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10월입니다. 이번 달 발행인의 편지를 쓰려고 앉았는데, 한참을 생각해도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9월에 나는 무엇을 했지?’
달력을 넘겨보니 분명 빼곡합니다. 사람을 만났고, 일을 했고, 학생들을 가르쳤고, 잠깐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기쁜 소식도 있었고 마음 무거운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많은 날들이 한 덩어리처럼 지나가 버린 느낌입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는 말이 딱 맞겠습니다.
젊었을 때는 시간이 앞에 아주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달쯤은 별것 아닌 것 같았고, 한 해가 지나도 또 다음 해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한 달이 너무 빨리 갑니다. 월초인가 싶으면 어느새 월말이고, 계절 하나를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했는데 다음 계절이 문 앞에 와 있습니다.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시간을 살고 있는 걸까.’
바쁘게 산 날들은 많은데 정작 기억나는 날은 많지 않습니다. 해야 할 일을 해내고, 누군가를 만나고, 누군가를 돌보고, 또 다음 일을 준비하며 하루하루를 넘깁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도 분명 내 인생인데 말입니다. 어쩌면 삶은 특별한 날들보다 이렇게 기억조차 희미한 평범한 날들로 더 많이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10월에는 조금 천천히 살아보고 싶습니다.
일을 덜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내려놓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하루에 한 번쯤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누구와 함께 있는지를 제대로 바라보고 싶습니다. 가을이 왔다는 것을 단풍이 다 떨어지고 나서야 알아차리지 않도록 말입니다. 시간은 붙잡을 수 없지만, 바라볼 수는 있으니까요.
10월에는 지나간 뒤에야 아쉬워하지 말고, 지나가는 동안 조금 더 많이 바라보며 살아보려 합니다.
여러분의 9월은 어떻게 지나갔나요?
그리고 다가온 10월에는 무엇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싶으신가요?
매거진HD 발행인
노태린 드림
'ARTIC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젊은 건축사의 Care-Full Space] 일본은 왜 지금 ‘집’과 ‘돌봄’의 경계를 다시 정립하는가 (0) 2026.10.06 [해안건축 신용호의 시니어 미디어] 실버타운 성공에 대한 계속되는 의혹은 주거시설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확인되어져야 한다 (0) 2026.10.06 [이수경 원장의 행복을 주는 건강 코칭] 살은 주사가 빼줘도, 근육은 내가 지켜야 한다 (0) 2026.10.04 [Amy Han의 젊은 의사 시리즈] 중앙대학교 광명병원 한우식 교수님 (0) 2026.10.02 [EXHIBITION] 국립현대미술관, 《서도호》 개인전 개최 (0) 2026.10.02 [INVITATION] 라인강의 풍경과 시간의 흔적을 따스한 재료로 풀어낸 노인 주거시설 Housing for the elderly in Huningue. France (0) 2026.10.02 [ISSUE] 2026 제18회 서울건축문화제<제44회 서울시 건축상> (0) 2026.10.01 [Special Column] 효율을 넘어 교감에 뿌리를 둔 병원 건축의 새로운 풍경, 헤를레우 병원(Herlev Hospital) (0) 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