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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들려주는 병원경영 이야기] 병원에서도 프라이버시 보호가 필요하다 • 일본의 성누가국제병원ARTICLE 2025. 5. 7. 12:22
일본에서 최고의 민간병원을 꼽는다고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병원이 성누가국제병원(세이로카국제병원)이다. 1902년 일본 최초의 서구식 병원으로 설립됐고 간호학교가 설립되어 열 명의 학생을 받았다. 일본 최고라는 명성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2013년 10월의 환자 만족도 조사 결과 입원 환자의 97퍼센트가 만족하고 외래환자는 91퍼센트가 만족한다는 대답이 나올 정도로 환자를 우선하는 병원이다. 고급화 병원 전략으로 고가정책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대단한 일임에 틀림없다.
성누가국제병원 (출처: 성누가병원 홈페이지) 프라이버시와 편의성을 겸비한 고급서비스
성누가병원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프라이버시’다. 프라이버시를 만족시키기 위해 520개의 병상 중중 환자실과 소아병동 등 일부 병실을 제외하고는 모두 1인실로 운영되고 있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병실 문 앞에 이름표도 표시해놓지 않고 있다.
성누가병원의 1인병실 (출처: 성누가병원 홈페이지) 성누가병원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환경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의 편의성을 위해 많은 의료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현재 약 320명의 의사와 700명의 간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병상 1개당 의사가 0.65명이고 간호사는 병상당 1.35명이다. 일본 전체 평균의 2~4배 높은 수준이다. 환자들은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만큼 부담해야 할 의료 비용도 비싼 편에 속한다.
성누가병원은 많은 수의 의료진과 1인 병실을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고품질의 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건강검진에도 예외가 될 수 없는 대기시간을 최소화 시킨 건강검진 시스템을 구축했다. 건강검진을 당일, 2일, 3일 또는 일주일에 걸친 프로그램으로 세분화시켜 운영중이다. 성누가병원의 건강검진 비용 또한 2일 프로그램 기준 19만 9,500엔(약 210만원), 일주일 프로그램 기준 67만 6,200엔(약 715만원)으로 상당히 고가다.
아픈 아이 클리닉과 건강한 아이 클리닉의 구분. (출처: 김우성) 신생아나 영유아기에는 별다른 질병이 없더라도 예방접종과 각종 검사 또는 검진 등으로 병원에 자주 방문하게 된다. 그런데 그때마다 부모들은 건강한 아이를 데리고 환자들이 많은 병원에 가야 한다는 것이 큰 부담이다. 만약 아이의 예방접종을 하려고 왔는데 옆에서 대기중인 아이가 계속 기침을 하며 힘들어 하고 있다면 어떨까? 혹시라도 내 아이가 병원 내 감염이 생기진 않을까 걱정이 될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공간의 분리로 원천적으로 차단시킨 것이 성누가병원의 웰베이비클리닉Well Baby Clinic이다.
건강한 아이와 아픈 아이를 다른 프로세스로 진료하는 경우는 기존에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공간 자체를 분리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공간의 분리에서 얻어지는 이점은 병원 내 감염의 예방에서 그치지 않는다. 부모로서는 내 아이가 안전한 공간에 있다면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이런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은 병원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Doctor’s view
우리나라 병원에서도 건강한 아이클리닉과 같은 훌륭한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예방접종이나 아토피로 내원한 아이들은 별도의 공간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공간 하나 구분한 것이 뭐가 대단한 것이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건강한 아이와 아픈 아이를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구분 지었다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은 저수가 체계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성누가병원을 보면 이곳처럼 모든 병실이 1인실인 고급병원이 우리나라에도 가능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현재 의료법상 2011년 이후에 설립된 의료기관은 상급 병실료를 받지 못하는 기준 병실을 70퍼센트 이상(2011년 이전, 50퍼센트 이상) 갖추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현재까지 1인실로만 구성된 병원이 전혀 없다.
다만 전체 병실의 30퍼센트에서는 상급 병실료를 받을 수 있어서 전 병상을 1인실로 갖추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2017년 개원 예정인 이대마곡병원은 전 병상을 1인실로 구성할 예정이다. 이 병원은 환자를 위해 보험이 적용되는 1인실을 개설한다는 것이다. 돈은 두배 세배를 더 받으면서도 5인실 같은 3인실과 4인실이 대부분인 현재의 병원 현실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길기대해본다.
글. 김우성 | GF 소아청소년과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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