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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Column] 오감을 자극하는 병원 디자인volume.44 2024. 3. 4. 20:35
공간에 대한 흔한 선입견 중 하나가 디자인을 ‘시각’의 영역으로만 이해하는 것이다.
인간은 오감으로 공간을 이해하고 영향을 받는다.
환자들은 물리적 치료뿐만 아니라 병원 안에서 오감을 통해 자극을 받고 회복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치유 공간에서는 더욱더 오감을 자극하는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그 중 사람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각 자극은 시각으로, 넓은 창과 창밖 풍경, 자연광과 조명, 색채 등 눈에 보이는 공간의 모든 요소가 시각 감각 자극에 속하기에 조명과 색채, 디자인을 세밀하게 적용해야 한다.
제주한국병원 중환자실(intensive care unit)은 말 그대로 상태가 중한 환자가 머무르는 곳이다. 몸은 물론 심적으로 많이 지쳐있는 환자들이 밝고 활기찬 분위기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오렌지, 그린, 블루 등 밝고 활기찬 색을 배색하고,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바로 확인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배치와 동선구성을 고려하였다. 또한 베드에 누워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천장 디자인에 큰 주안점을 주었다.
천장은 환자 입장에서 눈을 떴을 때 보이는 시선이기 때문에 이 부분도 치료의 영역이며 의료 공간이다. 중환자실 환자들은 대부분 의식이 없거나 잠깐 의식이 돌아와도 바로 잠이 드는 경우가 많다. 그 잠깐의 순간 보이는 풍경이 반짝이는 북두칠성의 별자리라면 어떨까?
낮은 층고로 인해 답답한 공간에 간접조명뿐만 아니라 밤하늘의 별자리 디자인을 줌으로써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이러한 천장의 별자리 조명은 의료 공간에 필수적인 디자인 요소는 아니나, 그렇다고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다. 공간 경험은 치유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마음과 기분을 배려하는 디테일한 디자인은 더 좋은 치유 환경을 만든다.
치유 공간에서 오감 자극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감성 자극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아예 별도의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병원도 늘고 있다. 오감을 자극하는 예술 치료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수술 등을 앞두고 불안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긴장감을 해소하고 자연치유력을 높이는 음악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로비의 작은 음악회와 연극, 마술쇼와 갤러리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전시회 등 문화행사는 공간의 감성지수를 높인다.
치유 공간의 설계는 이런 디테일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환자의 정서 관리는 자연치유력을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밝은 빛이 가득한 공간에서 좋은 풍경을 즐기고,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좋은 음악과 향으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감성적 병원이 성공한다.
글. 노태린 노태린앤어소시에이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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