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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사의 Care-Full Space] 한국형 UBRC, 대학연계 시니어 레지던스의 새로운 가능성ARTICLE 2025. 8. 5. 04:56
[그림1] 미라벨라 입주민의 애리조나 선데빌(ASU 스포츠팀) 경기전 응원모습 © Mirabella at ASU 공식 홈페이지 최근 많은 기사와 칼럼 등에서 UBRC(University-Based Retirement Community: 대학 기반 은퇴 커뮤니티)가 새로운 시니어 레지던스 공급 활성화 방안이자, 학생수 감소로 존립 위기를 겪고있는 지방대학들의 새로운 수익사업 창출 기회, 그리고 세대 간 교류활성화의 촉매제로 주목하고 있다.
대학과 연계한 은퇴자 커뮤니티는 미국에서 CCRC의 고립문제와 교육 수준이 높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시기와 맞물려 다양한 시니어주거모델이 연구되면서 1980년대 중반 아이오와 주립대와 인디애나 대학교를 시작으로 설립되었다. 이후,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시니어리빙행정학 과정을 설립하고 강의하면서 대학연계은퇴자 커뮤니티의 모델을 20년간 연구해온 앤드류 칼(Andrew Carle)이 2006년에 UBRC라는 공식적 용어를 정의하고 2023년 인증제도를 수립하여 5가지 기준과 운영체계를 마련하였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UBRC모델을 도입하기위해 다양한 국회 토론회, 포럼 등 활발히 연구 및 논의되고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국내에 UBRC 도입의 주요 이슈와 과제를 미국 사례와 비교해 살펴보고자 한다.
제도적·법적 과제: 대학 부지 활용의 한계
국내 대학교 부지에 시니어 레지던스 도입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제도적, 법적 제약이다.
(1) 학교 부지의 재산관리규정에 의한 교육목적 외 활용 제한
(2) 교육연구시설 용지 내 주거 및 노유자시설 도입 제한
(3) 지방 대학 입지 특성상 용도지역에 따른 용적률 및 건폐율, 층수 제한 등이 대표적이다.
본래 대학 부지는 법적으로 ‘교육용 재산’으로 관리되며, 교육부의 규제에 따라 주거시설이나 임대사업 등 수익화가 제한된다. 또한, 지방 대학 부지는 자연녹지지역이나 계획관리구역 등으로 지정된 경우가 많아 용도 도입 및 개발 규모에 제약이 따른다. 이에 정부는 작년 7월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방안’에서 대학 유휴시설을 시니어 레지던스로 전환할 수 있도록 용도변경 및 용적률 완화를 유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규제완화 기조에 시니어 레지던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으며, 유명 로펌들이 시니어 전문팀을 별도 조직하여 대응하고, 대학과 직접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선제적으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자율적 부지 활용과 운영 구조
미국은 대학 부지의 활용에 있어 ‘교육용 재산’이라는 규제적 개념 대신, ‘Campus Master Plan’을 중심으로 지역공동체와 협의하여 자율적으로 개발방향을 정하고 다양하게 활용하도록 하고있다. 한국처럼 대학 부지의 활용을 중앙정부에서 규제하는 법령이 없으며, 대부분 ‘대학 소유 자산’으로 분류되어 관리하며, 재산 활용 및 개발은 대학 이사회(Board of Trustees)의 결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각 대학 이사회는 ‘Campus Master Plan’을 수립 및 갱신(20~25년 주기)하고 이를 바탕으로 부지활용 및 개발을 결정한다. 지역 자치단체와 협의를 통해 캠퍼스 계획을 수립하면, 해당 계획 내에서 주거, 복지, 교육 등 복합 개발이 가능한 것이다.
초기 투자비용 및 전문적 운영 과제: 대학+민간의 협력구도 활용
두번째로 대학의 초기 투자비 부담과 부동산 개발 전문성 부족 문제와 더불어 시니어 레지던스 시설의 전문적 운영에 대한 부담문제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최근 개정된 노인복지시설의 설치 자격 요건 완화에 따라 대학은 부지의 사용권만 제공하고, 실제 투자 및 시설 개발을 민간에서 추진할 수 있게 개선되었다. 운영주체 또한 운영경험이 풍부한 민간기업이나 헬스케어 전문 업체가 대학과 협력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며 운영 및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과거 리츠는 완공된 자산만 인수가 가능했으나, 프로젝트리츠 제도 도입으로 개발 초기단계부터 자금조달 및 개발 참여가 가능해져 초기 사업비의 조달 문제 해결도 용이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2, 3] Mirabella at ASU 전경 및 커뮤니티시설 © Roehner + Ryan (www.seniorhousingnews.com) 대학의 브랜드와 전문 개발 운영사의 시너지: Mirabella at ASU
2020년 오픈한 애리조나 주립대의 미라밸라(Mirabella at ASU)는 도심형 캠퍼스 내 고층형 시니어 레지던스로 민간 부동산개발사(Pacific Retirement Services)가 건설 및 운영하는 UBRC이다. 약 50가지의 다양한 단위세대 평면을 제공하고, 인디펜던트 리빙부터 메모리 케어(치매전담)까지 갖추고 있는 Life Plan Community(CCRC와 유사한 개념)로 구성되어 있으며, 레지던스 내 고급화한 부대시설과 더불어 ASU ID 카드를 소지하고 강의, 공연관람, 문화 체육시설 이용이 가능한 입주자 만족도가 매우 높은 시설로 유명하다.
애리조나 주립대학(ASU)은 캠퍼스 내 약6,000㎡ 규모 부지를 대학 부동산 자회사(University Realty LLC)를 통해 민간 개발운영사(PRS)에 99년 장기 리스 방식으로 제공하였다. ASU는 부지 리스료(개발초기 약 700만달러)와 부지 자산 유지, 교육 프로그램 확산 및 평생교육 수요 확보, 동문 기부 활성화 등 간접 수익 효과를 얻는 구조이다. 대학과 개발사 간의 공식적인 장기운영계약을 통한 운영 안정성 확보와 탄탄한 교육 문화 프로그램, 생애주기형 케어단계 제공 등으로 앞서 소개한 UBRC 인증제의 5개 기준을 모두 충족, 최고점인 100점을 받아 미국 최초 공식 UBRC 인증을 획득한 사례이다.
미라벨라의 사례에서 한국형UBRC 도입을 위한 시사점은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대학 부지 장기임대기반 개발: 자산은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한 개발구조방식
미국의 사례와 같이 대학 내 산하법인 부동산 자회사 등을 설립하여 부지 관리 및 운영 구조를 분리하여 자산관리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학교 본체와는 분리하여 재무적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으며, 대학 재정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부지 임대료 외 교육프로그램 제공비, 대학병원 연계 서비스를 위한 비용 등 수익 배분 구조를 추가하는 방안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2) CCRC형 플랜 제공으로 건강력에 따라 이주할 수 있는 전 생애주기 케어형과 평생교육의 통합형 모델
(3) 전문 시니어 리빙 운영사가 운영하고 대학은 브랜드와 교육프로그램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운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니어 레지던스와 연계가능한 학부 및 학과를 강화하거나,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특화 등 대학 본연의 기능과 역할로서 브랜드를 강화하는 것도 성공적 운영의 UBRC 조성을 위한 중요한 과제이다.
한국형 UBRC 도입은 이미 제도 완화와 민간 투자 활성화라는 환경 변화 속에서 가능성의 단계를 넘어 이제실행 단계로 나아가야한다. 앞으로 대학은 부지를 활용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모델 구축과 교육자원 제공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고 민간은 투자와 운영전문성의 노하우를 활용하여 속도감 있는 개발 추진과 안정적 운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제도적 기반을 정비해 대학과 민간의 협력모델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를 단순한 특례가 아닌 지역사회의 순기능 강화와 세대 교류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형 UBRC는 단순한 시니어 레지던스의 공급이 아닌 교육·문화·의료·복지를 아우르는 세대 융합형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는 대학의 지속 가능성과 지역 사회의 활력 회복을 동시에 견인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다.
글. 신문정 건축사해안건축 개발기획본부 (시니어레지던스 TFT 팀장)
신 문 정
해안건축 개발기획본부 (시니어레지던스 TFT 팀장) | 건축사
시니어레지던스 분야 실적
- 신사동 시니어레지던스 개발 (2024~)
- 부산 센텀 시니어레지던스 복합개발 (2024~)
- 한남동 하이엔드 시니어레지던스 (2023~)
- 대구 동인동 시니어레지던스 개발(2023~)
- 인천 루원시티 시니어레지던스개발(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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