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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신을 선도하는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상)volume.42 2024. 1. 4. 09:35
최첨단 기술력과 협력적인 조직문화로
환자 중심의 디지털 스마트 의료 실현할 것!현재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어서 화제다. 사실 그동안 타 대학병원과의 인지도 면에서 조금 뒤처져 있었지만, 3~4년간 디지털 헬스케어를 강력하고 빠르게 추진하면서 이제는 대등한 위치에 성큼 올라선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2017년부터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의 수장으로 새롭게 취임한 유경호 병원장의 남다른 비전력(직감력과 통찰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동안 한림대학교의료원은 디지털 종합의료정보시스템 구축과 개발의 역사도 선도하고 있는 만큼, 초대 설립자의 정신을 이어받아 디지털 혁신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도입해 왔다. 유경호 병원장은 2017년 취임 이후 환자들에게 질적 양적으로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진료와 기술을 잇는 혁신적인 병원 시스템 구축(디지털 헬스케어)을 가장 먼저 내세우며, 이를 위한 실행 방안을 모색했다. 처음 가졌던 ‘절실함’에서 시작된 마음이 ‘환자 중심의 가치 실현’으로 확장된 것이다.
2019년 4월에는 향후 10년간의 비전 및 발전 방향과 전략적 로드맵을 제시하는 비전 선포식 ‘마이티 한림 4.0(Mighty Hallym 4.0)’을 개최하고 환자 경험을 선진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디지털 헬스케어에 가장 앞서가면서 ‘첨단 의료로 의료계를 한번 리드해 보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여러 가지 시스템 및 센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유경호 병원장은 2018년에 ‘AI센터’를 설립하고, 2019년엔 ‘커맨드센터’를, 2021년엔 ‘도헌디지털의료혁신연구소’를 신설했다. ‘도헌디지털의료혁신연구소’는 외부 기업과 의료진뿐 아니라 사무직 등 병원 소속 직원이라면 모두 참여할 수 있으며, 다양한 직군에서 발생하는 집단 지성을 활용한 일종의 ‘열린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연구자와 기업이 함께 과제를 만들며, 시험하고, 피드백까지 주고받는 ‘혁신 확산의 장’으로 통한다.
“도헌디지털의료혁신연구소(DIDIM)는, 영어 약자를 그대로 말하면 디딤(DIDIM)입니다. 디딤(DIDIM) 안에는 총 7개의 의료혁신 관련 센터가 소속되어 있는데, 알파벳 순으로 A, B, C, D, E 등의 앞 단어를 따서 이름 지었습니다. 먼저 A는 AI센터, B는 빅데이터센터, C는 커맨드센터, D는 덴탈로봇연구개발센터, E는 Ei-청능개발센터, V는 VR센터, U는 원격환자모니터링센터(UPCC)입니다. 이곳에서는 ‘우리가 미래를 지향하겠다’는 목표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데이터,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 등 미래 의료 기술들을 활발히 연구 중이며 현재 의료 현장에 직접 적용해 실증하여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6종 로봇 72대가 병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중 환자의 편의성 증대를 위해 키오스크 체크인 서비스를 안내하는 안내·비대면다학제·홈케어 로봇과 의료진의 업무량을 저감시키기 위한 배송·비대면다학제·방역 로봇을 실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자원부에서 로봇을 사용하려고 하는 병원에게 과제를 주었습니다. 여기서 실증을 해보자고. 실제로 로봇이 돌아다니는 병원은 우리 병원 밖에 없습니다. 몇몇 병원에서는 야간에 정해진 맵을 통해 돌아다니는 유통 로봇이 있습니다. 우리 병원의 로봇은 몸통에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안내문이 나오고 눈도 깜빡깜빡 움직이면서 지나가는 환자들에게 말하고 사진도 찍습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혼자 탈 때 환자가 타려고 하면 “먼저 타세요”라고 말하고 기다렸다가 타거나, 사람이 많아서 못 내리면 “다음에 내릴게요”하고 기다렸다가 내립니다. 그런 시나리오가 모두 들어가 있는 것이죠. 우리 병원은 커맨드센터가 이러한 의료디지털 기술을 실제 론칭시키는 팀입니다. 바깥에서 만들어지는 신기술을 실제 팀원들에게 론칭시키는 그런 전담 조직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죠.”
그동안 한림대학교의료원은 유경호 병원장의 말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대형병원과의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이 찾은 돌파구는 ‘디지털 헬스케어’였다. 결과는 가히 성공적이다. 적어도 출발선만큼은 똑같아졌으니 말이다. 경쟁 자체에 힘을 쓰기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누구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차근차근 구축해 나가는 현명한 처사. 이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직관과 혜안으로 진일보하는 유경호 병원장, 디지털 헬스케어의 놀라운 성장과 함께 커 나갈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의 밝은 미래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인터뷰이.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유경호 병원장
글. 박하나
1.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1999년 3월에 개원한 의과대학 부속병원입니다. 타 대학병원과 다른 어떠한 진료 철학과 가치를 내세우며 지금까지 그 명목을 이어오고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1999년 3월이면 국내 경제가 어려웠던 시점이긴 합니다. 대한민국에 대학병원이 개설된 게 몇 개 없을 시점에, 평촌이라는 지역이 당시 제1기 신도시였습니다. 여기에 대형 대학 부속병원이 처음으로 건립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평촌신도시에 그동안 제대로 된 큰 병원이 없었기 때문에 지역에서 호응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역에 있는 큰 병원과 작은 병원의 관계 정립도 하느라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22년이 지난 시점이라 지역 내에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우리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병원은, 모든 병원이 추구하는 환자 중심, 고난이도 치료, 중증질환 위주의 상급종합병원, 최첨단 치료 등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를 지난 3~4년간 아주 강력하고 빠르게 추진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가지고 우리가 한 번 최첨단으로 세계에서 뒤처지지 않는 그런 병원이 되고자 하는 꿈을 키워 나가고 있습니다.
한림대학교의료원은 그 자체로 아주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 헌신하고자 하는 봉사 정신이 있습니다. 초대 설립자이신 故 일송 윤덕선 박사가 지난 1971년 12월 한강 이남에 최초의 민간 종합병원인 한강성심병원을 개원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설립자께서는 “국민 보건의료의 주춧돌, 사랑과 평등의 의료실천, 세계 인류의 행복,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대중적인 병원”이라는 설립 이념을 추구하고 계십니다. 그만큼 ‘아무도 그런 일을 하지 않으나 우리는 주춧돌처럼 맨 밑에서 봉사 정신을 가지고 사회공헌을 하자’는 정신이 담겨있습니다. 그렇게 최첨단과 중증질환, 디지털 혁신 등을 하지만 결국 기본적으로 지역에서 우리가 주도적인 봉사활동, 의료 개선 등에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2. 병원장님께서는 2017년 취임하신 이후 환자들에게 질적 양적으로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진료와 기술을 잇는 혁신적인 병원 시스템 구축(디지털 헬스케어)을 가장 먼저 내세우셨습니다. 이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시행해 왔는지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사실 ‘절실함’ 때문에 시작되었습니다. 한림대학교의료원의 역사가 50여 년이 되었지만, 아주 유구한 100년 가까이 된 대한민국에 앞선 의료기관에 비해서 조금 뒤처져 있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기존에 우리가 연구라든지 진료하면서 그런 대형 병원을 한숨에 따라가기는 힘들었는데요. 마침 2017년에 4차 산업혁명 이슈가 크게 터지면서, 4차 산업혁명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디지털 기술 요소들은 그 당시 모두가 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 때가 왔다! 우리가 이것을 가지고 치고 나가면 그동안 뒤처진 것을, 적어도 출발선에서만큼은, ‘기울어진 운동장’ 없이 한번 해볼 만하지 않겠느냐, 우리가 이 시점을 놓치면 큰일 난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래서 2019년 4월 향후 10년간의 비전 및 발전 방향과 전략적 로드맵을 제시하는 비전 선포식 ‘마이티 한림 4.0(Mighty Hallym 4.0)’을 개최하고 환자 경험을 선진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비전 선포식을 할 때 우리 의료원 5개 병원(한림대학교성심병원,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에서 가장 큰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디지털 헬스케어에 가장 앞서가면서 ‘첨단 의료로 의료계를 한번 리드해 보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중에서 디지털혁신연구소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지주회사 구조체 등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하기 위해 투자도 많이 했고, 그 성과도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이런 생각은 다른 병원도 하고는 있었겠지만, 우리가 2018~2019년에 조금 빠르고 과감하게 투자를 한 것이죠.
2019년에 선포식을 한 다음에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그래서 코로나가 터진 2년에서 3년 사이, 모두 다 어려워하고 있었을 때 우리는 내부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의 혁신을 계속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국책과제라든지 정부가 하는 여러 가지 사업 중에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것은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이 다양하게 많이 한다’는 이미지를, 한 3년 동안 강력하게 심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다른 병원보다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건물이 본관 앞에 제1별관, 제2별관이 있고 제2별관의 6, 7, 8, 9, 10층에 도헌디지털의료혁신연구소(DIDIM)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 연구소에 투자하고 시설 확충을 해놓은 상태에서 현재 많은 데이터가 나와 국책 과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융합과 통합으로 발굴한 ‘디지털 혁신 시스템이 환자 중심의 가치 실현’으로 이어지는 일을 해왔습니다. 취임 후 2018년엔 ‘AI센터’를 설립하고, 2019년엔 ‘커맨드센터’를 개소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엔 도헌디지털의료혁신연구소를 신설하면서 지금은 총 7개의 의료 혁신 관련 센터(AI센터, 커맨드센터, 빅데이터센터, Ei-청능개발센터, 덴탈로봇연구개발센터, VR센터, 원격환자모니터링센터(UPCC))가 소속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 ‘우리가 미래를 지향하겠다’는 목표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데이터,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 등 미래 의료 기술들을 활발히 연구 중이며 현재 의료 현장에 직접 적용해 실증하여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또 흩어진 의료 신기술들의 모듈을 하나로 합쳐 환자 진료에 도움이 되는 전주기 의료 서비스 형태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체로 만족하고 있지만, 아직 해야 할 것들이 더 많기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주위 의견에 귀 기울이고 고민하고 또 실행하는 중입니다.
특히 환자의 편의성 증대를 위해 키오스크 체크인 서비스를 안내하는 안내·비대면다학제·홈케어 로봇과 의료진의 업무량을 저감시키기 위한 배송·비대면다학제·방역 로봇을 실증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효율적인 병원 운영을 위해 의료데이터 기반의 다기관 융합연구를 위한 빅데이터 플랫폼 히어로(HERO: Harmonic intEgrated Research platfOrm))를 구축했으며, 프로세스 마이닝 등을 활용한 ‘진료 상황 실시간 예측 AI 모델’과 ‘디지털 트윈 기반 병원 운영’의 통합관리시스템 역시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3. 그만큼 병원장님이 계획하신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디지털 혁신의료 연구소’가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연구와 진료, 교육이 접목된 대학병원의 특성상, ‘도헌디지털의료혁신연구소’만의 강점은 무엇인지 소개해 주세요.
우리는 열린 구조, 열린 조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나라에서 디지털연구소를 벤치마킹할 수 있었던 곳은 당시만 해도 분당서울대병원 밖에 없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에 디지털R&D 혁신센터가 있었습니다. 분당 본원과는 지하로 연결되었지만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 건물 안에 외부에서 디지털 업체를 들이고 거기서 교수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산출물을 만든 것을 보고, 우리도 과감하게 병원 앞에 있는 건물 상층부 5개 층을 디지털혁신연구소로 만든 것이죠. 여기에 가장 큰 특장점은, 대부분의 디지털 기술은 외부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업체와 공과대학교 등은 바깥쪽에 있는데, 여러 가지 의료에 실제로 활용하는 시나리오는 우리 교수들과 간호사들 머릿속에 있거든요. 그래서 디지털에 대한 기술과 그게 실제로 임상 현상에서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기술 시나리오를 엮어줘야 하는데요. 그런 기술을 하려고 병원 바로 앞길 건너편 건물 공간에서 만나 회의를 하고, 모든 업체가 열린 공간 안에 들어와서 하고 있습니다. 만약 업체가 공간이 부족하면 우리가 저렴하게 대여를 하기도 하면서, 여러 업체들이 조인했다가 흩어지고, 융합하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만큼 도헌디지털의료혁신연구소는 외부 기업과 의료진뿐 아니라 사무직 등 병원 소속 직원이라면 모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도헌디지털의료혁신연구소는 다양한 직군에서 발생하는 집단 지성을 활용한 일종의 ‘열린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병원 단독으로 디지털 혁신을 이뤄내기는 어렵고, 외부 기업은 실제 의료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만들기도 어려워, 하나로 모아 운영해 보자는 취지로 개소했습니다. 의료 최전선에서 피부로 느낀 의료진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청취해 외부 업체와 협업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연구자와 기업이 함께 과제를 만들고, 시험하고, 피드백까지 주고받는 ‘혁신 확산의 장’인 것이죠. 국내외 연구소들을 비교했을 때, 도헌디지털의료혁신연구소처럼 지속 운영하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또한 국내뿐 아니라 세계 유수의 연구소를 살펴봤는데, AI나 VR 등 개별 연구소로 구성된 곳들이 많았습니다. 우리 연구소처럼 의료계와 밀접하게 연계된 곳은 없었습니다.
도헌디지털의료혁신연구소(DIDIM)에서 영어 약자를 그대로 말하면 디딤(DIDIM)입니다. 도헌은 초대 설립자분의 아드님이 현재 이사장님으로 두 분 다 외과 의사입니다. 도헌은 그분의 호입니다. 그래서 영어로 붙여놓다 보니 디딤(DIDIM)이 되었는데요, 결국은 초대 설립자께서 말씀하신 ‘주춧돌’과 어우러진 것이죠. 그래서 ‘초대는 주춧돌이고, 우리는 디지털 혁신에 있어서 디딤돌이 되자’는 컨셉으로 계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4. 특히 지난해는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상하시는 등 여러 국책과제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계십니다. 이에 대한 소개와 현재 목표한 바를 어느 정도 이루셨는지 궁금합니다.
지난해 수상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은 의료데이터에 관한 것입니다. 의료데이터가 도헌디지털의료혁신연구소(DIDIM) 두 번째 B센터인 빅데이터센터에서 ‘의료데이터 중심병원’이라는 국가사업을 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의료데이터 중심병원’이라는 큰 병원 컨소시엄이 7개가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컨소시엄입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컨소시엄이 주관기관으로 되어 있고, 그 밑에 7개의 전국에 흩어져 있는 병원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제일 성과가 많고 대규모로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모았다고 해서 표창을 받은 것입니다. 데이터만 많이 모아서가 아니라, ‘의미 있고 믿을 만한 데이터를 누가 많이 모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이제부터는 쌓아놓은 데이터를 가지고 그럼 뭐 할 건지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그것을 가지고 실제로 임상 현상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앞으로 풀어나갈 것입니다.
그중에 제일 흥미로운 것은 로보틱스인데요. 의료에서 로봇은 두 가지 큰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최신의료기술을 접목한 메디컬 로보틱스인데, 이는 치료용으로 쓰는 다빈치Xi와 같은 로보틱스입니다. 또 하나는 의료 서비스 로봇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포터나 딜리버리의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병원 로비에 실제로 로봇이 왔다 갔다 하는 병원은 거의 없습니다. 병원 안에 로봇이 돌아다니는 정보지원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약품 배송 시에 실수가 나면 누가 책임져?, 엉뚱한 환자에게 그것이 잘못 전달되었을 때 어떻게 해? 혹시 약이 전달되다가 그것을 탈취당하면 누가 책임져?”라는 우려도 많았습니다.
그만큼 이것은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조직문화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다 같이 해결해 봅시다”라면서 로봇활용에 대한 시스템과 규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로봇작동에 에러가 나면, 어떤 대체 행동을 할 것이고, 로봇이 정지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며, 만약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했을 때 환자와 부딪히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등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병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6종 로봇 72대가 돌아다닙니다. 삼성병원을 비롯한 몇몇 대형병원에서는 야간에 정해진 길을 따라 돌아다니는 배송 로봇이 있습니다. 우리 병원 로봇의 특징은 몸통 부분에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안내문이 나오고 눈도 깜빡깜빡 움직이면서 지나가는 환자들에게 말도 하고 사진도 찍습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혼자 탈 때 환자가 타려고 하면 “먼저 타세요”라고 말하고 기다렸다가 타거나, 사람이 많아서 못 내리면 “다음에 내릴게요”하고 기다렸다가 내립니다. 그런 시나리오가 들어가 있는 것이죠. 얼마 전에는 우리 병원 로봇을 보려고 덴마크 보건복지부와 고령부장관이 직접 방문하기도 했었습니다.
우리 병원은 커맨드센터가 의료디지털 기술을 현장에 실제 론칭시키는 팀입니다. 바깥에서 만들어지는 디지털 신기술을 실제 팀원들에게 론칭시키는 그런 전담 조직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와 같은 팀이 다른 병원에 아직 없습니다.
5. 그런 조직문화를 갖추어 놓았다면, 처음에 의사나 간호사분들이 그런 신기술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선뜻 마음을 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시작하려고 하면, ‘왜 또 저러나?’ 하는 반응 때문에 처음에는 협조가 잘 안됐습니다. 그렇지만 이는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비전이었고, 우리가 얻는 이점과 가지 않았을 때 뒤처짐에 대한 내용들을 조직들과 공유했습니다. 저는, 그분들이 직접 좋은 경험을 해야만 따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성과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죠. ‘이런 디지털 장비를 썼더니 이게 도움이 되는구나!’ 하는 직접적인 경험이 중요합니다.
처음에 배송 로봇을 론칭시킬 때 간호사들이 혹시라도 “이것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이 약을 찾나요?”, “혹시라도 인력을 감축시키려고 하나요?” 등등의 반응이었습니다. 그래서 “로봇은 반복적이고 단순한 일을 해주고 간호사분들은 환자를 위한 직접 간호를 많이 하게 될 겁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믿고 해 봤더니 실제로 괜찮다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죠. 그런 작은 성과를 직접 경험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도와주는 전담팀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바깥쪽의 전문가들에게 의사나 간호사들이 직접 이야기할 필요 없이 커맨드센터팀이 중간에서 트랜스레이션(translation)을 거쳐 커스터마이제이션(customization)도 해주게 됩니다. 그리고 세팅이 되면 커맨드센터 센터팀은 또 다른 프로젝트를 하러 갑니다.
6. 이를 바탕으로 한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현재 다양한 센터를 구축하며,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의 특화된 센터 운영 체계와 환자들의 만족도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병원의 자랑할 만한 대외적인 센터는 심뇌혈관센터입니다. 지역 기반의 대형 병원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이라서 대동소이하지만, 우리 병원의 심장질환에 대한 팀들은 역량이 남다릅니다. 고령화로 인해 급속하게 늘고 있는 심장혈관질환을 중심으로 진료과 구분을 탈피하고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 치료에 초점을 맞출 목적으로 융합심장혈관센터를 개소했습니다. 실력 있는 전문적인 의료진과 최첨단 시스템을 필두로 여러 과의 경계를 허물고 다학제 치료 프로세스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면 ‘하트팀(Heart Team)’은 대동맥질환 환자를 위해 순환기내과와 심장혈관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등 관련 진료과 교수들로 구성된 융합 심장·혈관질환 전문팀입니다. 심장판막질환 등 구조적 심장질환 치료 국내 권위자인 고윤석 교수(순환기내과)와 최소침습 관상동맥우회술의 대가 김건일 교수, 판막질환 수술을 중점으로 하는 고호현 교수(이상 심장혈관흉부외과)등 약 15명 이상의 전문의가 소속되어 있습니다. ‘하트팀’의 가장 큰 특징은 내과의 영역인 시술에도 외과 교수가 함께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심장판막 시술 중 심각한 합병증이 발견되면 그 자리에서 수술적 치료로 전환하는 게 가능합니다. 국내 대학병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죠. 환자들의 만족도는 결국 ‘치료가 잘 되었느냐’와 관련이 깊습니다. 이렇게 진료과의 벽을 허물고 환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다 보니 수술/시술의 결과가 좋은 편이고 환자들의 만족도 또한 높습니다.
아울러 우리 병원 순환기내과 병동에서는 환자에게 ‘웨어러블 센서’를 부착한 뒤 무선으로 실시간 혈압, 심박수, 호흡수, 산소포화도, 체온, 심전도 등 환자의 생체 신호를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스마트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심장혈관질환 환자들은 실시간으로 케어받고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고, 의료진은 대형 모니터나 스마트폰으로 더 편리하고 더 빠르게, 더 많은 환자를 보살필 수 있습니다. 또 응급상황 발생 시 빠른 상황 파악 및 대처로 골든타임을 확보하기도 하죠. 앞으로 더욱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뇌혈관센터의 경우, ‘브레인 세이버(Brain Saver)’ 라는 프로그램 앱을 10년 전부터 운영했습니다. 이 앱은 지역에 있는 119 구급대원들과 병원 의료진을 핸드폰으로 연결시켜 줍니다. 그래서 구급대원이 환자를 봤을 때 뇌졸중이 의심되면, 구급차에 태우고 그 앱을 켜서 버튼을 누릅니다. 환자의 이름이나 성을 밝힐 필요도 없고, 버튼만 누르면, 그 시그널이 우리 병원으로 바로 들어옵니다. 우리 병원과 연결을 시켜놓은 것이죠. 그러면 도착시간이 자동으로 계산되어 나옵니다. ‘15분 있다가 도착합니다’라고 나오면, 아직 여유가 있으니, 의료팀이 다른 곳에 있다가 10분 전에 알람이 한 번 울리고, 3분 전에 다시 한번 알람이 울리면, 모든 의료진이 가장 빠른 속도로 응급실 내 CT실로 모입니다. 그러면 119 구급대원은 우리와 약속한 대로 응급실로 들어와 CT실에 환자를 눕혀 줍니다. 그리고 119 구급대원에게 증상을 묻고 바로 CT 결과를 보고 그 자리에서 치료 결정을 합니다. 그만큼 모든 불필요한 과정을 생략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병원은 응급실 도착 후 CT까지 찍는 시간이 거의 몇 분 이내입니다. 현재 다른 지역에도 확장하고 있습니다.
7. 특히 우리나라 의료계의 발전을 위해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이 앞으로 더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환자 중심의 디지털 스마트 의료 실현이며, 이를 위해 빅데이터와 디지털 의료 기술들을 하나로 합쳐 환자 진료에 도움이 되는 ‘초연결’ 의료서비스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최근 ‘스마트 외래 시스템’, ‘의료서비스 로봇 시스템’, ‘의료 빅데이터 구축·활용 시스템’에 우선적으로 중점을 두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표준화된 모델 확보 및 확산
현재 국내에서는 국가 주도, 대형 병원 자체 주도로 진행되는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는 활발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실제 도입에 많은 어려움(법률적, 윤리적, 기술적, 비용, 효과성, 실패 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등)이 있습니다. 또한 병원별 상황 및 특성이 달라 모든 병원에 적용시킬 통일된 성공모델 확보의 어려움도 있습니다.
현재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먼저 기술, 효과성, 부작용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책사업을 포함해 다양한 스마트병원 모델을 개발하고, 실제 병원에 적용하는 중입니다. 특히 모델의 효과를 입증해 타 병원에도 확산하기 위해 보건산업진흥원과 지속적으로 활동 중입니다. 예시로 키오스크 체크인 시스템을 우리 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실증한 후 이미 타 병원으로 확산 중인 사례도 있습니다.
또한 최근 우리 병원은 ’가상환경 기반 병원 운영 기술개발 및 실증연구‘ 과제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 병원 운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로세스 마이닝 분석 및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하여 우리가 변경한 프로세스가 어떤 변화를 불러오는지 미리 시뮬레이션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현장 프로세스를 변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입니다. 이 연구가 성공한다면 각 병원에 맞는 최적의 병원 운영 솔루션을 찾는 툴을 개발하여 확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② 의료 빅데이터 활용
특히 의료데이터에 대한 중요도가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빅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선두 주자라는 목표를 위해 병원 정보뿐 아니라 실생활 데이터나 다른 통계자료를 건강보험공단 등과 연계해 양질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의료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데이터 활용성 측면이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내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의료데이터를 풀어내지 못해 활용에 있어 한계가 분명합니다. 우리 도헌디지털의료혁신연구소에서도 골든타임이 중요한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시스템을 만들려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소방청 119 데이터와 심평원 적정성평가 데이터가 필요했는데 중앙 정부 부처 간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아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들이 해소되면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입니다.
③ 전 직원의 디지털 혁신 기술 활용 격려
거액을 들여 병원 혁신시스템을 구축·도입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사장(死藏)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술은 도입했는데, 직원들이 새로운 기술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현장에서 사용하지 않는 등 디지털화에 동참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장벽을 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핵심은 전 직원이 함께하는 혁신 문화입니다. 실제 사용하는 의료진의 니즈를 외부 기업에 전달하고 기술에 적용되도록 돕는 다리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 병원은 커맨드센터가 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병원과 외부 기업 간 적극적인 협업을 도모하고, 전 직원들에게 혁신 기술의 사용을 설득하고 격려하며 병원 전체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문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인터뷰이.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유경호 병원장
글. 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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