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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의료복지건축포럼volume.44 2024. 3. 4. 18:16
‘건축가와 함께하는 병원 만들기’_
니켄세케이의 마사토시 오오모리 총괄 본부장(사)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에는 지난 2월 23일, 정림건축 9층 김정철홀에서 2월 의료복지건축포럼을 진행했다. 이날 열린 포럼에서는 김영애 학술위원회 위원장의 소개로 진행되었으며, 정림건축 홍임표 팀장의 ‘서울아산병원 CIC동 P.O.E’와 세계 최고의 건축그룹 중 하나인 일본 니켄세케이(Nikken Sekkei)의 마사토시 오오모리(Masatoshi Oomori, General Manager) 총괄 본부장이 ‘건축가와 함께하는 병원 만들기’에 대해 강연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정림건축의 유희진 소장은 서울아산병원 CIC동 설계개요를 소개하고, 홍임표 팀장이 거주후평가 결과를 토대로 프로젝트의 주안점과 세부사항을 발표했다. 이후 일본에서 온라인으로 참석한 니켄세케이의 마사토시 오오모리(Masatoshi Oomori, General Manager) 총괄 본부장은 저서 ‘건축가와 함께하는 병원 만들기’의 프로젝트 사례를 통해 병원건축에 대한 건축가로서의 철학을 이야기했다. 그중 마사토시 오오모리 총괄 본부장이 발표한 ‘건축가와 함께하는 병원 만들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특히 이번 강연은 니켄세케이(Nikken Sekkei)에서 의료복지 관련 설계를 진행하고 있는 이상옥 소장의 통역으로 진행됐다. 마사토시 오오모리 총괄 본부장은 대학병원, 첨단 의료시설, 선도적인 암 치료시설, 공립·민간병원을 포함해 만 2천 병상 규모의 급성기 진료시설이나 전문 의료시설 등 여러 의료 및 복지시설 설계에 참여해 왔다. 또한 고치현립 하타켄민병원, 오카야마 정신과 의료센터, 구루메대학 의료센터에 대한 공로로 JIHA 헬스케어 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취재. 박하나
『이번 포럼에서 마사토시 오오모리 총괄 본부장은 한국에서 출판 예정인 그의 저서 ‘건축가와 함께하는 병원 만들기’에 대한 내용을 토대로 강연을 진행했다.
니켄세케이(Nikken Sekkei)는 12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일본 최대의 설계사무소이며, 일본뿐만이 아니라 한국이나 중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활약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 소속되어 있는 건축사 수는 세계 3위를 자랑한다. 니켄세케이는 의료 분야뿐만이 여러 가지 분야에서 진보된 건축 설계를 선보이고 있으며, 의료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마사토시 오오모리 총괄 본부장은 30년 이상 의료복지 시설의 기획과 설계를 맡아왔다. 현재는 의료와 건축을 잇는 곳을 중심으로, 병원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에 종사하고 있으며, 2021년에 동료와 함께 ‘건축가와 함께하는 병원 만들기’를 출간했다. 그동안 진행한 프로젝트는 만 2천 병상으로, 그중에 몇몇 시설은 의료복지건축상도 받았다. 의료복지건축상이란, 일본 의료복지건축가협회에서 주최하는 병원의 건축면과 운용면에서 뛰어난 조화를 이룬 의료복지건축물에 주어지는 상이다.
그중 주요 프로젝트를 소개하면, 올해 봄부터 설계에 들어갈 히로시마현의 3개 병원을 통합한 병원이다. 이곳은 1천 병상 정도가 되는데, 일본 병원이 일반적으로 300병상이나 500병상 정도의 규모인 데 반해, 아주 큰 규모의 병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국제적인 그린 호스피탈상을 수상한 마츠야마 적십자병원을 포함해, 암을 치료하는 간사이 BNCT 공동의료센터, 전실이 개인실로 구성된 기타큐슈 종합병원, 그 이외에 제이코나 적십자병원, 산재병원, 오쿠라 기념병원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오카야마현에 있는 정신과 의료센터를 시작으로 몇 개의 정신과 병원도 담당했다.
특별히 마사토시 오오모리 총괄 본부장은 병원 프로젝트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 자신이 건강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프라이빗한 시간에는 주로 운동을 하고 있으며, 곧 있을 오사카 마라톤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본격적으로 ‘건축가와 함께 만드는 병원 만들기’를 살펴보면, 사실 일본에서는 병원 건축이나 병원 만들기에 대한 책이 몇 개 있다. 그러나 이런 책들은 경영자가 볼만한 책이 아니거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지 않으며, 과제 해결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하고, 프로세스 디자인의 중요성을 나타내지 못하기에 동료와 논의한 끝에 집필하게 된 것이다.제1장에서는 병원 건축과 어울리는 방법, 2장과 3장에서는 병원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리고 제4장에서는 테마별로 병원 의료시설 사례를 다루고 있으며, 여러 종류의 병원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첫 번째로, ‘사람은 왜 병원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이 내용은 책의 전반부에서 다루고 있다. 병원은 다양한 사람들을 받아들인다. 아기부터 노인 그리고 절망에 빠진 사람부터 희망을 찾는 사람까지 모든 사람의 삶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만큼 병원에 한 번도 관여한 적이 없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병원이라는 단어는 사람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만다. ‘그렇다면, 병원이 왜 부정적인 감정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물론 주사가 아프거나, 의사가 무섭거나, 의료 자체의 요인도 있다. 또한 좁다든지, 사람들이 붐빈다든지, 낡거나, 어둡고, 소독약 냄새가 나는 등의 병원 건축과 관련된 부분도 많다. 그래서 마사토시 오오모리 총괄 본부장은 ‘가보고 싶은 병원’, ‘긍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 책에는 그러한 해결의 힌트를 담으려고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책의 첫 장은 ‘공간의 힘으로 사람을 치유한다’는 테마로 시작한다. 일본에는 ‘병은 기(氣)’라는 속담이 있다. ‘병은 기(氣)에 따라서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의료와 건축은 어떤 밀접한 관계가 있을까?’ 둘 다 인간을 다루는 건 동일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병원은 의료의 장이지만, 건축은 어떻든지 상관없다.’ 혹은 ‘병원은 그냥 상자, 의료를 담는 상자’라고 생각하는 의견도 있다. 과연 그러한 병원에서 ‘기(氣)가 증가할 수 있을까?’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주변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좋은 환경에 있으면 저절로 기(氣)가 상승한다. 건축도 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건축을 통해 기(氣)를 향상시킬 수 있다. 여기서는 그런 건축의 힘을 ‘공간의 힘’이라고 부른다. 공간이라는 말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사람은 공간을 만들지만, 사실 공간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풍부한 공간은 기(氣)를 높여주고, 공간의 힘을 발휘하게 해준다. 그만큼 병원에서 공간의 힘은, 치료 자체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넓게 해석할 수 있다.공간의 힘을 발휘한 사례 중 하나가 ‘오카야마현 정신과 의료센터’이다. 이곳에서는 정신과 의료공간 만들기에 있어, 지금까지의 기존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공간 조성의 주제는 ‘일상성의 재현’이다. 지금까지 정신과 건물에서 볼 수 있었던 안전성이라든지, 견고함을 중시하여 딱딱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안전성은 유지하면서 일상성을 우선으로 하는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 처음의 생각이었다. 병원은 오카야마시의 도심부에 있어서 부지가 넓지 않기 때문에 2층에 큰 중정을 만들었다. 거기에다 각 층에 연속되는 스텝 가든을 설치해 어느 병동에서도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1층에는 지역 주민도 통과할 수 있는 현관 로비를 만들었다. 이 로비에는 외부의 공기가 들어오는 반 옥외 공간으로 진행했다. 또한 로비에 접하고 있는 외래 병동이나 각 실도 몇 개의 입구를 따로 만들어서 거리 속 병원의 기능을 구현했으며, 각 거리의 기능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형태가 특징이다. 특히 반 옥외(반 야외) 공간으로 통과될 수 있는 현관 로비에는, 빛이나 바람, 그리고 자연을 담아낸 정원을 몇 개 더 만들어 오감을 자극하는 풍부한 마을의 거리와 같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2층부터는 병동 공간이며, 병동은 5개의 병상 유닛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정신과에는 스텝 스테이션으로부터 환자를 잘 관찰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데, 쉽게 말해 교도소와 같은 공간 구성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곳은 각 유닛의 프라이빗함을 실현하기 위해 스텝 스테이션으로부터 공간이 보이지 않도록 설계했다. 특히 병실에서 거실, 거실에서 복도, 복도에서 식당 및 데이룸까지, 프라이빗에서 퍼블릭으로 향하는 단계적인 공간 구성을 진행했다. 또한 병동 복도는 반 옥외(반 야외)공간으로서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만큼 매일 병실에서 식당으로 왕복하면서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를 제대로 느끼고 생활감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연출한 것이다.
정신과 병원에서는 일반적으로 창문을 열 수 없도록 개방 제한을 두어서 10cm 정도밖에 열지 못한다. 그러나 이 병원에서는 창밖에 벽돌 블록을 쌓아 창문을 전체적으로 열 수 있게 만들어주고, 침대 옆에는 각각의 ‘나의 창문’을 배치했다.
보호실의 경우, 단순히 격리실 같은 기능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생활공간으로서의 고민을 담았다. 일본에서 흔히 말하는 ‘보코라’를 보호실 안에 두었는데, ‘보코라’는 나무 기둥 안에 들어 있는 조그만 구멍 같은 공간을 말한다. 예를 들어서 옷장 안에 누울 수 없는 작은 공간이 이에 해당된다. 그래서 이런 ‘보코라’를 곳곳에 배치해 공간의 효율성을 높여주었다. ‘일상성의 재현’을 주제로 한 이번 프로젝트는, 열리면서 닫힌 공간, 사회성을 인식하면서도 개별성을 존중하고, 익숙한 공간, 더우면서 추운 공간, 풍부한 빛과 자연을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새로운 병원으로 이전한 이후에는 이전의 병원에서 시끄러웠던 환자들이 매우 조용해졌고, 빈번하게 일어났던 환자들끼리의 싸움이나 폭력 등이 격감했다. 특히 정신과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환경에 민감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보다 효과적인 공간의 힘이 발휘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정신과와 일반 병원뿐만 아니라 모든 건축에서도 풍부한 환경이 공간의 힘을 끌어낸 만큼, 치료와 치유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의료시설 4.0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제1차 산업혁명은, 2차와 3차를 지나 현재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했다. 의료의 진보와 병원 건축의 진화는, 이러한 산업혁명에 발맞춰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병원 혁명의 의료시설도 지금 제4세대를 맞이하고 있다. 병원 혁명에서 제1차는 근대화와 위생화, 제2차는 기계화와 시스템화, 제3차는 정보와 어메니티였다면, 제4차는 DX, GX, SX다.
그렇다면, ‘미래의 병원은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까?’ 이에 대해 마사토시 오오모리 총괄 본부장은 “내가 그리는 미래 병원의 모습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에 대해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극단적인 상황도 고려해야 했기에 이해해 주길 바란다”면서, “DX나 MX 등 기술 혁신이 진행되어 하드웨어로서 병원은 점차 쇠퇴해 간다는 가정 하에서의 이야기”라고 덧붙였다.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접수 기능이 온라인화되며, 자율주행에 의한 안내가 진행될 것이고, 원격 진료나 이동 진료차의 보급으로 인해서 일반 외래가 없어지거나 또는 상당히 축소될 것이다. 또한, 외상 등의 응급 환자나 특수 외래는 남아 있겠지만, 간호의 거점인 스텝 스테이션이 없어지고, 모든 기능이 병실 안으로 들어가 대폭 축소화될 전망이다. 더욱이 외래나 병실에서는 직원을 비롯한 의료 기능의 디바이스가 전부 안으로 다 들어오게 되어서 환자는 최대한 이동하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이미 시작된 곳도 있다. 특히 원격 수술이나 원격 ICU 중환자실에 의해서 거점 병원과 로컬 병원의 수술 ICU의 형태가 크게 바뀔 것이다. 또한 센싱 기술이 진화되어서 검체를 검사실로 옮길 필요가 없어지면, 검사 부분이 병원 내에 아예 필요치 않을 수 있다. 급식이나 물품의 경우, 적당량의 로봇에 의해서 자동으로 이송되어 원내에서 없어지고 있다. 그만큼 현재 진행형으로 원내 모든 발송 업무는 점차 로봇이 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일본 내 여러 병원에서 진행한 몇 가지 조사에 따르며, 간호사 업무의 40%가 반송 업무로 알려져 있다. 이런 반송 업무 시스템은 지금 당장에라도 직장 환경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의료나 병원에 관해서도 모든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다. 이미 저출산으로 초등학교가 없어지는 추세이며, 전자상거래로 상가는 셔터가(문이 닫힌 상태)로 불리고 있다. 또한 도심에 빈집이 증가하고, 의료나 병원의 역할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병원 건축도 점차 사라져 버리는 것일까?’
이에 대해 마사토시 오오모리 총괄 본부장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변화도 필요하지만, 본질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변화와 본질은 둘 다 양립시켜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종의 기원’을 발표한 찰스 다윈은 “끝까지 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한 종도 아니다. 가장 똑똑한 종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 끝까지 살아남는다”라고 말한 것처럼, ‘유일한 생존자는 변화할 수 있는 자’라는 설명이다. 마사토시 오오모리 총괄 본부장은 “의료나 병원 건축은 모든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계속해서 적응해야 한다. 병원 건축은 사무실이나 주택 등의 다양한 빌딩 타입 중에서 여전히 변화를 계속하고 있는 유일한 빌딩 타입”이라며, “의료가 앞으로 변화하는 이상 병원 건축도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 건축은 앞으로 더 재미있어질 것”이라고 긍정했다.』
※사단법인 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는 우리나라 의료복지건축의 수준 향상에 기여하는 학술연구단체다. 1985년 한국병원건축연구회로 시작하여, 1994년 보건복지부 산하 사단법인 한국병원건축학회로 발전하였으며, 1998년 사단법인 한국의료복지시설학회, 2012년 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로 개명하고, 활동영역을 의료와 복지 관련 건축으로 확장했다. 이번 의료복지건축포럼은 앞으로도 계속 격월로 진행되며, 매거진HD에 게재될 예정이다.
글/ 취재. 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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