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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혁의 바이오Talk 헬스Talk] AI 데이터센터 전쟁, 반도체가 아니라 전기와 물이다ARTICLE 2026. 10. 8. 05:21
많은 이들에게 인공지능은 스마트폰 속 앱처럼 느껴진다. 필자의 모친도 추석 제사 음식 레시피를 AI에게 묻고, 주민센터 스마트폰 교육에서 AI 활용법을 배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모든 일이 내 손안에서 일어나는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우리가 던진 질문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지구 어딘가에서는 수천에서 수만 장의 GPU가 동시에 깨어나고, 중소도시 하나에 맞먹는 전력이 순간적으로 소모된다.
필자는 최근 강원AI데이터센터연구회가 주최한 AI 데이터센터 세미나에 참석했다. 많은 사람들이 AI 산업의 핵심을 GPU 확보 경쟁으로 보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돌리는 데 필요한 것은 반도체만이 아니었다.

전기, 물, 그리고 엄청난 하중과 발열을 견디는 건축 인프라. 오히려 현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AI 경쟁력은 GPU를 몇 개 샀는가가 아니라, 전기와 물을 얼마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확보했는가에 달려 있다고.
AI 데이터센터, IT 시설이 아니라 에너지 시설이다
과거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보관하는 창고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AI 시대의 데이터센터는 차원이 다르다.
최신 AI 가속기 한 장의 소비전력은 700W를 넘어 1kW급에 육박한다. 이런 가속기가 수만 장 집적된 AI 데이터센터 한 곳이 쓰는 전력은 30~50MW, 인구 3만 명 도시 전체가 쓰는 전력과 맞먹는다.
더 놀라운 것은 물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2년 한 해 동안 약 64억 리터의 물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34% 급증한 수치로, 올림픽 규격 수영장 2,5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구글은 2023년 전사적으로 242억 리터를 썼고, 그중 95%인 231억 리터가 데이터센터 냉각에 사용됐다.
이 물은 생활용수가 아니다. 수천 장의 GPU가 뿜어내는 60도 이상의 열을 식히기 위해 증발시키는 냉각수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발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이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와 전력은 함께 폭증한다. AI 데이터센터는 IT 시설이 아니라, 거대한 에너지·수자원 소비 시설에 가깝다.
빅테크는 왜 발전소와 강을 찾아가는가
전 세계 빅테크의 최근 행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반도체 회사보다 발전소, 송전망, 수자원 확보에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AI 데이터센터 입지 선정의 4대 조건은 이제 명확하다. 대규모 전력 공급 가능 여부, 풍부하고 차가운 냉각수 확보 여부, 저지연 통신 인프라, 그리고 확장 가능한 부지다.
미국과 캐나다, 북유럽 국가들이 수력발전소 인근에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이유다. AI 시대에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이 반도체만이 아니라 전기와 물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 수열특화단지가 주목받는 이유
이런 관점에서 한국이 추진하는 수열특화단지 사업은 AI 시대의 정답에 가깝다.
수열에너지는 댐과 호수, 하천의 심층수가 연중 7~15도로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특성을 이용해 냉난방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특히 데이터센터처럼 365일 냉각이 필요한 시설에서 WUE(물 사용 효율성)와 PUE(전력 사용 효율성)를 동시에 낮출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강원도 춘천의 소양강댐 수열특화단지다. 뒤이어 충청북도 대청댐, 충주댐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풍부한 수자원을 활용해 데이터센터와 첨단 산업을 유치하려는 전략이다.
여기에 더해 강원도는 소양강댐 공유수면을 활용한 수상태양광 사업을 추진한다.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약 1,900억 원을 투입해 95MW급 발전시설을 조성하고, 기존 댐의 송전선로를 낮에는 태양광, 밤에는 수력발전에 함께 쓰는 '교차송전' 방식으로 활용하는 구상이다. 기존 8.8MW 설비를 포함하면 100MW가 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댐 수상태양광 복합단지가 된다. 단순한 냉각 인프라를 넘어, 전기를 직접 생산하고 공급하는 에너지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셈이다.

수열을 활용하면 냉각 에너지 절감, 전력 사용량 감소, 탄소배출 저감, 운영비 절감이라는 네 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수열특화단지가 자연스러운 조합인 이유다.
이제는 순환을 설계해야 한다
그러나 과제는 공급에서 끝나지 않는다.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사용한 물은 어떻게 순환시킬 것인가? 발생한 막대한 폐열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3~5년마다 교체되는 GPU와 서버는 어떻게 재활용할 것인가?
관점을 바꾸면 버려지는 자원은 새로운 자원이 된다. 유럽에서는 이미 데이터센터 폐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하는 것이 표준이 되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에서는 데이터센터 한 곳의 폐열로 수천 가구에 난방을 공급한다.
수열특화단지 역시 단순히 차가운 물을 공급하는 곳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물을 식히고, 열을 회수해 스마트팜과 지역난방으로 보내고, 수상태양광으로 전력을 보태는 '물-열-전기 순환 플랫폼'으로 설계해야 한다.

AI 시대 국가 경쟁력은 자원순환 능력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석탄과 철강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했고, 정보화 시대에는 광통신망과 인터넷이 경쟁력을 결정했다.
AI 시대는 다르다. 얼마나 많은 GPU를 가졌는가가 아니라, 전기와 물, 열과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순환시키는가가 경쟁력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단순한 IT 인프라가 아니다. 전력과 물, 열과 자원이 집약되는 새로운 산업 플랫폼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양강댐 수열특화단지는 AI 시대를 위한 냉각 인프라를 넘어, 미래형 자원순환 산업단지의 모델이 될 수 있다. AI 산업의 미래는 GPU의 개수가 아니라, 그 GPU를 얼마나 오래, 얼마나 깨끗하게, 얼마나 순환적으로 돌릴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글. 한국지능웰케어산업협회 양재혁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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