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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병원 마케터의 짧고 얕은 문화이야기] 디지털 아트를 넘어선 NFT ART를 바라보며volume.23 2022. 6. 1. 20:12
'그리드 아일랜드' 전시회 & 'NFT ART 101' 전시회
미디어 아트 하면 떠올리는 백남준. 비디오와 음악, 퍼포먼스를 곁들인 그의 작품들은 어린 시절 나에게 새로운 예슬을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다주었다. 디지털 아트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이용이 편해지고, 인터넷의 보급이 활성화되면서 많이 활성화되었지만 내가 느낀 건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몇 년 사이에 찾은 전시회에는 일반적 회화 작품뿐 아니라 미디어 아트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전시공간들을 차지하고 있었고, 예술의 범위도 더욱 확장되고 있구나 하는 걸 크게 체감할 수 있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그리드 아일랜드’는 한 단계 더 나아간 미디어에서 데이터로 변화해 나가는 미술 형식에 따른 새로운 제작 플랫폼까지 보여주는 전시였다. 시공간의 제약을 초월한 공유와 협업을 가능케 하는 웹의 잠재력을 전시프레임으로 설정했는데, 직접 가서 보면 알겠지만, 입체∙평면∙공간∙사운드 등 시각 예술매체를 다양하게 접목해두었고, 가상의 웹 공간에서 협업으로 작품이 만들어지고 작품이 참여자들에 의해 진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어 신선했다. 디지털 아트는 예술가와 관람자의 상호작용을 중요시 하고 가상현실로의 참여를 유도하는데, 그 연결고리로 헤드셋이 전시작품과 연결되어 있는 것도 특징 중 하나였다.
그런데 얼마 전에 다녀온 ‘NFT ART101’ 전시회는 여기서 나아가 내 머리를 ‘쿵’ 때리는 느낌이었다. 내가 바라보는 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전시 작품들이 내 다음 세대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예술 범주가 되고, 어쩌면 예술분야에서 메인을 차지할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전시회였다.
지난 2021년 3월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이 NFT로 만든 ‘매일 : 첫 5,000일’이란 작품명의 300Mb이미지 파일이 6,930만달러(한화 785억)에 낙찰되었다. 국내 작품 중 하정우의 첫 디지털 아트 작품 ‘더 스토리 오브 마티팰리스 호텔’은 애니메이션과 사운드 효과가 삽입된 NFT ART로 한화 약 5,700만 원에 낙찰되었다. 이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NFT ART란 이름으로 미술품 경매에 낙찰되고 있다고 하니 NFT ART가 화두는 화두인가 보다. 젊은 MZ세대가 NFT ART에 관심을 가지고 구매하는 붐이 확산되고 있다는 기사도 보았는데, 플랫폼의 신뢰도를 해결해 줄 암호화폐 기술이 안전장치가 되어서 디지털에 익숙하고 특별한 경험을 중시 여기는 젊은 세대들이 이 낯선 유형의 예술작품을 소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NFT ART란 ‘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과 ART의 합성어로 실물로 존재하는 예술작품이 아닌 미술작품의 증명서(토큰)로 존재하는 아트 작품을 칭하는 것이다. 흔히 디지털 진품 증명서라 칭하고 있는데, 작품 원본 그대로를 디지털화로 변형시키기도 한다. NFT ART는 작품이 아무리 인터넷 세상에서 복사되어 퍼져나가도 그림의 원본 파일이 나만의 것이라는 것을 블록체인 기술이 증명해 주는 ‘유일무이한 정품’임을 인정해주는 디지털 아트 영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전에 뱅크시 작품 ‘멍청이들’을 1억 원에 구매해서 NFT로 전환하고, 원본을 바로 불태워서 실물의 가치를 온전히 가상의 NFT로 옮긴 미국 블록체인기업 ’인젝티브 프로토콜’의 퍼포먼스를 보며 원본과 NFT와의 관계 자체도 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어려운 숙제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찌 되었던 이 퍼포먼스 후 NFT ART의 가격은 4억3천만 원까지 치솟았다고 하니 낙찰가로만 보면 NFT로 원본성의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볼 수도 있을 듯하다.
이러한 관심 속에 한국에서도 지난해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의 NFT 작품경매를 준비했다가, 원화에 대한 진위와 동시에 저작권 침해라는 문제가 대두되어서 결국 경매기획사는 작품경매를 취소했다. 유명 작품을 NFT로 바꾸는 거에는 저작권 침해가 야기될 수 있고, 진위증명을 통한 안전한 거래가 동반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NFT ART101’전시회를 보면서 NFT ART는 단순히 회화를 디지털 화면에 옮겨놓은 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 하에 그 작품을 움직이게 만드는 디지털 작업을 더해서 살아 숨 쉬는 느낌으로 변모시키는 걸 보여주어 좋았다. 사운드와 영상도 함께 접목시킬 수 있는 NFT ART만의 특별한 영역을 충분히 잘 살려 내어서 NFT ART 작품만의 색깔을 고스란히 드러내 주었다고 할까. 이번 NFT ART 전시회에서 작품들을 보면서 그 디테일과 창의적 표현들에 감탄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회화작품에 더 정감이 간다.
코로나19로 인해 활성화되었던 메타버스와 같은 디지털 매체들도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최근 주춤해지기도 했지만, 앞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은 거스를 수 없는 커다란 시대적 흐름이고, 디지털 아트 영역은 우리와 함께 해 나갈 영역임에 분명하다. 그러기에 이 영역에서 예술의 가치를 알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하는 예술가들의 창작물들을 제대로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지속적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글/사진. 이현주
이현주
글쓴이 이현주는 바른세상병원에서 홍보마케팅 총괄을 하고 있는 병원마케터이다. 병원 홍보에 진심이긴 하지만, 한 때 서점 주인이 꿈이기도 했던 글쓴이는 독서와 예술에 관심이 많다.'volume.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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