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건축사의 Care-Full Space] 한국 시니어의 삶, 그 특별함을 바라보다ARTICLE 2024. 12. 27. 19:16
새해 첫날, 우리 가족은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친정 부모님은 따듯한 나라로 골프여행을, 시어머님은 미뤄두었던 성지순례를 가셨다. 몇 년 전부터 신정에는 양가부모님을 방문하는 대신 각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 우리 가족의 룰이 되었다. 구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 문화 덕분에 가능했던 변화다.
한국의 시니어들은 다른 나라 시니어들과 비교해 독특한 생활 양식을 지닌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문화적 배경과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 차별성이다. 앞으로 연재할 시니어를 배려한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과거와는 다르게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서구 문화와는 다른 “한국 시니어들이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가족중심의 삶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따로 또 같이
한국은 전통적으로 자녀와의 유대와 효를 중시하며, 노후를 자녀와 함께 보내거나 자녀의 지원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서양에서는 자녀와의 관계보다는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 시니어는 여전히 가족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에는 자녀와 동거 대신 가까운 곳에서 생활하면서 손주 돌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많은 한국 시니어는 자녀와의 관계를 통해 정서적 안정을 느끼며, 이를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긴다고 생각한다.
좀더 편리한 생활지원 서비스와 헬스케어를 위해 현재 생활반경에서 벗어난 시니어 레지던스에 입주하고자 하면, 현재 자녀와의 근거리에 지내고 있는 거주지를 이동해야 하고, 자녀와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이는 “H-SLP(해안 시니어라이프플랫폼)”에서 시니어 레지던스의 입지조건에 “교통접근성”이 우선순위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이다. 그 중에서도 서울 및 수도권 접근성을 중시하는 것은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서 사회생활을 하고있는 자녀들이 방문하기 편리하도록 배려하기 위함이다.
또한, 시니어 레지던스 내 독립된 거주공간 외에도 자녀와 가족들이 방문하여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별도의 커뮤니티공간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예약제로 운영되는 키친이 딸린 다이닝 공간을 제공하여, 단순히 머무는 라운지 기능을 넘어 함께 요리하고 식사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저층부의 생활편의를 위한 근린생활시설에 F&B비중을 높여 방문 가족이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제안할 수 있다. 부모님을 방문하기 위한 이유에 "유명한 맛집에 간 김에 부모님도 뵙는" 일상이 더해지는 것이다.
나이답게 사는게 아니라 “나”답게 산다.
이미 한국의 70대 인구수는 20대인구 수를 넘어섰으며, ‘욜드족’*으로 지칭되는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1955~1974년생)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여기며, 몸과 마음의 젊음을 유지하고 제2의 자아를 찾는 것에 집중한다. 은퇴 후 사회활동을 지속하면서 사회적 소속감을 유지하는 것이 노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유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것이 시니어 레지던스의 입지 선정이 중요한 두번째 이유이다. 실버타운이라 불리던 예전 시니어 주거시설은 공기 좋고 물 좋은 교외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되었지만, 현대의 한국 시니어는 역세권 중심지나 생활 편의시설이 밀집한 도심에 거주하고자 한다. 도심 접근성을 갖춘 입지는 의료 시설, 문화 활동, 교통 편의 등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어, 현대적인 시니어 라이프스타일에 더욱 적합하다.
*욜드족: Young and Old의 줄임말로,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2020 세계 경제 대전망’(The World in 2020)에서 젊은 노인을 의미하는 말로 언급하면서 알려짐.
그런데, 이러한 도심지형 시니어레지던스는 필지면적의 한계와 도시계획방향에 따라 고밀한 타워형으로 구성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다수이다. 그래서 타워 내에서도 합리적인 수직적 기능 조닝과 편리한 수직동선체계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서비스동선과 입주민의 동선을 분리하여 시니어의 프라이버시를 배려하는 동시에 내외부의 동선체계는 간단명료하게 구성하여 일상의 편의성을 높이고, 동시에 응급시 빠른 조치가 가능하도록 배려하는 코어구성이 되어야 한다. 단지의 외부로는 자차운전을 포함한 차량이용과 지하철 등 대중교통과의 직결도 고려하여, 접근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특히 도심지형 시니어 레지던스는 단순히 주거 공간 제공의 역할을 넘어,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를 이루는 미래형 라이프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 사회적 교류와 개인적 성장을 지원하는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부대시설과 특히 건강을 유지하기위한 헬스케어 및 웰니스 시설, 그밖에 디지털 환경과 적응력을 고려한 설계는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시니어 세대의 자존감을 높이고 활기찬 시니어라이프를 만들어갈 핵심 요소이다.
결국, 시니어 레지던스는 단순히 고령화에 따른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시니어 세대가 추구하는 가치와 생활방식을 존중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시니어의 독립적이면서도 활기찬 삶을 누릴 수 있는 주거공간을 제공하고 이는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시니어 세대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기여할 것이며, 모든 세대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도시 설계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글. 신문정 건축사
해안건축 개발기획본부 (시니어레지던스 TFT 팀장)
신 문 정
해안건축 개발기획본부 (시니어레지던스 TFT 팀장) | 건축사
시니어레지던스 분야 실적
- 신사동 시니어레지던스 개발 (2024~)
- 부산 센텀 시니어레지던스 복합개발 (2024~)
- 한남동 하이엔드 시니어레지던스 (2023~)
- 대구 동인동 시니어레지던스 개발(2023~)
- 인천 루원시티 시니어레지던스개발(2023~)
'ARTIC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INVITATION] 루프(Loops): 병원에서의 매혹적인 명상 경험 (0) 2024.12.27 [편집장 FOCUS] 2025 주목해야할 트렌드 인사이트 (0) 2024.12.27 [EXHIBITION] 행복을 찍는 사진작가, 안나 앤 다니엘 (0) 2024.12.27 [해안건축 신용호의 시니어 미디어] 시니어 레지던스 기획 및 설계, 그 특별한 공간의 전략을 바라보다 (0) 2024.12.27 [이수경 원장의 행복을 주는 건강 코칭] 운동, 당연하지 않은 습관의 힘 (0) 2024.12.27 [송창민 푸드애널리스트의 건강한 맛집] 맛있고 기분 좋게 시작하는 2025년 (0) 2024.12.27 [헬스케어 트렌드] AI 기반 헬스케어 혁신의 새로운 패러다임 (0) 2024.12.27 [최길수 작가의 이달의 힐링아트] 새해맞이 (0) 2024.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