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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호 원장의 책 해방일지] 어떻게 죽을 것인가 (Being Mortal)volume.27 2022. 10. 4. 20:38
나의 책 해방일지. 4th.
한번 읽어보고 다시 꺼내 봐야지 생각은 하고 있지만, 꺼내 보지 않았던 책을 꺼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글 4번째. 이번에도 작가는 아툴 가완디이다. 그는 스탠퍼드 졸업 후에 옥스퍼드에서 윤리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하버드 보건대학에서 공중보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하버드 의과대학과 보건대학 교수이자, 보스턴 브리검 여성병원 외과의이며, 『뉴요커』지 전속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낸 4권의 책을 다 읽었으니, 다음에는 다른 사람을 찾아봐야겠다.
내 책장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오랜 기간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책의 가치는 얼마일까? 책 한 권의 가격이 15,000원 정도지만, 저 책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의 가격을 포함해서 환산해 보면 가치는 더 비싸질 것이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책의 가치를 나는 잘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저 공간에 몇 달, 혹은 몇 년을 두는 것은 합리적인가? 자기 방이나 일하는 공간에 오랜 기간 자리를 차지하고 움직이지 않는 물건이 어느 정도 가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건의 가격과 차지하고 있는 공간의 지가를 합한 가격이, 물건이 가지고 있는 가치일 것 같은데,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으면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물건은, 언젠가 그 가치를 실현할 날이 올 수 있을까?
어떻게 죽을 것인가 (Being Mortal)
아툴 가완디(Atul Gawande) 지음 |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5
아툴 가완디의 책은 모두 네 권이 있다.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이라고 멋지게 번역되었지만, 원래의 제목은 'Complications'인 첫 번째 책.
책의 원제목은 'Better'지만, 한 번은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로 번역되었고, 다른 한 번은 '어떻게 일할 것인가'로 번역된 두 번째 책.
'체크! 체크리스트'로 번역된 세 번째 책.
'Being Mortal'이 원제목이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가'로 출판된 네 번째 책.
요즘 음반을 거의 사지 않지만, 가수의 음반을 들을 때 히트곡을 모아 놓은 컴필레이션 음반을 좋아하지 않았다. 앨범을 전체적으로 들어봐야 전체를 관통하는 의미를, 아티스트의 감정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가수나 작곡가의 의도 없이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음반에는 예술적 감수성이 없을 것 같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비슷한 맥락으로 총 4권의 아툴 가완디의 책을 순서대로 읽어보니, 이 사람이 어떤 말을 하고 싶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은 아툴 가완디의 책 중에서, 제일 잘 쓴 책이라고 생각된다. 죽음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 본 사람들은 읽어보면 좋을 것 같은 책으로, 죽음을 접하거나 만날 때 어떤 마음과 어떤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책이다.
소아청소년과는 죽음이 익숙하지 않은 과이다. 소아암 등을 다루는 분과는 죽음이 익숙할지 몰라도, 대부분 아이에게 기대하는 것은 이 아이가 어느 정도 평균적인 수명을 사는 것을 기대한다. 나도 나에게 오는 모든 아이들이 어떤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라지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그럴 준비도 하고 있지 않으며 그런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된다. 반면 내과같이 어르신들이 많이 오는 과는, 죽음이 소아청소년과보다는 조금 더 익숙하고 경험하기 쉬운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의과대학에서는 죽음에 대해서 가르치거나, 죽음에 다다른 경우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가르치지 않고, 배우지도 않았다.
의학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아프고 병든 사람을 살리는 방법을 배우고 연구하는 학문이다. 의사가 아무리 노력하고 학문이 발달해도 죽음을 막을 수 없고, 언젠가는 만나는 순간이 오지만, 죽음으로 가는 도중이나, 죽는 순간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을 배우거나 생각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것은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죽음이 평범해지는 일도 있을까?
나이 드신 부모님이 계셔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감정선을 건드는 순간이 많았다.
할아버지는 사고로 돌아가셔서 죽음을 갑작스럽게 맞이하시고, 할머니는 길에서 넘어진 후 고관절 골절이 생겨 2년 정도 누워 계시다가 돌아가셨는데, 나는 할머니의 경우 넘어진 것 때문에 돌아가셨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노화 때문에 넘어지는 일도 있고, 그래서 사람이 죽는 것이라고 나와, 넘어지는 것은 원인이라기보다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무한하지 않은데, 사람들은 삶이 무한한 것처럼 살고 있다. 만일 사람들이 본인이 언제 죽는지 안다면 지금 하는 일을 하고 있을까? 스티브 잡스가 말했다. "내일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오늘 그 일을 하러 갈 것인가?"
만일 내일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사람들과 주변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동창들만 들어가는 폐쇄 인터넷 모임이 있다. 동기동창 외 신입 회원은 들어올 수 없는. 시간이 가면 점점 사람이 죽어서 없어질 것인데, 마지막에 남아서 들어올 사람이 누구일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 그 사람은 혼자서 글 올리고, 조회수가 본인만 보기 때문에 늘 '1'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겠지만, 그리고 그날이 오고는 있지만, 그날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적은 책이다.
아툴 가완디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서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읽는 사람들이 스스로 느끼게 만든다. 기억나는 이야기는 스탠퍼드 대학의 로라 카스텐슨의 이야기이다.
1974년, 고졸, 아이 하나, 이혼녀인 그녀가 스물한 살일 때.
어느 날 밤, 부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콘서트에 갔다가 교통사고로 간신히 목숨을 구했다. 병실에 누워 있는 동안 다른 환자 네 명은 모두 같은 골절로 누워 있었는데, 의사랑 물리치료사는 로라에게는 치료하고 훈련시켰지만, 다른 노인 골절 환자들에게는 "분발하세요!" 외에는 다른 것이 없었다. 자기와 다른 환자를 다르게 대하는 것에 의문을 가진 그녀는 교통사고로 누워 있으면서 지역 대학 강의 내용을 테이프로 들으면서 공부를 시작했고, 스탠퍼드 대학에서 심리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어 '사람이 본인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있는가 생각하는 정도에 따라서 생활하는 게 달라진다.'를 가설로 연구를 진행했다.
젊은 사람은 지금의 즐거움을 뒤로 미루고 미래를 위해서 투자하지만, 병에 걸린 사람이나 나이 든 사람은 삶의 초점이 젊은 사람과 다르게 '지금'으로 변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고 '관점'인 것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는 지금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그렇게 접근하는 다양한 이유와 예시를 이 책은 보여준다.
삶은 하나의 이야기이다. 하나의 단편 단편이 실처럼 연결되어 장편이 되고,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천하에 흩어지지 않는 연석은 없고, 결국 그들의 방문을 받지 않는 생명은 없다.
결말을 알고 있을 때, 어떤 과정을 겪으면서 결말을 맞는 게 좋을까?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게 좋으면 좋지만, 그렇게 살 수 없다면, 어떻게 삶을 사는 것이 좋은가. 젊어서 힘들고 고생 고생하다가 죽기 전에 행복하게 삶을 마감하는 것이 좋은가(happy ending), 아니면 젊어서 놀고 즐기고 재미있게 지내지만 죽을 때는 힘들게 죽는 것이 좋은 것인가(happy start).
야구 경기 보는 내내 8회까지는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기다가 9회에 역전패당한 경우,
나는 인생의 8/9은 행복했다. 마지막이 불행해서 그렇지.반대로 내가 응원하는 팀이 8회까지는 지다가 9회에 역전승하는 경우,
내 인생의 8/9은 불행의 기억으로 채워졌지만, 인생의 1/9의 시간은 행복했다.만일 삶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을 선택해야 좋을까?
삶의 말년을 미리미리 준비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산다. 건강도 영원할 것 같고, 수입도 지금처럼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또한 주변에 친구도 많고, 가족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지 않고 노년을 맞이하는 경우, 어떤 방식으로 준비해야 하고 주변에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cure와 care에 대해서.
이 책은 치료와 완화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호스피스에 대해서도. 어떻게 죽을 것인가. 그리고 타자와의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 이야기 같지만, 이 글을 보는 사람에게는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대부분은 100년 이내에 죽을 것이다. 이제는 안락사(assisted suicide)가 아니고 존엄사(death with dignity)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하고, good death가 아닌 good life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하는 시기이다.
아무 일이나 생산적인 것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있는데, 이 책에서는 죽는 자도 죽는 자의 역할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죽는 사람이나 남은 사람이나 모두 삶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혼자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는 그렇지 못한 시기가 온다. 나이가 들고 노화가 되는 것은 하루하루 변화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느 순간에 닥치고 예전과 같지 않다고 알게 된다. 의학이 여기저기 보수하고 기워가면서 유지는 하지만 어느 순간에 종합적으로 신체 기능이 무너지는 순간이 온다.
예전에는 대가족 속에서 노화를 겪고 죽음을 만나게 되었지만, 지금은 핵가족이고 소규모 가족이라, 가족이 책임을 지지 못하면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어디까지 치료해야 하고 어디까지 손을 대야 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고 아무도 정할 수 없다. 노화를 인정하고 나에게 어떤 상황이 닥쳤을 경우 어디까지는 해야 하고, 어디까지는 하지 말아야 하는지 미리 생각하고 적어 두고 옆에 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필요 이하를 할 수도, 필요 이상을 할 수도 있다. 나이 들면 질병과 노화에 대한 공포도 있지만, 고립과 소외에 대한 공포도 생긴다. 요양원에서 수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독립적인 생활과 가족과의 생활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여러 사업가와 지자체, 국가, 의사, 간호사, 건축가 등등이 미국에서는 요양원을 대체할 여러 다른 시설을 많이 만들었다. 고령화가 진행된 우리나라도 이미 다양한 시설이 있을 것이다.
친구 한 명이 요양원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친구가 만들고 싶은 요양원은, 대학교 기숙사와 요양원을 같이 만드는 것이다. 일종의 소셜 믹스인데, 멋진 생각이라고 느꼈다. 요즘은 만난 적이 없지만, 꼭 진행을 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보면 이미 그런 방식의 요양원이 미국에는 있는데, 그런 경우 다양한 면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
노화가 진행되기 전에 미리 준비할 것은, 무슨 일이 있을 때, 내가 어디까지 포기할지 미리 정해야 한다. 나는 숨만 쉬고 살아도 살아 있을 것인지, 나는 움직일 수 없으면 살고 싶지 않은지... 심폐소생술을 할지, 기도 삽관을 할지, 항생제를 써서 감염 치료를 해야 하는지 등등. 우리가 죽음이라는 강력한 적과 싸우는데, 아군이 전멸할 때까지 싸우는 장군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점령할 수 있는 영토를 위해서 싸우고, 그럴 수 없을 때는 항복할 수 있는 그런 장군이 필요하다.
사람은 삶을 살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것인지. 저자가 만난 나이 든 분들과 임종을 맞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 보면, 어떻게 죽는 것이 좋은 것인가,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 것인가 생각해 보게 한다. 의학의 발달로 노년기가 길어지면서,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 모든 생명에게 찾아오는 죽음을, 개인은, 가족은, 사회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좋은 책이다.
[오늘의 take home message]
amor fati, 주어진 운명을 사랑하고
memento mori,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고
carpe diem. 오늘을 살아라.글. 마태호 삼성제일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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