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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Column] 효율을 넘어 교감에 뿌리를 둔 병원 건축의 새로운 풍경헤를레우 병원(Herlev Hospital)ARTICLE 2026. 10. 1. 18:51
효율을 넘어 교감에 뿌리를 둔 병원 건축의 새로운 풍경
헤를레우 병원(Herlev Hospital)
헤닝 라슨(Henning Larsen)이 설계한 5만 6,000㎡ 규모의 헤를레우 병원 증축동은 자연과 햇빛이 환자 치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계획됐다. 이곳에는 새 응급실과 종교센터, 그리고 소아 병동과 산과 병동(분만 병동)을 갖춘 여성·아동센터가 들어섰다. 5만 6,000㎡ 규모로 조성된 헤를레우 병원 증축동의 가장 큰 특징은 직사각형 기단(plinth) 위에 원형 건물 두 동을 올린 독특한 구성이다. 넓고 안정감 있는 기단이 두 원형 건물을 떠받치며 전체 매스의 균형을 잡고, 그 위에 들어선 두 건물에는 새 응급실과 종합 여성·아동센터가 자리한다. 이러한 배치는 병원 운영의 핵심인 동선을 한층 효율적으로 다듬는다. 환자와 의료진의 이동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병원 전체의 흐름을 최적화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새로운 건물과 기존 건물이 하나의 곡선으로 조화를 이루고 사람과 자연 사이의 교감을 이룰 수 있도록 풍성한 녹지와 위안의 장소가 마련된 점이다. 부드러운 곡선의 유연함은 환자들과 의료진에게 자연환경을 직관하게 하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연결하는 크나큰 에너지로 작용한다. 그만큼 이번 헤를레우 병원 증축동은 옛것과 새것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병원 건축의 패러다임을 보여주고 있다.
글. 박하나 편집장
설계 및 제공. Henning Larsen Architects
사진. Laura Stamer



원형 건물 특유의 부드러운 형태는 대형 의료시설 하면 흔히 떠오르는 딱딱하고 획일적인 인상을 한결 누그러뜨린다. 거대한 규모에도 위압감보다는 편안함을 건네는 병원, 환자와 가족이 한층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난 셈이다.
두 원형 건물 가운데 규모가 더 큰 건물에는 응급실이 자리한다. 이곳에는 MRI와 CT, X-ray 등 응급 진료에 필요한 영상진단 설비가 두루 갖춰져 있다. 위층에는 240개에 가까운 병실이 배치됐는데, 환자와 보호자가 별도의 안내 없이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구성했고, 필요한 치료와 돌봄을 가까이에서 받을 수 있도록 의료 공간과의 거리도 세심하게 고려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원형 건물에는 새 여성·아동센터가 들어섰다. 산과와 소아과를 비롯해 청소년 진료, 여성 건강 분야의 진료과가 한데 모여 있어 여성과 아이, 청소년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진료가 이뤄진다. 위층에는 약 45개의 입원실이 마련돼 있으며, 여성·아동센터는 2021년 문을 열었다.
옛것과 새것의 조화
새 증축동은 높이 120m에 달하는 기존 병원 타워를 그대로 되풀이하지 않았다. 대신 여러 개의 작은 매스(volume)로 나누고 공간을 켜켜이 겹쳐 쌓는 방식을 택했다. 하나의 거대한 건물이 아니라 여러 건물이 어우러진 작은 ‘도시’처럼 느껴지는 스케일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매스들은 지상층에 새로 조성한 로비(foyer)와 복도 체계를 통해 하나로 이어진다. 복도는 사이사이 야외 공간(중정)을 감싸 안으며 뻗어 나가고, 기존 병원 시설과도 자연스럽게 맞물려있다.
역사적인 강당(auditorium)을 중심으로 펼쳐진 넓은 녹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녹지는 조경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병원 경험의 일부로 끌어들이며, 대지 전체에 자연의 존재감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증축동은 곡선을 살린 유연한 형태를 도입해 공간 전체에 부드러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두 원형 건물은 서로 어긋나게 배치됐는데, 그 사이에 바람과 외부 시선을 막아주는 아늑한 야외 공간이 생겨났다. 이러한 배치는 건물 깊숙이까지 자연광을 끌어들이는 한편, 대지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한층 풍부한 공간 경험을 선사한다고 볼 수 있다.
기존 타워의 수직적이고 경직된 형태와 새 증축동의 곡선형 매스가 이루는 대비는 단순한 디자인의 차이에 그치지 않았다. 이는 병원 건축의 패러다임이 효율 중심에서 벗어나, 유연성과 사람 사이의 교감에 뿌리를 둔 공간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변화다.










치유의 빛
자연과 햇빛이 지닌 치유 효과는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증축동의 평면 계획 역시 이러한 효과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데 무게를 뒀다. 환자와 의료진, 방문객 누구나 푸른 중정과 초록으로 가득한 옥상정원에 쉽게 닿을 수 있도록 공간을 배치했고, 그 한가운데에는 넉넉한 규모의 녹지를 조성해 새 병원 단지의 ‘심장’ 역할을 맡겼다. 이 중앙 녹지는 단지 전체의 구심점이 되어 곳곳에 흩어진 공간들을 하나로 묶어준다.
이처럼 병원 곳곳에 스며든 자연 요소는 환자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회복을 앞당기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점점 더 많은 의학 연구가 뒷받침하고 있는 원칙이기도 하다.
공용 공간은 햇빛과 개방감으로 가득하다. 탁 트인 공간에 자연광이 넉넉히 스며들어 환자와 가족, 의료진 모두를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이끌며,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반면 개인 병실에는 한층 작은 창을 세심하게 계산된 위치에 냈다. 이에 환자는 병상에서도 바깥 풍경을 바라볼 수 있으면서,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보호받는 아늑한 느낌을 함께 누릴 수 있다.
열린 공용 공간과 아늑한 병실이 이루는 이러한 대비는 개방성과 사생활 보호 사이의 균형을 만들어냈다. 환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온전히 회복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위안의 장소
새 증축동에는 종교센터도 함께 마련됐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환자들이 저마다 다른 신앙과 정서적 필요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세심하게 헤아린 공간이다.
2019년 완공된 헤를레우 병원의 ‘성찰과 신앙 센터(Center for Reflection and Faith)’는 환자와 가족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조용하고 포용적인 공간이다. 병원이라는 긴장된 환경 속에서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각자의 방식으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장소가 되어준다.
센터는 원형 외벽 안에 네 개의 주요 공간을 품고 있다. 기독교 예배당, 메카 방향을 향해 배치된 이슬람 기도실, 특정 종교나 종파에 얽매이지 않는 기도 공간, 그리고 모두가 함께 머물 수 있는 공용 공간이 그것이다. 서로 다른 신앙이 하나의 둥근 울타리 안에 나란히 자리하며,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공존을 이야기하는 이 센터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안쪽의 네 공간과 원형 외벽 사이에는 잔잔한 수면이 주변을 비추는 연못과 식재가 가득 채워져 있다. 이 물과 초록의 영역은 바깥세상과 센터 사이에 자연스러운 완충지대를 만들어, 외부의 소란으로부터 내부를 조용히 감싸 안는다.
물과 식물, 그리고 햇빛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이 풍경은 센터가 치유의 장소로 자리매김하는 데 한층 힘을 보탠다. 실제로 최근 보건 연구에 따르면 자연 요소를 단 몇 분만 접해도 혈압과 심박수 같은 신체적 스트레스 증상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촉촉하고 비옥한 흙 내음과 싱그러운 초록 잎의 향기는 소독약 냄새가 감도는 무채색의 병원 복도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이러한 감각의 전환은 건물 안에 고요히 담긴 평온함을 더욱 또렷하게 느끼게 해준다.



헤닝 라슨(Henning Larsen) 건축사무소
헤닝 라슨은 1959년 덴마크 건축가 헤닝 라슨이 설립한 건축사무소다. 설립자가 남긴 창의성과 배움의 정신을 오늘날까지 이어가고 있으며, 건축 환경과 생태계, 그리고 사회 전반을 하나로 엮는 복잡한 관계를 깊이 탐구하며 디자인의 방향을 모색해왔다. 건축과 조경, 도시설계, 인테리어를 아우르며 활동하는 헤닝 라슨은 디테일 하나하나에 날카로운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전체를 바라보는 큰 시야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헤닝 라슨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다. 헤닝 라슨은 디자인을 통해 함께 만들고, 새롭게 혁신하며, 모두가 바라는 미래를 가꿔 나가고 있다. 현재 500명이 넘는 구성원이 8개국의 스튜디오에서 활동하며, 헤닝 라슨의 디자인 커뮤니티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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