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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Column] 의료환경에서 색의 사용volume.37 2023. 8. 1. 22:53
의료환경에서 색의 사용은 단지 디자이너의 취향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다.
현장에서 내가 자주 사용하는 색상은 녹색, 오렌지색, 노란색, 파란색으로, 이 중 가장 기본이 되는 녹색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하며, 신체 리듬의 균형과 조화에 도움을 주므로 병원 곳곳에 두루두루 사용한다. 기분을 좋게 만들고 신체 대사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는 오렌지색은 기다림이 지루한 대기 공간이나 솔직한 대화가 필요한 진료실에 활용하고, 산부인과와 소아과에는 자유로움과 행복한 기분이 들게 하는 노란색을 사용해 희망의 기운을 북돋우는 한편 긴장을 가라앉히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는 파란색은 수술실 디자인에 자주 사용한다.
색채(Color)란 빛이 눈에 들어와 시신경을 자극해 뇌의 시각중추에 전달함으로써 생기는 감각현상으로,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색은 신체 기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심장의 맥박을 빨리 뛰게 하거나 느리게 할 수 있으며, 혈압을 높이거나 낮출 수도 있다. 의료환경에서 색채는 다양한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스트레스와 마음의 안정을 되찾도록 도울 수 있으며, 의료진에게도 긍정적인 근무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기호나 글자보다 색채가 직관적 전달력이 높기 때문에 공간의 동선과 진료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에도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응급실이 빨간색인 것도 수많은 색상 중에 빨간색이 순간적으로 긴장감을 높여 집중력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색채는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하고, 공간은 저마다 어울리는 색을 갖는다. 밝은 색채는 보이는 그대로 밝고 경쾌한 공간을 만들고, 중간 색조는 신뢰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브라운 계열의 색채는 정교한 이미지를 준다. 핑크와 코럴은 부드러운 에너지의 색채로, 공간에 따스한 온기를 준다. 연두와 민트는 친화력과 안정감을 주므로 직원들의 휴게공간에 어울린다. 사무실과 회의실 등 에너지가 필요한 공간에는 집중력을 높이는 푸른 계열의 색이 좋으며, 식당은 소화를 촉진하는 노랑과 식욕을 돋워주는 주황이 제격이다.
한때 흰색과 빨간색 위주의 고정된 병원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파스텔 계열의 색채를 사용하는 병원 디자인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부드럽고 은은한 파스텔 색채는 자극을 최소화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의료 공간의 색채는 정서적 육체적 치유의 에너지를 기대하는 만큼, 유행이 아닌 과학을 근거로 까다롭게 고려되어야 한다. 진료과목이나 환자의 심리에 대한 이해가 무시된 색채의 선택은 오히려 치료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글. 노태린 노태린앤어소시에이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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