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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혁의 바이오Talk 헬스Talk] 모두가 치매에 걸린 마을volume.42 2024. 1. 3. 19:33
모두가 치매에 걸린 마을
- 란다이스 알츠하이머(Landais Alzheimer)를 한국에도 만들어 보자.지난 12월 23일 BBC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봤다.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란다이스 알츠하이머(Landais Alzheimer)라는 마을 이야기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치매를 앓고 있다.
중앙광장에는 간단한 식료품을 판매하지만 돈을 받지 않기 때문에 지갑을 기억할 필요가 없다. 또한 약속, 쇼핑, 청소에 정해진 시간은 없다. 면회 시간이 따로 없어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드나들고 있다. 마을 사람만큼의 의료전문가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치료가 필요시 즉각 나선다. 한마디로 치매환자가 편안하게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배려된 마을이다. 마을 사람들은 상점이나 레스토랑 또는 교육과정 등에 다양한 형태로 참여가 가능하다. 치매진단을 받은 후에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어 가능하다.
마을 미용사를 하고 있는 패트리샤(65세)는 란다이스 알츠하이머가 자신의 삶을 되찾았다고 말한다. 그녀는 보호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왔을까? 궁금증이 발동했다.
헨리 엠마누엘리(Henri Emmanuelli)라는 프랑스 정치인이 네덜란드의 De Hogeweyk 마을을 참고해서 프랑스식으로 바꾸어 란다이스 알츠하이머라는 마을을 기획했다. 그는 2000년부터 2011년까지 랑드주(Landes)의 주지사를 지낸 바 있다.네덜란드의 De Hogeweyk 마을은 2009년에 설립된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위한 마을로서, 7헥타르 규모의 부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152명의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거주할 수 있다. 우리 잡지 매거진HD에서 2021년에 소개한 바 있는 마을이다.
이 마을은 기존 요양원이 알츠하이머 환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점을 해결하고자 하였다. 일상생활이 최대한 가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2017년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2018년도에는 설립계획이 발표되고 2019년에 마을이 설립되었다. 미국과 일본에도 비슷한 모델의 마을이 있다.
란다이스 알츠하이머는 주요한 특징으로 환자중심의 디자인, 다양한 활동프로그램, 가족친화적 환경을 꼽을 수 있다. 환자중심으로 일상상활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마을 내에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며,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마을에서는 다양한 활동프로그램이 있는데, 요리, 미술, 음악, 운동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환자들이 사회성을 유지하고 인지기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마을은 환자들의 가족, 친구들이 방문하기 편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가족과 친구들이 머물 수 있는 숙박시설까지 마련이 되어 있다.
재정운영은 입소비, 기부금, 정부지원으로 운영이 된다. 입소비는 월 3,000유로(약 400만 원)이며, 정부지원은 전체 운영비의 30% 정도를 지원받는다.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은 다른 요양원과 비슷하지만 기부금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시설을 투입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Hélène Amieva 교수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국립 의학 연구소 (INSERM)의 신경과학 연구소 소장이다. 그녀는 알츠하이머 질환의 발병 및 진행에 대한 연구를 전문으로 하며,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Amieva 교수는 알츠하이머 질환의 원인 중 하나인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에 대한 연구로 유명하다. 그녀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신경세포에 손상을 입히는 과정을 밝혀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환자를 위한 마을이야기가 아니다.
이들을 통해서 알츠하이머의 치료를 위한 연구개발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우리가 넘어야 할 큰 벽으로 신약을 위한 연구자들의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과 이런 연구가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을 우리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알치하이머는 치료제가 없다. 알츠하이머의 치료제 개발은 성공률이 매우 낮고, 최근 임상 3상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치료제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기 위해서 전 세계적으로 ‘22년 기준 170여 개의 글로벌 파이프라인을 통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기업들의 연구도 활발하다. (주)젬백스엔카엘은 임상 3상을 승인받은 바 있으며, 아리바이오는 여러 약물을 가지고 치료하는 ‘다중기작’ 약물을 개발 중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바이오 항체기술을 이용한 치매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셀트리온은 약물전달사시틈(DDS) 개발업체인 ‘아이큐어’와 공동개발로 치매 치료용 도네페질(Donepezil) 패치제에 대한 식약처 품목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기업들은 경구제·주사제 이외에도 다양한 제형의 임상 및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다.
란다이스 알츠하이머는 환자들을 모아놓는 공간만의 역할뿐만이 아니라 임상시험을 병행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환자 관점에서 그리고 신약연구개발의 관점에서도 한국형 란다이스 알츠하이머를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다.
우리에게도 알츠하이머는 중요한 숙제 중의 하나다.
환자의 가족의 입장에서든 신약개발의 대상으로든 말이다.
질병치료의 문제 해결을 환자를 모으는 임상이라는 큰 허들이 있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한다.글. (재)베스티안재단 양재혁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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