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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숙 간호부장의 노인병원 애상] 간병인과 간호사의 변화, 요양병원에서 겪는 이야기ARTICLE 2025. 10. 2. 00:52
2002년 처음 요양병원에 근무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 당시에는 간병인도 모두 한국 분들이었고, 격일 교대근무를 하며 환자를 돌보았습니다. 간호조무사들도 급성기 병원처럼 단순히 심부름 위주의 역할만 했죠.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힘들고 고된 간병 일은 피하게 되고, 지금은 대부분이 중국 동포 간병인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간호사들도 점점 환자 곁에서 직접 돌보는 일을 줄이고, 차지(Charge) 업무만 맡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 빈자리를 간호조무사들이 채우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특히 우리 병원은 일반 병동에서 나이트 근무를 혼자서 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이트 경험이 없는 간호사가 있으면, DE 근무 자리가 날 때 우선적으로 배치해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혼자서 차지 업무와 직접 간호(엑팅)를 같이 하다 보니, 오랫동안 실무에서 손을 뗀 간호사들은 점점 서툴러지고, 결국에는 업무를 피하려는 태도를 보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수액을 제때 제거하지 않고 밤새 흘러가게 둔다거나, 저혈당 위험 환자에게는 의사 오더가 있음에도 본인 생각대로 간식을 억지로 챙겨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응급 상황이 생기면 동료를 도와야 하지만, 오히려 “내 일이 아니니 다 처리하고 가라”는 식으로 행동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같이 근무하는 간호사들까지 힘들어하고, “함께 일 못 하겠다”는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부서장이자 책임자로서 저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다른 병동으로 배치해주려 해도 이미 소문이 퍼져 수간호사들이 모두 거절했습니다. 요즘은 간호 인력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 어렵게 구해도 나이가 많거나 경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게 현실입니다.
사람이란 참 이기적일 때가 많습니다.
상담을 해봐도 스스로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말하죠.
“검은 머리 짐승은 변하지 않는다.”
진심을 다해 상담해주고, 심지어 부서 이동까지 배려해 주었는데도, 전 병동에서 하던 잘못된 행동을 똑같이 반복하는 걸 보면 참 마음이 무겁습니다.
아침 퇴근길에 상담을 하던 중에도 본인은 전혀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모르고 있더군요. 결국 자존심이 상했다는 이유로, “1년 됐으니 그만두겠다”며 사직서를 내고 말았습니다.
저는 평소 ‘고쳐서 함께 쓰자’는 마음가짐으로 사람을 대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마음이 참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현실적으로 요양병원 간호 인력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숙제이지만,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혹시 여러분은 비슷한 경험 있으신가요?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분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글. 최경숙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최경숙 간호부장
현)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현) 요양병원 인증 조사위원
전) 대한간호협회 보수교육 강사
전) 요양병원 컨설팅 수석팀장728x90'ARTIC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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