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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Focus] 헬스케어 대전환 시대, 우리의 미래를 세계에 묻다 - 2 (3)volume.47 2024. 6. 3. 09:11
3.
건축가가 만드는 미래 병원
The Future Hospital by Architects
_ 박혁수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바이오헬스본부 본부장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의 바이오 헬스 설계본부는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 시설 외에도 제약 바이오를 연구하는 연구 시설, 그리고 생산하는 GMP 시설, 임상, 전임상 등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의 전 생애 주기를 설계하고 있는 전문팀이다. 개인적으로 건축학을 전공했고, 병원 건축에 대해서 조금 더 공부했다. 97년부터 건축 실무를 시작해서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대학교병원 등 크고 작은 20여 개의 병원을 설계했다. 개인적으로 진행한 병상수를 합쳐보니 한 1만 병상 정도가 조금 넘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그리고 의료진들과 환자들의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건축가로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지금도 많은 건축가는 의료진과 함께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고, 지금도 새로운 도전들이 계속되고 있다.
20C 이후 병원 건축의 변화
현재 의료계에 많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대형 병원이 들어선 20세기 이후에 10년, 20년 정도의 패러다임을 나누어서 정리해 보았다.
처음 1970년대에 대형 병원이 생겼을 때, 건축가들은 가장 기능적인 형태가 어떤 형태인지, 그리고 컴팩트한 디자인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의료진의 동선은 어떻게 하면 짧게 만들지, 여부에 주요 관심사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까 좁은 땅에서 병원은 점점 고층화되었고, 지금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이중 복도의 병동 형태들이 이 시기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78년도에 개원한 서울대병원은 가장 대표적인 컴팩트한 병원이었다. 병동부 같은 경우에는 가운데에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코어를 중심으로 해서 4개의 병동이 방사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라운드 레벨인 1층과 2층에는 환자의 접근성을 좋게 하기 위해 외래 진료부가 있다. 특히 지하 2층 그리고 지상 3층, 4층에는 중앙진료부가 놓여 있는 가장 컴팩트한 병원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가 있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현대, 삼성의 대기업들이 병원 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이후 대형병원의 출연은 점점 더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또 우리나라는 소득 수준의 증가와 전 국민 의료보험에 따라서 의료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그리고 모든 병원은 개원함과 동시에 폭발적인 의료 수요를 수용하기 위해 계속해서 증축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90년대 병원 건축의 화두는 성장과 변화에 대한 대응이었다. 그 시기에 나타난 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 병원의 중심에는 성장 축인 동선의 축으로서의 하스피탈 스트리트가 이때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교통과 정보의 발달로, 병원의 환자 유치 경쟁은 점점 더 심화되었다. 그래서 ‘병상세 증가보다는 환자 중심적인 병원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서비스 마인드가 들어간 병원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서비스 경쟁을 우위에 점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들에 빠지게 되었다. 이와 함께 암센터나 정형외과, 루마티즘센터 등 센터화, 특성화된 병원들이 다수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건축가들은 ‘본원 옆에 지어진 특성화 그리고 센터화된 병원들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운영 면에서는 어떻게 하면 경제적으로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최근 10년 동안에는 ‘치유 환경이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인 근거들이 많이 증명되면서,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는 치유 환경의 구현, 사람과 자연, 문화가 융복합된 병원의 형태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다.
이렇게 70년대부터 지금까지 약 10년, 20년 간격으로 패러다임을 나름대로 건축가의 입장에서 분석해 보았다. 물론 70년대에 있었던 컴팩트한 형태 그리고 90년대의 성장과 변화에 대한 대응, 그리고 2000년에 들어서 나타난 환자 중심적인 화두들은 그때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화두가 던져질 때마다 기존에 있었던 개념들이 덧붙여져서 건축가들은 끊임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의미에서 건축은 시대를 반영하고 그 시대의 문화와 가치를 담는 그릇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최근 의료 키워드의 변화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 주로 나타나는 키워드를 정리해 보았다. 기술의 발전과 팬데믹 이후의 가속화되고 있는 언택트 진료, 그리고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안티에이징, I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원무 시스템, 개인 유전정보에 따른 PHR 기술을 활용한 맞춤의학과 예방의학, 더 나아가 로봇과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의료 기술 등 최근 의료 산업의 주요 키워드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서 병원 건축 역시 미래를 향해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Architectural Design: Unleashing Liminalityfor the Future of Hospitals
건축 디자인으로 오늘날의 변화를 넘어서 미래 병원을 준비
리미널리티(Liminality)는 다음으로 나아가기 전에 변화 중인 중요한 시점으로서의 새로운 상태의 전환을 의미한다. 건축 디자인 역시 어제의 변화를 넘어서 새로운 미래의 병원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고, 이런 건축가의 노력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의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이 지금보다 더 나은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인핸스(Enhance, 높이다), 그리고 변화하는 기술과 니즈에 대비하기 위한 레질리언스(Resilience, 회복력), 마지막으로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가치가 분명히 있다. 그런 의미에서 타임리스(Timeless, 변치 않은), 이렇게 세 가지 단어가 미래의 병원 건축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건축가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고 결과물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첫 번째 키워드 Enhance다.
건축가는 지금보다 나은 공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기능과 효율이 우선시되었던 현재에서, 미래는 사람과 자연 그리고 기술과 문화가 복합되어 현대적이고 더 나은 환경으로 전환하는 건축 디자인으로 점점 심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병원 건축에서 대두되고 있는 치유 환경에 대해서 말하자면, 송도 세브란스 병원에 적용된 4인 병실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병실은 기존의 다인 병실과 다른 점이 있다. 창가에 있는 2명의 환자만이 예전에는 채광과 조망이 가능했지만, 안쪽에 있는 환자까지 4명의 환자 모두 채광과 조망이 가능한 형태로 디자인됐다. 물론 창의 크기는 조금씩 다르다. 자연 채광은 이렇게 사람을 기분 좋게만 하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서서 질병의 회복이라는 긍정적인 확실한 결과가 있다. 이렇듯 채광과 조망 그리고 치유 환경의 병실 디자인은, 환자에게 개방감과 심리적 안정감, 그리고 질병 치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그 외에도 에너지 절약적인 측면에서 병원 내부까지 채광이 깊이 들어오면서 조명 부하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또한 실내 조경 플랜테리어 역시 병원에 적용되고 있다. 실내 조경은 업무 공간이나 상업시설에 이미 많이 확산이 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by SAMOO)과 네이버 제2사옥 1784(by SAMOO), 카카오 데이터센터(by SAMOO)로, 이미 여러 건축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과거의 병원들은 로비나 병원 내에 간단한 화초를 놓거나 그림 정도를 걸었었다. 그런데 이제는 많은 병원이 좀 더 적극적으로 병원 내에 미술관을 만들기도 하고,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연주회를 열기도 하고, 대형 디스플레이를 이용해서 문화를 전시하고 있다. 특히 자연과 융합된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치유 환경을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기차표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지도 않고, 종료된 티켓을 가지고 대합실에서 기다리지도 않는다. 핸드폰에서 예약된 앱을 통해서 저장된 전자 티켓을 가지고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혹은 쇼핑하다가 기차 시간이 되면 가서 타면 된다. 이렇듯 IT 기술의 발달은 병원 역시도 적용되고 있고, 스마트 업무 결제 시스템이 보편화되고 있다. 대기 공간 역시 이제는 더 이상 진료실 앞이 아니어도 된다. 좀 더 환경이 좋은 커피숍이나 아트리움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진료를 받으면 되는 것이다. 진료가 끝나고 나면 이미 등록되어 있는 카드로 돈이 빠져나가는 결제 시스템도 이루어지고, 더 나아가서 다음 예약까지 이루어진다. 이렇게 IT 기술의 발달은 대기 공간의 건축적인 변화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한양대학교병원 외래센터의 아트리움은 병원 내 동선의 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층으로 나열된 선형의 긴 대기 공간은 감염 관리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할 것이다. 병원의 주인공은 환자이지만, 여기서 근무하는 의료진의 환경도 매우 중요하다. 작더라도 독립된 별도의 공간을 요구하는 의료진의 목소리가 설계를 진행할 때마다 들려온다. 업무에 지친 의료진의 재충전, 그리고 쾌적한 업무 환경은 의료진의 업무 효율 향상과 연구 결과 그리고 환자의 서비스로 분명히 돌아가게 된다.
과거에는 사람 그리고 기송관, 오토트랙이 물류를 담당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빠르게 로봇으로 대치되고 있고, 이미 식당에서 로봇으로 운반하는 모습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네이버 사옥은 조금 더 로봇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음 달에 오픈하는 스마트 오피스 팩토리얼 성수에는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한 자동 주차 로봇이 실제적으로 도입된다. 10년 전에만 해도 설계할 당시, 창고를 크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요청한 창고도 실제로 사용하다 보면 많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제는 스마트 원무 물류 시스템으로 인타임이 아니라 원타임의 물류 시스템을 관리하면서, 더 이상은 병원 땅에 창고를 크게 짓지 않아도 될 것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Resilience다.
이 뜻은 미래 기술의 발전과 사용자 니즈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간을 준비하는 이야기다. 미래의 확장과 변화를 위한 디자인을 위해서는 기존 디자인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과학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디자인하는 이야기, 즉 에비던스 베이스드 디자인(Evidence Based Design)이라 할 수 있다. 에비던스 베이스드 디자인은 비슷한 속성의 공간들을 상호 규격화함으로써 융통성을 확보하고, 초기 투자 비용도 많이 줄일 수 있다. 또한 반복된 진찰실, 병실, 수술실에서는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수 있는 휴먼 에러를 줄일 수 있다. 표준화, 모듈화는 정확한 실의 기능적 이해와 사용자의 경험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 수술실의 경우 집도의 위치, 그리고 마취과 선생님의 동선, 간호사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수술실 안에 어떤 장비가 어떻게 배치되는지 등 철저한 분석을 통해서 표준화되어야 한다.
요즘은 의료 정책 그리고 질병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그만큼 병원은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키워드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외래 진료부 역시 진료과가 많이 변화하고 있고, 면적도 왔다 갔다 한다. 그래서 유연성을 가져야 되는 부서 중에 하나다. 우리는 주 동선 축의 대기실과 진료실을 규격화함으로써 자유도가 높은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다. 건물은 변화가 가능한 가변 영역과 변화가 불가능한 고정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고정 영역은 사람의 뼈대와 혈관 같은 것이다. 건축물에 있어서 기둥, 바닥, 계단, 엘리베이터 그리고 기계, 전기들이 아래위로 움직이는 수직 샤프트들이 고정 요소이다. 변화에 쉽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고정 요소들을 그루핑해서 한 곳에 일렬로 정렬하는 계획이 필요하다. 이에 우리는 계단, 엘리베이터 그리고 화장실까지 그루핑해서 복도 옆에 일정한 간격으로 나열하고, 진료실과 기능실을 모듈화해서 반복적으로 구성함으로써 융통성이 확보된 공간들을 디자인했다. 이를 우리 건축가는 ‘체계 중심적인 병원 건축’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설계를 진행하고 있는 아주대병원의 신관 증축 도면의 경우, 마찬가지로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그루핑했고, 가벼운 공간을 크게 해서 융통성의 확보가 충분한 도면을 실제로 계획했다.
80년~90년대는 병원들이 다수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금은 30년~40년이 흐르다 보니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모든 병원은 증축 과정을 거치면서 리모델링을 했거나 또 계획 중에 있다. 이런 리모델링은 기존 시설을 운영하면서 공사가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설계도, 공사도 굉장히 신축보다 난이도가 높다. 그런 측면에서 리모델링 계획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건축적인 고려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기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법규는 바뀐 것이 없는지, 그리고 어디를 철거하고 철거할 때 소음이나 진동은 어떻게 대응할지, 임시 이전하거나 구조를 보강할 것은 없는지 등 이런 단계별 공사를 초기 기획 단계부터 계획해야 한다.
우리 삼우설계는 삼성서울병원 리모델링에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면서 지금 6년째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리모델링할 때 이런 건축적인 사항이 고려되지 않는다. 건축가인 나로서는 이런 공사 단계에 건축가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싶다.
또 충남대병원 3층에 실제로 수술실과 ICU를 리모델링했던 사례의 경우, 좀 복잡하다고 할 수 있다. 맨 처음 전체적으로 증축하기 위해서 수술실 일부를 증축했다. 그리고 중앙 수술실을 손대기 전에 기존에 있는 중앙 공급부를 옆으로 옮겨서 수술실과 함께 중앙 공급부를 운영했다. 그리고 가장 큰 면적인 곳에 중앙 수술실을 옮기고 싶은데 그 자리에 ICU가 있다. 그래서 이 ICU를 옆으로 먼저 치워놨다. 임시 이전한 것이다. 그리고 나서 중앙 수술실을 공사하고, 중앙 수술실과 1일 수술실, 중앙 공급부까지 한 번에 오픈했다. 이후 여기 남은 공간에 좀 전에 채워놨던 ICU를 이전함으로써 모든 공사가 완성됐다. 이렇게 단계별로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게 되고, 당연히 소음과 진동이 따르게 된다. 이에 중간에 소음이 전달되지 않도록 버퍼 공간을 마련하고, 작업 인부들과 작업 도구들이 들어갈 작업 통로들도 함께 계획되어야만 한다.
다음은 우리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계획하고 있는 리모델링의 특화 기술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는 리모델링에 특화된 외피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 신사옥에서 적용된 기술을 활용해서 리모델링 건물에서 공간 성능을 향상시키면서 공사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유니트 안에 블라인드가 들어가기도 하고, 또 한 곳에는 그 실에 공기 정화 설비가 들어갔다. 특히 냉난방을 조절하고 공기 청정도를 공급하는 카트리지 안에 공조 설비가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유니트에는 블라인드 그리고 공조기를 컨트롤할 수 있는 ICT 기술이 융합된 컨트롤러가 들어갔다. 이렇게 외피에 다양한 유니트를 교체하면서 카피리지를 교환함으로써 공사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이러한 외피 시스템을 우리가 개발해서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리모델링이나 증축에 있어서는 유휴 공간이 많이 부족해서 임시 이전 공간이 필요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우리 삼우가 개발한 모듈화 시스템은 공사 중 필요한 공간에 공간을 임대함으로써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특히 BIM은 여러 설계 사무소에서 이미 확산되고 있는데, 빌딩 인포메이션 모델링(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의 약자이다. 도면에 표현된 각각의 선들이 그리고 면들이 공사를 하듯이 2D가 아닌 3D로 공사함으로써 조금 더 정확도를 높이는 최신 설계 기법이다. 우리는 BIM으로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헬스케어 디자인에 필요한 라이브러리를 이미 구축하고 있다. 각 실의 요구 조건이 담겨 있는 룸 데이터 시트(Room Data Sheet)를 이미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BIM 기술은 3D 공간으로 제공해서 사용자와의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 의료진들은 도면을 가지고 공간을 이해하는 데는 확실히 조금 난이도가 있다. 실제로 순천향대병원에서 이렇게 설계 단계에서부터 3차원 모델링을 활용한 3D 가상 목업(Virtual Mock Up)을 통해서 아주 효율적으로 유저 인터뷰를 했던 경험이 있다.
마지막 키워드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인 Timeless다.
모든 것이 변하는 현대 사회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듯이, 병원 건축에서 있어서도 ‘사람을 위한 공간을 디자인한다’라는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 이번 챕터에서는 인간을 위한, 공간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우리 건축가가 의료진과 환자의 모습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동선 분석 프로그램은 의료 계획의 핵심인 동선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이다. 송도 세브란스병원의 새로운 병동 유형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만들었다. 기존에 쓰고 있던 장방형 대비 간호사의 동선을 38.4% 줄였고, 이는 업무의 피로도를 경감시키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살펴보면, 간호사의 행위들을 알고리즘화해서 이 프로그램에 입력한다. 그리고 우리가 디자인한 도면들을 이 프로그램에 이용해서 분석하면, 어떤 도면이 가장 동선이 짧은지 바로 인풋(input), 아웃풋(output) 데이터가 나오게 된다. 이러한 에비던스 베이스드 디자인(Evidence Based Design) 설계의 툴(Tool)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디자인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의료진과 환자의 니즈는 점점 복잡해지고 커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아주 힘들다(웃음). 병원을 찾는 고객들은 조금 더 럭셔리하고 편안한 공간들을 요구하고 있고, 의료진들은 좀 더 기능적인 평면들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병원은 점점 커져가는데, 길 찾기는 더 쉬워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복도, 대기실 등 모든 실은 채광과 조망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이와 함께 의료진 전용 복도를 만들어 달라고 하고, 화장실도 따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그만큼 이렇게 까다로운 요구 사항들은 새로운 평면과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건축가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건축 분야 역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 에너지 절감을 넘어서 제로 카본(Zero Carbon)으로 가고 있다.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 중에 건축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가 30~40%로 가장 크다고 한다. 건축물을 지을 때 친환경 요소를 도입하는 부분이 얼마나 강조되고 있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또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그리고 사회적인 안전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건축물도 한 번의 사고는 용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공사 중에 안전은 공사 중일 뿐만 아니라 설계 당시부터 고려되어야 한다.
삼우는 최근 가속화된 안전 패러다임 변화에 부합하는 예방형 안전관리를 위해, 설계자, 시공자, 이용자 및 관리자를 아우르는 포괄적 안전설계인 DfS(Design for Safety) 관리 프로세스를 정립했으며, 설계분야 및 시공분야를 망라한 DfS Data base를 구축했다. 그만큼 이러한 건축설계분야 전문 지식과 정보 공유를 통해 ESG 경영 선도기업으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국내 건설산업 분야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가치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만큼 이 3가지가 미래의 병원 건축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라 할 수 있다.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를 짧게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는 76년도에 설립해서 올해로 48살이 됐으며,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우수한 건축물로 디자인의 역량을 입증받고 있다고 자부한다. 또한 조직 내에 의료시설과 바이오 시설을 전문으로 다루는 50명의 전문가 집단이 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계명대병원 등 국내에서 약 2만 2천 병상 정도의 병상수를 설계했다. 간단히 대표작을 소개하면, 앞서 사례로 나왔던 아주대병원 신관, 그리고 공사가 진행 중인 송도 세브란스병원, 한양대학교병원 외래센터, 올해 개원을 앞두고 있는 천안에 있는 순천향대 새병원 등이 있다. 아울러 94년도에 개원해서 지금까지 6년 동안 설계를 진행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의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는 도시와 자연, 첨단기술과 사람을 이어주는 The Next Healthcare Design에 대하여 생각하며 지금껏 최신의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글, 취재. 박하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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