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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숙 간호부장의 노인병원 애상] 노인되기 공부volume.34 2023. 5. 2. 15:03
계로록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재미있는 인생을 보냈으므로 언제든 죽어도 괜찮다고 늘 심리적인 결재를 해 두어라!”
며칠 못 살고 죽는 하루살이가 있는가 하면, 인간과 같은 척추동물인 '그린라드 상어'처럼 최대 수명이 500년 가까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나마 사람은 포유류 중에서 가장 오래 사는 종이니, 나이 들면 선선히 마음을 비우며 '대비'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종종 이 세상에는 일어나는 일에 모두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착각할 때가 있습니다. 노화도 때로는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다가도 막상 내가 노화가 되어 노인에게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징조들이 나타날 때 과연 나는 이를 받아들이고 마음을 비우고 살아갈 수 있을는지. 지공(地空), 즉 '지하철 공짜(무임승차)'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공인된 노인 대열에 합류하게 된 이들의 회한이 살짝 느껴지는 유머입니다. 요즘은 지공남녀들의 나이를 70으로 올려야 한다는 말이 있고 60세 환갑잔치는 사라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는 책은 암 환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노인에게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내가 아는 분은 평소 70세가 넘어도 건강하다고 자부 하던 분이었는데, 어느 날 계단을 내려오다 갑자기 순식간에 무릎힘이 없어 꺾이면서 나뒹굴어서 척추를 심하게 다쳤다고 합니다. 이처럼 나이들면 자신도 모르는 현상들이 나타나는데 이 모든 노화적인 것들을 젊었을 때의 마음을 비우고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느 날 방문한 적 있는 병원에서 “어르신의 검사 기간이 지났습니다, 조속한 시간에 방문하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문자로 왔습니다. 나도 종종 우리 병원 환자들에게 어르신이라고 하는데 내가 어르신 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늙은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초 고령화 시대에 어르신이라는 단어는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도 처음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지하철 노인약자석에는 아무렇지 않게 앉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우리 환자 중에는 외교관도 있고 교수님도 있고 목사님도 있습니다.
그 시절의 일류 대학을 나온 할머니도 있습니다.
나이 들어 80이 넘으면 다 똑같다는 말은 다 같은 환자라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여행사로 단체 여행 온 나이 먹은 아줌마들이 남 눈치 안 보고 시끄럽게 큰 소리로 떠들고 다리 아프다고 아이고~ 소리를 연발하는데 그 소리가 듣기 싫어진 것은 그만큼 나 자신도 나이 먹어 가는 것에 대한 자각으로 공감대가 느껴서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젊은 간호사 상담하는데 나이 먹은 간호사선생님들과 일하면 의자에서 앉을 때 아이고~ 일어설 때 아니고~ 하는데 듣기 싫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친정엄마가 49세밖에 안 되었을 때 옷 타령을 할 때 난 속으로 저렇게 나이 먹어 왜 옷 타령을 할까!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가 내게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젊은 사람들하고 있으면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나도 나이 먹었습니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고 누가 보아도 나이 들었습니다.
착각은 젊음의 비결이라지만 그건 나만의 생각이고 내가 나이 먹은 것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말과 행동에 있어 내가 본 나이 먹은 사람들의 보기 싫은 특징이 나타나지 않게 조심해야 하고 품위 있게 늙어 가는 것에 대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그런 노인 되기 위한 공부에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1. 꾸준한 운동: 간호사로서 열심히 일하다 보면 하루 최소 5000걸음 이상은 걷습니다.
2. 독서 또는 새로운 학습 이어가기: 휴일이면 카페에 가서 젊은이들처럼 여러 가지 공부를 합니다.
3. 욕심을 줄이고 남과 비교하지 않기: 욕심은 줄일 수 있는데 나보다 더 잘 사는 돈 있는 사람과 는 자꾸 비교가 됩니다, 돈 발로 사는 것은 아니지만 돈이 필요합니다.
4. 상대방에게 인사 잘 건네고 존대하기: 순간 친근한 반말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한 가지 생각에 골몰하면 인사를 못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성격이 급해서 바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제일 못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5. 말수 줄이기: 이것 또한 어려운 것은 상대방이 나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나와 같지 않을 때, 내 생각과 맞지 않을 때입니다. 나이 들수록 무엇이든지 본인 위주로 생각하게 됩니다. 들어주는 자세가 내게는 꼭 필요합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지혜로운 자는 할 말이 있어 말을 하고 어리석은 자는 말을 하기 위해 말을 한다” 난 후자인 것 같습니다.
6. 과도한 자기 자랑 금지: 이건 글쎄요, 안 할 것 같은데....
7. 하루 한 줄이라도 일기 쓰기: 추억으로 남기고 싶어 이렇게 글을 자주 쓰는 편입니다.
8. 봉사 활동하기: 간호사 일 자체가 봉사라 생각합니다. 아직도 사회에서는 내가 필요한 존재이구나!라는 자존감을 덤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식들에게는 추억의 죽음이 될 수 있게 건강하게 잠자듯이 죽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제발 자식 등골? 빼먹지 않게 해 달라고... 초라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래서 나는 쓸모없는 노인이 되기 전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합니다. 재미있는 인생을 보냈으므로 언제든 죽어도 괜찮다고 늘 심리적인 결재를 해 두고 있습니다.
글. 최경숙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최경숙 간호부장
현)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현) 요양병원 인증 조사위원
전) 대한간호협회 보수교육 강사
전) 요양병원 컨설팅 수석팀장'volume.34'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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