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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숙 간호부장의 노인병원 애상] 노인이 되기 전 공부volume.27 2022. 10. 4. 11:26
지공녀(남)란 말이 있다. 이것은 지하철 공짜로 타는 여(남)자란 뜻이다.
사회적으로 공인된 노인 대열에 합류하게 된 이들의 회한이 살짝 느껴지는 유머다.아직은 지공녀가 아니기에 처음에는 모르다 누군가 얘기하기를 지공녀의 전철 카드 소리는 다른 일반인들의 띡!~하는 소리와는 다르게 띠딕! 하고 두 번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그 후부터 나의 띡! 하고 울리는 교통 카드 소리가 즐겁게 느껴진다는 것은 그만큼 노인이란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본능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노인 요양 병원 근무한 지 벌써 20년 차로 나도 노인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의 어르신들은 어찌 보면 3·1운동 시대부터 8·15 광복과 4·19 혁명, 6·25 전쟁을 겪으면서 죽어라 하고 사신 분들이다, 그 험한 세월을 사시면서 오직 자식들을 위해 등골 휘어지게 일하시고 자식들 다 시집, 장가보내고 말년에 조금 편하게 사시려고 집 한 채와 은행의 몇 푼의 돈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계가 고장 나듯이 나이 들수록 생기는 만성 퇴행성 질환에 간신히 자신을 위해 모아 둔 돈은 저절로 자식에게 가고 자식들은 그 돈으로 부모의 병원비로 쓰다 장기화되는 질병에 돈도 바닥이 나고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지쳐가기도 한다.
그런데도 말기 암이고 살 희망이 없음에도 부모에 대한 사랑으로 기어코 전원을 가서 이것저것 온갖 검사와 항생제를 사용하고 결국은 입으로 먹을 수 없어 비위관 영양과 영양 부족으로 욕창도 생기고 스스로 숨쉬기 힘들어 산소도 흡입하고 심지어는 기관지 절개관까지 하고 오셔서 집중 치료실에서 의미 없는 삶을 사시는 분도 있다.
나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이해가 되는 것은 살아만 계셔도 좋겠다는 마음이 들다가도 한 편으로는 더 이상 고생 안 하고 차라리 돌아가신 것이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 양가감정이 있다.
우리들의 미래라 집중 치료실의 어르신들처럼 만약 내가 늙어 병들어서 온몸에 온갖 장치를 달고 목에 구멍이 뚫려 (기관지 절개관) 말도 못하고 전신은 다 굳어져 팔다리가 오그라드는 강직 상태서 대소변도 조절 못해 기저귀에 소변줄에 그런 상태가 되면 지금으로서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까?
인지가 정상이라면 분명 자식 등골 빼먹지 않고 빨리 죽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텐데 나의 생명임에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그 현실을 미래의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무척 궁금하다. 그래서 나는 노인이 되어가는 현재가 너무 소중해서 지금부터라도 노인 되기 공부를 미리 하여 남은 삶을 소중한 추억으로 만들어 자식들에게는 추억의 죽음이 되고 싶다.
일본의 여류소설가 소노 아야코(曾野綾子.76)의 '계로록(戒老錄) -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에서는 소노가 권하는 노년기의 마음가짐 몇 구절을 소개한다.
'자신의 고통이 이 세상에서 가장 크다고 생각하지 말라’
--> 너무 고생한 것 티 내면 인생 자체가 고난이듯이, 모두 다 고통스러운 인생을 살았을 텐데 유별 난 노인이라고 손가락질할 것이다.
'젊음을 시기하지 말고 젊은 사람을 대접하라’
--> 착각은 젊음의 비결이라 지나간 것은 미련을 갖지 말아야 한다. 초라해 보일 뿐이다.
'젊은 세대는 나보다 바쁘다는 것을 명심하라’
--> 나조차도 바쁘게 살아 부모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더 이상 무얼 바랄까?
'손자들에게 무시당해도 너무 섭섭해하지 말라’--> 아직 손자는 없지만, 많이 섭섭할 것 같다. 그러나 입장 바꾸어 생각해 보면 나의 할머니들에게 나는 어떻게 대했을까 싶다.
'새로운 기계 사용법을 적극 익혀라’--> 이건 다행이다. 나는 기계를 너무 좋아해서 새로 산 울트라 갤럭시 폰이 마음에 안 든다고 6개월 만에 다시 전에 사용하던 폴더 폰을 사려고 한다. 무거운 핸드폰이긴 하지만 안 무거운 척하려고 한다.
'나이가 평균수명을 넘어서면 공직을 맡지 말라’
--> 건강하면 난 간호사란 직업이 천직으로 느껴서 70세까지는 하려고 하지만 만약 다리 아프면 안 아픈 척하고 참겠지만 만약 겉모습이 너무 늙어 보이면 자존심이 허락 안 해 그때는 고민해 볼 것이다. 그러나 그전에 안면거상술이나 보톡스, 필러 등등 시술을 할 수도 있겠다.
'모두가 친절하게 대해주면 내가 늙었다는 것을 자각하라’
--> 전철 등에서 젊은이가 자리를 양보해 주면 극구 사양하며 괜찮다고 할 것이다. 일단 눈치 없는 노인은 안 되려고 눈치껏 하려고 노력은 할 것이다.
'입 냄새. 몸 냄새에 신경 쓰고 화장실을 사용할 때는 문을 꼭 닫고 잠가라’
--> 할머니들의 소변 냄새가 너무도 지독해서 어떻게든 물을 많이 먹고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는 마음으로 낙상에 주의해서 아주 조심할 것이다.
'신변의 일상 용품은 늘 새것으로 교체하라’--> 이건 자신 있다. 싫증을 잘 내는 나이니까. 돈이 없어 문제지...
'여행지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여행은 많이 할수록 좋다’
--> 지금도 휴무면 무조건 여행 가고 걷기 운동하고 친구 만나면서 절대 집에 있지 않으려고 한다.
'체력, 기력이 있다고 다른 노인들에게 뽐내지 마라’
--> 이건 내가 제일 조심할 문제이다. 아버지 닮아 체력은 좋다는 자부심이 있어서다. 그동안 감기 걸려도 너무 아픈 티가 안 나 보살핌을 못 받아 왔다.
마지막으로 나는 재미있는 인생을 보냈으므로 언제든 죽어도 괜찮다고 늘 심리적인 결재를 해두고 살 것이다. 죽으면 죽으리란 성경 구절이 있듯이 그렇게 살 것이다.
글. 최경숙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최경숙 간호부장
현)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현) 요양병원 인증 조사위원
전) 대한간호협회 보수교육 강사
전) 요양병원 컨설팅 수석팀장'volume.27'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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