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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Focus] 헬스케어 대전환 시대, 우리의 미래를 세계에 묻다 - 2 (2)volume.47 2024. 6. 3. 09:10
2.
웰니스 시대의 공간 디자인
Space Design in the Wellness Era
_ 정지연 브리크(brique) 대표
『개인적으로 신문 기자를 한 20년 이상 했고, 현재 브리크(brique)라는 공간 디자인 매체를 운영한 지 7년 정도 된다. 제목은 ‘웰니스 시대의 공간 디자인’으로 굉장히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지금 공간을 소비하는 우리, 즉 환자나 독자, 공간의 사용자일 수도 있는 사람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으며, 그들은 지금 어떤 공간을 소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우리 매체에는 현재 많은 병의원에서 기사 관련 제보를 주셨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기준을 세우지 못해 의원이나 병원 쪽 디자인을 오픈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공간을 ‘의학적이고 환자 중심의 콘텐츠로 볼 것인가?’, 아니면 ‘병원 인테리어 라운지나 성형외과 등 많은 분이 좋아하는 공간 디자인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이슈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세미나를 통해 설명해 드리고자 하는 부분은, 공간 디자인의 흐름으로 ‘이제는 병원에 가서 치료하기보다는 공간에 가서 힐링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지는 추세’인 정도로만 이해해 주길 바란다.
브리크brique 영향력
간단히 우리 매체 소개를 하자면, 창의적인 공간과 혁신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미디어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주거 공간으로 시작했고, 골목에 있는 생활 공간을 다루고 있다 보니 카페라든지 상업 공간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특히 도시인들이 정말 도시를 떠나고 싶어 하면서 갖게 되는 필요한 공간, 즉 스테이나 지역에 있는 문화시설, 로컬에 있는 공간들도 많이 아카이빙 되어 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공간 디자이너와 공간 사용자가 중심이 된 콘텐츠이기 때문에, 건축 전공자들이 봤을 때 좀 오버롤한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반대로 공간 사용자들의 눈이 높아져야 좋은 공간이 나올 것으로 생각해서, 공간 사용자와 공간 크리에이터, 디자이너들을 아카이빙하면서 이 매체를 만들어 왔다. 이러한 미디어를 가지고 운영해 오면서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온라인에 소개한 공간 사례가 1,100개 정도이고, 400명의 공간 디자이너가 아카이빙 되어 있다는 부분이다. 이 얘기는 결국, 공간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스스로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오늘 발표를 맡게 된 부분이자, 최근 발간한 책 주제가 ‘웰니스 디자인’이다. 그만큼 웰니스 라이프 스타일로 책을 만드는 데 굉장히 오래 시간이 걸렸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은 ‘웰니스’라는 용어를 무슨 만병통치약처럼 쓰고 있다. 그래서 도대체 어떠한 것이 ‘웰니스’인지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웰니스 라이프 스타일의 공간들을 찾다 보니 해외 명상 리조트나 리트릿(retreat, 은신처와 같은 곳에서 맞춤형의 체험 리조트)까지 취재하게 됐다. 이로 인해 공간에서 어떤 위로나 위안 또는 편안함을 누리고자 하는 수요가 많다는 사실이 편집을 통해서 드러나게 됐다.
KEY WORD 1 : 도시 골목에서 시도하는 내 공간 만들기
요즘은 과밀화된 도시로 인해 살(live) 집이 없고, 살(buy)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에 전체적으로 평면이나 공간들이 되게 획일화되어 있어서 이것을 좀 바꿔보고자 하는 니즈가 굉장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 1인 가구 상당수는 굉장히 좁은 4.2평 쪽방에 살고 있다. 그만큼 공간에서 겪고 있는 스트레스가 주거 불안이나 사회불안을 증폭시켜 심리적인 부분과 육체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우리는 1년 동안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의 공간 찾기’ 콘텐츠를 만들게 됐다. 예를 들면 ‘바닥 면적 10평에서 만들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그것이다. 그중 재미있는 사례는, 바닥 면적이 9평인 공간의 꼭대기에 건식 욕조를 둔 경우다. 건식 욕조에 누워 바깥 자연을 내다보면서 힐링하고 싶은 게 대부분의 사람이 갖고 싶어 하는 로망 중 하나였다. 그래서 이런 협소 주택을 짓는 욕구도 어떻게 보면, 프라이빗하면서 자기 스스로 햇볕을 쬘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이다. 더욱이 공동주택, 공동체 주택, 상가 주택 등 주거와 수익성을 연결하는 그런 공간들이 지금 도시 골목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KEY WORD 2 :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질 높은 상업 공간
1인가구 비율이 2022년 기준 750만 2천 가구로 전체의 34.5%에 해당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3월부로 1인 가구 세대 수가 1천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런데 그 1인 가구들이 꼭 MZ 세대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40대, 50대, 60대의 1인 가구도 매우 많기 때문이다. 특히 1인 가구들은 결코 평면에 있는 공간에서만 살지 않는다. 나이 드신 분들도 원룸이라든지 아니면 다가구 주택에 사는 형태가 많다 보니, 원룸이나 다가구 또는 코리빙, 그다음 코워킹으로도 확대되어, 골목에 있는 상권들이 역시 발전하고 변화되고 있다. 특히 골목에는 집만 있는 게 아니다. 1인 가구가 갈 수 있는 1인 가구용 세탁실, 욕실, 주방, 공유 주방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의료시설도 충분히 생겨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만큼 공간을 소비하는 문화들이 굉장히 달라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변화하는 건축의 흐름들이 우리 소비자들에게 굉장히 많이 노출되고, 경험되는 상황이다.
요즘은 혼자 사는 이들이 자신의 욕구를 채워주는 공간에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스테이의 경우, 하룻밤에 60~80만 원 정도가 든다. 그런데 집에서는 4.2평 쪽방에 살지만, 이런 스테이에 하룻밤을 묶기 위해 한 달 월세에 버금가는 60만 원을 기꺼이 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 때문이기도 했지만, 공간 소비에 대한 사람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도시에서 이루지 못하는 공간에 대한 수요를 즐기거나 또는 만족감을 채워주기 위한 흐름들이 지난 3년간 굉장히 빠르게 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개별 욕조라든지, 정원이나 중정 등 단독주택에서 누릴 수 있는 경험들을 1인 원룸에 사는 사람들도 느껴보기 위해서 도시 골목으로의 발전을 야기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주거 문화뿐만 아니라 근무 문화도 많이 달라져 워케이션이나, 코워킹 등 많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질 높은 상업 공간의 경험 역시 많이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KEY WORD 3 : 도시와 지역을 잇는 건강한 삶의 공간
요즘 ‘오도이촌’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 말은 ‘5일은 도시에서 살고, 2일은 시골에서 산다’는 뜻으로 농막을 짓거나, 세컨하우스를 개발하거나, 공유로 세컨하우스를 누리는 형태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야기한다. 결국은 도시에서의 삶에 대한 압박감을 잠시나마 벗어나기 위한 현명한 방법으로 ‘오도이촌’을 선택한 것으로 보여진다.
공주 제민천에 있는 공간의 경우, 중견 건축가가 공간을 디자인하고, 서울대 건축학과 출신의 동창생들이 이곳을 운영한다. 이 친구들이 직접 내려가서 이 지역의 10개 공간을 모두 다 바꿔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팀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정말 유명한 건축사 사무소에 있던 친구들인데, 공주로 내려가서 이런 프로젝트를 한 것은, 아마도 도시살이에 대한 압박감이나 정서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하는 열망 때문일 것이다. 이에 저렴한 주거비와 생활비로 만족스러운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현재 빈집을 재생하는 경우가 상당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역에 내려가 있는 청년들이나, 지역살이를 꿈꾸는 은퇴자들로 인해 굉장히 퀄리티 높은 지역 공간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거기에 오랫동안 머물지 못하는 것은, 결국 부족한 의료기관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오도이촌’으로 왔다갔다 하는 경우가 일어나고, 지역의 세컨하우스 개발이나 듀얼 라이프처럼, 지역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거점을 마련해 중장기적, 장기적, 반복적으로 순환 거주하는 두 지역 살기 프로그램이 발전하고 있다. 또 정책 역시 바뀌어서 1가구 2주택에 대한 세금을 완화해 준다거나 아예 제외시키는 경우도 일어나고 있다. 그만큼 도시와 지역을 잇고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듀얼 라이프를 지원하는 공간, 로컬 커뮤니티 공간, 로컬의 전통 상권 등 다양한 공간들이 확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설명하고자 한다.
최근 <웰니스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쓴 책의 한희경 저자 및 건축가와 함께 공동 취재로 중국에 있는 ‘상하 리트릿’를 가보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웰니스 공간이라고 하면, 건강검진센터에서부터 지속가능하며 건강한 삶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갖춰진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홀리스틱(holistic)’은 웰니스에 명상을 결합한 리트릿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상하 리트릿’은 의사도 상주해 있고, 명상할 수 있고, 스파나 커뮤니티, 더 나아가 혼자가 아닌 가족 모두가 함께 지낼 수 있는 주거 공간도 마련되었다. 이는 비단 ‘상하 리트릿’만을 이야기하지 않으며, 현재 ‘웰니스 리트릿(wellness retreat)’이라는 개념으로, 해외에서는 의료와 호텔, 리조트의 중간쯤 되는 형태의 공간으로 확산되고 있다.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다양한 사례들이 생길 것으로 생각하고, 현재 여러 건축가나 디벨로퍼들이 준비하고 있다.
우리 매체에서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주제로 취재한 것 중 하나가 공유 정원을 만드는 것이었다. 특히 도시의 빈 아파트나 허름한 빌딩 옥상에서 공유정원으로 바꾸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그런 디벨로퍼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또한 명상하시는 분, 지역에 내려가서 먹거리를 완전히 바꾸신 분, 요가하시는 분, 제주에서 비밀 정원과 같은 농장에서 먹거리를 만드는 분 등 이제는 단순한 서비스 차원의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직접 와서 명상 및 여러 리트릿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아직 정의되지 않았지만, 웰니스라는 단어를 가지고 아주 많은 공간과 서비스들이 생기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지역에 가서 어떤 공간들이 있는지 알아보며, 지역에 있는 프로그램들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도 같이 진행했다. 이를 통해 많은 건축가의 사례와 사용자들을 만났는데, 현재 사용자들이 공간에서 느끼고 싶어 하는 부분을 나름 정리해 봤다. 특히 우리는 직접적인 전문가가 아니기에, 사용자 중심으로 그들이 원하고, 많은 건축가가 우리 매체에 제보했던 1,100개의 사례에서 나름 키워드를 뽑아봤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키워드는 ‘호스트 타겟팅’이었다. 이는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그 공간이 손님을 반겨주는 것으로, 어떻게 환대를 하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그곳이 카페일 수도 있고, 병원일 수도 있고, 집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병원에 들어갔을 때 ‘이 병원이 나를 정말로 치료해 주고 환대를 해주는 것인가’를 느낄 수 있는 부분으로, 비단 병원뿐만이 아니라 카페, 스테이 등 상업 공간이나 주거 공간까지 포함하는 핵심 키워드다. 그만큼 처음 만나는 공간에서 주는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하고, 이제는 업종 자체가 공간 업종에서 환대의 업종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기능적인 측면이 우선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받는 감성이나 위로, 따스함, 위안 등의 첫 환대가 도입부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환자들이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병원의 이미지가 수용소처럼 느껴지는 곳도 있다. 병원 공간에서 느껴지는 공간의 질 차이, 혹은 불안감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병원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안전이며, 그다음은 서비스의 질이다. 서비스의 질은 대기 공간이 될 수도 있고, 개인 병상이 될 수도 있고, 환자의 가족이나 방문자들이 느끼는 부분일 수 있다. 그래서 그곳에서 받는 공간의 이미지가 매우 중요하다. 또 병원에서 강조되고 있는 부분은, 유니버셜 디자인이다. 유니버셜 디자인은 결국, 장애, 연령, 성별 등을 뛰어넘어 모든 사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으로 병원 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병원 환경에서 느껴지는 환대의 분위기를 유니버설디자인을 통해서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병원도 일종의 커뮤니티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지역성을 반영하고 그 지역의 주민들을 생각하고 노력하는 부분들이 병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3) 건축가가 만드는 미래 병원_ 박혁수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바이오헬스본부 본부장
(1) 안전한병원 vs 지속가능한 치유 환경_ 이현진 건양대학교 의료공간디자인학과 교수
글, 취재. 박하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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