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데믹 시대 병원건축의 변화
세계를 휩쓴 코로나19가 감소세를 유지하면서 이제는 팬데믹에서 엔데믹의 시대로 조금씩 변화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휘젓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 등 각국이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완화 또는 해제하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변했듯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들도 그 모습이 많이 변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팬데믹과의 전쟁에서 최전선에 있었던 병원건축은 무수한 시행착오와 수정을 거쳐 또 다른 단계로의 진화를 이뤄냈습니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과거 군대 병영문화의 연장선에서 병원을 바라보았고, 감시와 관리가 용이한 의료진 중심의 공간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병원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의료진에서 환자중심으로 공간의 패러다임이 이동하면서 병원건축은 신체를 강제적으로 통제하는 하드웨어에서 운영시스템을 통한 치유와 치료로의 소프트웨어적인 진화를 이뤄냈습니다. 그리고 2019년 세상을 덮친 코로나19는 이제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대응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통합된 병원건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병원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그곳을 이용할 의료진과 환자, 그리고 무수한 방문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각 주체에 맞춰 공간을 구성하여 첨단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그리고 병원이 위치할 지역사회에서의 역할과 책임, 그곳을 흐르는 자연을 받아들여 콘크리트 덩어리가 아닌 자연 및 시민들과 함께 살아 숨 쉬는 유기체로의 진화로 나아가는 것.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의 전환은 이처럼 첨단기술과 사람, 그리고 자연의 결함을 통해 병원건축의 다음 단계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매거진HD 6월호에서는 3년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지역 거점병원으로 우뚝 선 울산병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감염병 시대에 앞선 대응으로 선도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와 가족, 그리고 이를 둘러싼 지역과 함께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에 선 울산병원. ‘인화와 활인’에 대한 꾸준함으로 전성시대를 맞은 울산병원을 통해 병원건축의 미래를 잠시나마 엿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긴 시간을 내어 좋은 말씀을 전해주신 울산병원 이주송 병원장님과 임성현 이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전문가의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창이 되어 주시는 모든 기고자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
매거진HD 발행인
노태린
'volume.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관된 꾸준함으로 전성시대를 맞다 / 울산병원 (상) (0) 2022.07.02 경험의 깊이로 병원의 완성도를 높이다 / 울산병원 (하) (0) 2022.07.02 [노태린의 헬스케어 이야기] 비대면이 바꾼 집의 풍경 (0) 2022.06.03 드넓은 밀밭에 세워진 마을의 랜드마크 (0) 2022.06.01 [최경숙 간호부장의 노인병원 애상] 최선을 다하라고? (0) 2022.06.01 [이현주 병원 마케터의 짧고 얕은 문화이야기] 디지털 아트를 넘어선 NFT ART를 바라보며 (0) 2022.06.01 hug x UMA WANG New Concept Store (0) 2022.06.01 [임진우 건축가의 '함께 떠나고 싶은 그곳'] 우즈베키스탄의 유적지, 사마르칸트(Samarkand)와 히바(Khiva) (0) 2022.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