하는 능력이 의사로서 필수적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의 의대는 수학적 능력은 뛰어나지만, 소통 능력이나 공감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의대는 선발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공공성과 책임감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승연 영월의료원 외과 과장(전 인천의료원장) 14. 영월의료원은 올해 어떤 계획과 목표를 갖고 있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역 의료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역량이 유지되는 동안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기여하고 싶습니다. 또한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와 같은 인터뷰 활동을 이어가며, 사회적으로도 일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15. 마지막으로 공통된 질문을 드립니다.
1. 10년 후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저는 아내와 10년 동안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일을 그만두자’고 약속해 왔습니다. 이제 2년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현재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내가 영월에 내려오고, 저는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가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생긴 일곱 달 된 손주 덕분에 주말마다 아이를 보는 즐거움이 큽니다. 손주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을 허락해 주는 며느리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10년 후를 생각하기에 앞서, 현재 우리나라 의료계를 바라보면 솔직히 비관적입니다. 정상화가 가능할지 의구심이 들 정도인데, 특히 인력 문제는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10년 전부터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제기해 왔습니다.
첫 번째로 강조한 것이 의대 정원 확대였고, 두 번째로 주장했던 것은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의 합법화였습니다. 다행히 최근 PA 제도가 합법화되어 현재 영월의료원에서도 PA 간호사를 훈련하고 있으며, 이들이 전공의의 역할을 일부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인구 대비 의사 수가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PA와 다양한 파라메디컬 직종이 활성화되어 있어 훨씬 원활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물리치료사 역시 개업이 가능해, 반드시 재활의학과 의사만이 해당 분야를 독점할 필요가 없는 구조입니다. 결국 이러한 제도 덕분에 미국은 실질적으로 우리보다 의사 수가 훨씬 많은 셈입니다. 우리나라도 PA 제도가 정착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세 번째로 강조했던 부분은 외국 의사 수입입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는 방식으로, OECD 국가의 30~40%가 외국 의사로 충원되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는 국제적 교류이자 보건의료 차원의 원조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과거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의 학생을 의사로 길러낸 사례처럼, 한국에서 외국 의사를 양성하고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곧 한국의 의료 수준을 알리는 홍보 효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한국 의사들이 미국 사례를 자주 언급하는 이유는 과거에 많은 의사들이 미국에서 연수를 받았기 때문이며, 일제강점기에는 독일 의학을 최고로 여겼던 역사도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 의료 수준이 높아져, 외국에 의사를 보낼 만큼 성장했다고 봅니다. 이는 의료 원조이자 국제 교류의 확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의사 인력을 확충하는 방법은 세 가지뿐입니다. 의대 정원 확대, PA 간호사 제도 합법화, 그리고 외국 의사와의 국제 교류 활성화입니다. 앞의 두 가지는 이미 진행되었고, 앞으로는 국제적 교류를 통해 인력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저는 10년 후, 이러한 흐름이 안정적으로 정착해 의료계가 제대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노후를 맞이하고 싶습니다. 그때는 ‘할 만큼 다 했다’는 생각으로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10년 후에 다시 인터뷰했을 때 어떤 모습일까요?
10년 후에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역량이 닿는 한 계속 환자를 진료하고 있을 것이며, 경제적 드라이브는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므로 그만큼 더 보람 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3. 10년 전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블루오션을 걸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저를 이상하게 보거나 질투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돌이켜 보면 제 선택이 결코 나쁘지 않았다고 판단합니다.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고, 코로나19와 메르스 사태를 직접 겪었으며,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는 영광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저는 제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오늘 이렇게 매거진HD에서 찾아와 인터뷰를 해 주신 것만 보더라도, 제가 헛되이 살아오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 해도 아마 지금과 비슷한 길을 걸었을 것이고, 제 자신에게는 “보람이 있을 것이니 계속해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인터뷰이. 조승연 영월의료원 외과 과장(전 인천의료원장)
글. 박하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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