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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진 교수의 '맛있는 집'] 우동의 맛volume.34 2023. 4. 28. 22:29
면식 수행 (麵食 修行)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강남역 근처의 기리야마 본진(本陣)을 소개합니다.
윤기가 나는 우동 면은 수타 (手打)로 뽑아내어 면발이 부드럽고 탱탱하였고 자연스럽게 ‘후루룩’ 소리 내어 흡입하게 됩니다.
따끈한 국물은 추운 겨울이 돌아오면 온몸을 따뜻하게 녹여줄 것 같았고, 다시마와 말린 다랑어를 우려내어 진하고 뒷맛이 깔끔하여 ‘위로받는 맛’을 느끼게 됩니다.
우동 사발의 크기가 적당해서 양손으로 사발을 감싸고 남은 국물까지 들이키며 깨끗하게 비우게 됩니다.
양배추 채를 깔고 나온 ‘돈카츠’는 어릴 때 먹었던 ‘그리운 맛’이었습니다. 겉은 바삭바삭한데, 두툼하고 뽀얀 속살은 촉촉한, 소위 ‘겉바속촉’이었지요.
‘기리야마’는 도쿄 오쿠타마에 있는 100년 전통의 우동 명가 가문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주인장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1996년 외무 고시를 패스한 후 직업 외교관으로 봉직하다가 도쿄에 있는 ‘기리야마’를 알게 되면서 퇴직하고 2012년 강남역 인근에 우동집을 차린 특이한 이력이 있더군요. ‘맛은 인간과 자연의 직거래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주인장은 어느 인터뷰에서 "사람을 위하고 자연을 아끼는 마음을 한 그릇의 우동에 담았습니다."라고 우동에 대한 남다른 진심을 밝혔지요.
우동의 신세계에서 순도 100%의 행복을 느껴 보시려면 ‘줄 서는 식당’인 ‘기리야마 본진’을 추천합니다.
다시 한번 가서 다른 음식을 맛보고 싶은데, 함께 가실래요?
글. 박효진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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