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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ITATION] 목재와 종이, 테라코타로 ‘느림’을 설계한 치유 철학 Nilkanth Ayurveda ClinicARTICLE 2026. 9. 2. 15:01
목재와 종이, 테라코타로 ‘느림’을 설계한 치유 철학
Nilkanth Ayurveda Clinic
닐칸트 아유르베다 클리닉은 아유르베다의 원칙과 ‘느림’의 개념을 바탕으로 평온하고 사려 깊은 치유 환경을 조성했다. 완만한 곡선과 은은하게 걸러진 빛, 전통적인 현지 장인 정신을 담은 수공예 요소가 어우러져 의료 공간에 새로운 경험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직조 장인이 완성한 종이 파티션은 빛과 시선을 부드럽게 조절하며 공간 자체가 치유의 일부가 되도록 했다. 그만큼 화려한 장식보다 재료와 빛, 움직임, 그리고 손의 흔적을 통해 아유르베다의 치유 철학을 공간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글_박하나 편집장
설계 및 디자인_studio rei
사진_The Space Tracing Company
닐칸트 아유르베다 클리닉(Nilkanth Ayurveda Clinic)은 인도 나디아드(Nadiad)에서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아유르베다 진료의 전통성을 유지하며, 아마다바드(Ahmedabad)에 파트타임 클리닉으로 새롭게 조성된 공간이다. 상업용 건물 17층에 자리한 이 소규모 클리닉은 ‘목재와 화이트를 활용한 미니멀한 공간’이라는 요구에서 출발했다. 동시에 아유르베다(Ayurveda)가 지닌 본질과 철학을 현대적인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것이 주요 설계 과제였다.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느림’이라는 개념이었다. 아유르베다의 정체성을 익숙한 상징이나 장식으로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 자체에 그 철학을 담아냈다.
이를 위해 통상적인 직선형 평면에서 벗어나 완만한 곡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곡선은 자연스럽게 동선을 유도하는 동시에 공간의 경계를 완화하고, 제한된 면적 안에서도 시각적 단절을 최소화한다. 그 결과 작은 공간은 보다 여유롭고 개방적이며, 끊김 없이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으로 경험되었다.




서측 면은 오후의 강한 햇빛과 열기가 그대로 유입되는 위치적 특성으로 인해 공간 설계에 있어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차단해야 할 요소로 바라보기보다, 빛을 공간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조절하는 기회로 전환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직조 방식의 종이 파티션이다. 이 파티션은 직조 장인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개발됐으며, 종이 베니어(paper veneer)를 촘촘하게 엮어 여러 겹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공간을 자연스럽게 구획하면서도 강한 빛은 부드럽게 걸러내고, 공기의 흐름은 그대로 유지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빛을 완전히 차단하는 대신 여과하고, 경계를 단절하기보다 유연하게 나누는 이 파티션은, 아유르베다 클리닉이 지향하는 자연스럽고 느린 공간 경험을 한층 선명하게 드러낸다.
직조 패턴은 공간마다 요구되는 기능과 환경에 맞춰 다르게 적용됐다. 조무사실에는 가장 촘촘한 패턴을 적용해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는 동시에 빛이 한층 부드럽게 확산되도록 했다. 원장실은 이보다 성글게 엮어 자연광을 충분히 받아들이면서도 적절한 프라이버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조제실에는 밝기와 시야의 명료함을 고려해 보다 개방적인 패턴을 적용했다. 반면 리셉션 공간에서는 빛을 고르게 조절하는 직조 방식을 선택해, 외부에서 클리닉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까지 빛의 강도가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완만한 전이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공간별로 달리 적용된 직조 패턴은 기능적 요구를 충족하는 동시에, 빛의 농도와 프라이버시를 섬세하게 조절하며 클리닉 전체에 일관된 공간적 경험을 형성한다.
재료의 팔레트는 의도적으로 절제해 공간에 차분한 분위기를 더했다. 목재와 종이, 테라코타를 중심으로 구성된 재료는 과장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온기를 공간 곳곳에 불어넣는다.
특히 지역 도예 작가와 협업해 제작한 수제 테라코타 조명은 흙의 질감과 손으로 빚은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공간에 촉각적인 깊이를 더한다. 이는 단순한 조명 요소를 넘어, 재료를 다루고 무언가를 손으로 만들어내는 장인의 제작 과정 자체를 실내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장치가 된다.
절제된 재료와 수공예적 요소의 조화는 아유르베다의 자연 친화적인 철학을 공간적으로 표현하며, 방문객에게 보다 느리고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클리닉을 남다르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보다, 공간을 통해 남다르게 ‘느끼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부드럽게 스며드는 빛과 완만하게 이어지는 동선, 목재와 종이, 테라코타 등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재료가 어우러지며 한층 차분하고 편안한 환경을 완성했다. 공간의 물성이 주는 안정감은 방문객의 긴장을 덜어내고, 치유의 경험이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시작되도록 했다.
이러한 설계에는 ‘의미 있는 디자인이 반드시 화려하거나 과장될 필요는 없다’는 스튜디오의 철학이 담겨 있다. 조용하지만 목적이 분명하고,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깊이 인간적인 공간. 닐칸트 아유르베다 클리닉은 이러한 디자인의 가치를 통해 아유르베다의 본질을 현대적인 공간 경험으로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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