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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진 교수의 '맛있는 집'] 히츠마부시volume.33 2023. 3. 31. 17:22
십여 년 전 학회차 방문한 일본 나고야에서 방문했던 나고야 성(城)과 정원도 추억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지만, 기억의 서랍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었던 것은 ‘장어 덮밥(히츠마부시, ひつまぶし)’의 환상적인 맛이었다.
‘줄 서는 식당’인 청담동 해목(海木)은 강남의 빌딩 사이에 일본 감성을 느끼게 하는 목조 건물과 아기자기한 정원 조경으로, 오랜만에 ‘히츠마부시’를 제대로 맛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였다. 이곳은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강 하구에서 잡은 민물 장어에 비법의 간장 소스를 발라서 숯불에 정성스레 구워내는데, 진한 캐러멜색의 '히츠마부시'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사가 연발해서 나왔다. 껍질 쪽은 바싹 구워내고 살은 부드럽게 익혀내어 오묘한 식감을 느낄 수 있었고, 훈연의 향도 풍부하게 느낄 수 있었다.
먼저, 히츠마부시를 4등분하여 특제 소스가 잘 배인 장어와 밥을 함께 먹으며 장어 본연의 맛을 즐긴 후, 깻잎, 김, 실파, 그리고 와사비와 함께 비벼 먹고, 다음으로 오차즈께(お茶漬け)에 말아먹는 순서로 먹으면서 행복지수가 한층 올라갔다. 남은 4분의 1은 먹어 본 세 가지 중 기호에 따라 선택하여 먹으면 되는데, 필자는 오차즈케에 말아먹으며 클리어했다.
오랜만에 마음 지층 깊은 곳에 잠재해 있던 나고야 '히츠마부시' 맛의 기억이 되살아나며 이곳 해목(海木)과 자연히 비교가 되었다. 입안에서 살살 녹았던 나고야 ‘히츠마부시’ 보다는 좀 더 쫄깃한 식감이었고, 고슬고슬하고 윤기가 나는 나고야 쌀밥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그래도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은 주고 싶은 식당이었다.
조만간 다시 이곳에 와서 카이센동(海鮮丼, かいせんどん)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언제 기회가 되면 부산 해운대 본점에도 가보고 싶다.
글. 박효진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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