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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숙 간호부장의 노인병원 애상] 아~ 옛날이여~~~~volume.37 2023. 7. 31. 23:57
집중도 안 되고 무력해져서 우연히 유튜브를 보는데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프레슬리의 리즈시절 멋지게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멋있다는 생각보다는 가슴 한쪽이 아려왔습니다.
남들은 모두 노래를 들으면서 환호하고 열광을 하였지만, 엘비스프레슬리는 살아있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도 하여 예쁜 아이도 낳았음에도 진통제, 수면제, 안정제에 절어 간 및 장과 관련한 각종 질환을 앓다 42세의 아주 젊은 나이에 부정맥으로 사망하였고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죽은 후에 사람들은 5만명 이상의 조문객들이 밀어닥쳤으며 그의 음반은 2000만 장이 팔려 나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고 행복하지 않았으면 각종 약물에 의존하여 건강을 해칠 정도로 힘들게 살았을까요? 돈발로(?) 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 세상에서 정말 행복해서 미칠 지경인 사람은 얼마나 될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나의 지나간 젊은 시절이 생각납니다.
매일 옷을 갈아 입어 별명이 칠면조 공작부인이라 할 정도로 옷 사는 것을 좋아했고 공부도 시험에 닥쳐서는 죽어라 하고 평소에는 신나게 놀아 서울 시내 나이트클럽은 안 돌아다닌 데가 없었고 나의 주 무대였던 명동, 무교동에서는 길 가다가도 음악이 나오면 그 자리서 친구들과 깔깔거리고 신나게 춤을 추었고, 술도 엉청 먹어 고량주 한 병 반을 먹었음에도 친정아버지의 강인한 체력을 닮아 누우면 천장이 한 바퀴 휙 돌지만 다음날이면 거뜬히 일어나곤 하였습니다.
큰길서 집까지 귤 한 개 까서 먹으며 걸어 들어가면 가족은 전혀 눈치를 못 챌 정도로 정신력도 강했습니다. 남자친구들도 원 없이 사귀어(사주팔자에 남자가 많다고 함) 후드티를 입으면 그 안에 남자들이 만나자는 쪽지가 들어있어 친구들을 우르르 데리고 나가 마음에 들면 커피만 시키고 친구들은 돌려보냈고 마음에 안 들면 왕창 바가지를 씌워 골탕을 먹이곤 하였습니다.
한번도 싱글로 있어 본 적이 없어 병원 나이트 근무 시에는 양쪽 전화에서 동시에 남자친구 전화를 받던 역사적인 사건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연애 때도 양다리 걸치면 바람피우는 것처럼 비난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일편단심 민들레보다 골라잡아 땡!이라는 우스갯소리로 전혀 양심의 가책 없이 자유롭게 더블 연애를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방학이면 한 장소를 통째로 빌려 고팅에 주선할 때 미팅까지 시켜주는 티켓을 팔아 그 당시 한 장당 만원씩으로 두둑한 용돈도 벌었습니다. 이토록 나의 젊은 시절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게 최선을 다해 후회없이 놀았던 것 같습니다.
가끔 젊은 시절의 꿈같던 날들을 그리워하곤 합니다.
대학 동창 만나면 한동안 서로 사귀던 남자친구들을 모두 다 알기에 보고 싶은가 물어보면 만나보았자 다 소용없고 오히려 배 나오고, 살찌고, 대머리도 생길 수도 있어 실망하기보다는 그대로 꿈속에 간직하고 추억 속의 착각으로 사는 게 젊음의 비결이라고 한결같이 말합니다. 그냥 쓸데없이 옛날 일만 생각하지 말고 현재의 모든 것에 집중하고 사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우리 의료인들은 냉정한 것이 아닌 냉철함으로 훈련되었기에 더 현실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 어르신들을 보면 그분들도 다 빛나는 젊은 시절이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 같이 병원에 누워 의미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아무리 지위가 높았다고 해도, 젊었을 때 미인 소리를 들었어도. 지금은 노인이 되어 힘없이 누워 있습니다. 그 모습은 나의 미래의 모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내 사무실 방 창문 위 작은 화분에는 선인장의 일종인 스투키가 자라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물 주는 것이 까다로울 것 같아 검색해보니 흙이 바짝 말랐을 때 줘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2~3주에 한 차례 주되 흠뻑 주라는 안내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화분이 바짝 말랐다가 기다렸다 물을 주곤 합니다. 그런데 일이 바쁘다보니 흙이 말라가는 걸 보는 게 힘들었습니다.
“식물이 수분 하나 없는 흙에서도 살아갈 수 있을까” 하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계도 이럴까요? 관계란 사물이나 현상 사이에 서로 맺어지는 연관이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계를 의미합니다. 심적 개념은 ”聯(연)“입니다. 서로 이어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어짐을 통해 서로 마음을 나눌 있습니다. 이때 좋은 마음의 연결은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흙이 바짝 말라버린 어르신들에게 우리는 물 주는 사람들입니다.
가족들이 중요하지만 하루종일 같이 있는 우리들과의 인연을 물을 흠뻑 줌으로써 어르신들이 행복해졌으면 합니다. 그러나 죽음은 이 聯을 끊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이 험한 세상에서 좋은 연결자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 최경숙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최경숙 간호부장
현)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현) 요양병원 인증 조사위원
전) 대한간호협회 보수교육 강사
전) 요양병원 컨설팅 수석팀장'volume.37'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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